- 2014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80분. 장르는 뭐... 그냥 '크리스마스 영화'라고 해두죠. 스포일러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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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아주 미화 시켜 놓은 그림입니다. 이런 분위기 전혀 아니에요. ㅋㅋ)



 - 때는 크리스마스 시즌. 장소는 뉴욕의 길거리. 길 구석탱이에 캠핑카를 주차해 놓고 트리용 전나무를 파는 '노엘'이란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작명 센스 참. ㅋㅋㅋ 암튼 영화는 이 사람이 열심히 나무를 파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계속 보여줍니다. 쭉 보여줍니다. 보니깐 성실하고 유능하고 책임감 있고 다 좋네요. 어쨌든 이렇게 '미국의 트리 파는 사람들은 어떻게 일 하는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되어버릴락 말락하면서 영화는 이 인물에 대해 조금씩 몇 가지 힌트를 흘려요. 일단 지금 좀 많이 우울한 상태입니다. 보아하니 여자 친구랑 안 좋게 끝난 것 같구요. 작년에도 이 자리에서 장사를 했는데 그 땐 그 분과 함께였던 것 같네요. 아마도 그래서 더 더 우울한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러다가...

 뭐 별 거 없어요. 어쩌다 지나가던 여자 한 명과 살짝 인연이 생기는데. 거기에서 로맨스가 싹 틀락 말락 하는 뭐 그런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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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함과는 다르게 크리스마스 스피릿! 따윈 0.1도 느껴지지 않는 우리의 주인공 Noel씨입니다.)



 - 도입부 설명만 봐도 흥미가 팍 식지 않으십니까? ㅋㅋ 이게 뭡니까. 거의 무성의에 가까운 설정인데요.

 게다가 영화가 저엉말로 느립니다. 이건 뭐 크리스마스 솔로 궁상 얘기 갖고서 예술 영화라도 찍고 싶었나!! 라는 드립을 치고 싶을 정도로 유유자적 여유롭게 전개되는 영화인데 런닝타임이 고작 80분이란 말이죠. 그러니 결국 끝까지 다 보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거 30분 컷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였겠는데... ㅋㅋㅋㅋ 

 근데 뭐 제 글 자주 읽으신 분들은 예상하시겠지만, 그렇게 별 대단한 사건도 안 벌어지고 느릿느릿 태평스런 이 영화를 전 꽤 좋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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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적! 트리 판매원 24시!!! 같은 제목에 흥미가 동하신다면 꼭 보셔야할 영화입니다. 핫하.)



 - 정말 정말 정말로 진심 뻔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 맞습니다. 실연의 상처를 안고 폐인 놀이 하던 사람이 우연히 만난 인연과 살짝 로맨틱한 경험을 하면서 상처도 치유하고 삶의 위안도 얻어서 만만세가 된다 뭐 그런 얘기에요.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작가님이 고안해낸 사건이나 드라마틱한 전개 같은 것도 거의 없어요. 우울하지만 성실한 젊은이가 열심히 크리스마스 트리 팔아 돈 버는 장면이 최소 7할 이상을 차지하는 괴상한 크리스마스 영화 맞구요. 하다 못해 그 나무 사가는 손님들이 막 괴상하고 웃기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긴 한데...


 그냥 그 디테일 자체가 이 평범하고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묘하게 살려냅니다. 아 트리용 나무 종류가 저렇게 많구나, 아 저게 또 각각 특징이 있구나. 구입하면 저렇게 처리해서 주는구나. 어라 이게 불법 노점상이었어?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한참을 보고. 또  다양한 손님들 모습을 보며 그래 저런 사람 많겠네. 저런 손님들에겐 저렇게 응대하는구나... 또 이런 생각을 하며 한참을 보다 보면 어느샌가 주인공 처지에 공감이 되고 뭣보다 그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은근히 젖어요. 그래서 결국 클라이막스에 벌어지는 도식적이지만 그 또한 평범한 사건에 살짝 몰입도 하고, 설레는 기분도 느끼고 그러게 되는 거죠. 뭔가 크리스마스 로맨스 버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봤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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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막 그렇게 리얼 다큐 느낌으로 퍽퍽한 이야기는 또 절대 아닙니다. 일단 우연히 인연이 생긴 여자분 비주얼부터가...)



 - 당연히 아주 가난한 영화입니다. 배우들도 딱히 유명한 사람 없구요. 그나마 여주인공 역의 배우를 '마인드 헌터'에서 보긴 했지만 스타까진 아니시구요. 영화의 배경은 거의 대부분이 나무 파는 골목길. 촬영은 거의 헬드핸드로 다 해치운 듯 하구요. 배경이 뉴욕이고 실제로 뉴욕에서 찍은 것 같지만 뉴욕의 크리스마스 풍경 같은 걸 기대하심 안 되구요. 정말로 그 골목만 죽어라고 나옵니다. ㅋㅋ 거의 마지막을 제외하면요.

 근데 이런 가난함과 심플함이 오히려 영화의 분위기, 내용과 잘 어울려요. 덤덤하고 일상적이고 적당히 현실적으로 구질구질한 느낌. 그래서 마지막의 정말 별 거 아닌 로맨스 장면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효과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또 은근히 화면을 잘 잡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헬드핸드 하나로 찍은 (아마도!) 영화라는 걸 감안할 때 티나지 않게 분위기 좋게 잘 잡아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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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치고 내 빌어 먹을 트리들이나 사라구!!!)



 - 그래서 뭐... 더 할 얘긴 없구요.

 간단히 말해서 '시즌이 돌아오니 크리스마스 로맨스가 하나 땡기는데 이제 늙어서 당도 높은 건 못 견디겠군' 이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을 위한 저가당 성탄 로맨스물이라 하겠습니다. ㅋㅋ 아니 정말 그런 용도로는 아주 딱 좋아요.

 다만 고독하고 춥고 배고픈 트리 장사꾼의 고독한 일상을 아주 여유로운 마음으로 한참 즐겨줘야 한다는 옵션이 붙구요.

 마지막으로... 뭐 '시즌'이니까요. 아마 아무도 안/못 보시겠죠. ㅋㅋㅋ 이것도 올레티비에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적어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플랫폼은 없는 걸로 보이네요. 참 아깝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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