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차례는 무사히 지내셨는지요

2023.01.22 18:15

Sonny 조회 수:552

다들 설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고향집에 내려와서 푹 쉬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요리를 못하게 하기 때문에 저는 끽해야 하는 게 설거지랑 전부칠 때 옆에서 부침가루 묻혀주는 것 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좀 피곤했네요. 아침에는 무사히 차례를 지내고 형식적인 덕담을 부모님과 교환한 뒤 가족이 다 떡실신해버렸습니다. 


올해 아버지한테 넷플릭스를 가르쳐드렸습니다. 저는 넷플릭스를 가입만 해놓고 거의 안봐서 돈이 무척 아까웠는데 오히려 아버지가 제 계정의 알맞는 주인인 것 같아요. 아버지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하시는데 어제부터 계속 손범수 없는 지구탐험 신비의 세계를 달리고 계십니다. 앞으로도 종종 애용하실 것 같군요. 어제는 이집트 고대무덤을 발굴한 다큐를 같이 봤습니다. 부모님이랑 뭘 집중해서 같이 볼 수 있다는 게 어디인가요. 요새 집에 계시는 시간이 많아지셔서 티비 시청시간도 늘어나셨는데 저희아버지는 꼭 이상한 C 급 영화만 보고 있습니다. 이틀전에는 마이클 만의 [히트]를 짜깁기한 견자단의 이상한 영화를 보고 있더라구요. 아버지도 보고 나서 별로 재미있어하지도 않으시는데... 볼 거면 좋은 것좀 보시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게 넷플릭스가 해결해주었네요. 극우 유튜브 안보시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 본인 정치성향상 보실 일도 없으시겠지만... (명절에 내려가니 트롯지옥이 소환되었다는 수많은 자매형제님들에게 묵념...)


고향에 내려오면 저만의 개인적 의례가 있는데 매일매일 목욕탕을 가는 겁니다. 이렇게나 물가와 가스비가 둘다 하수상한 시절에 아직도 폐업을 안하고 있다는 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언제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으니 갈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목욕탕이 6시에 영업을 멈춘는데 손님이 없는 다섯시쯤에 가면 큰 욕탕을 혼자 전세내고 쓰는 기쁨이 있습니다. 고대 로마인들의 지혜를 이렇게 실천하고 있으니 이 공동 목욕탕이란 게 참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치솟는 물가 때문에 결국 사라져가는 업종이라는 게 안타깝습니다. 괜히 [테르마이 로마이]가 생각나는군요. 


저는 아침을 잘 먹지 않거나 간단히 때우고 하루에 2.5끼를 먹는데 고향집에 내려와서 최소3첩반상으로 세끼를 다 챙겨먹으려니 좀 지겹습니다. 안먹으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설거지를 제가 해야하기 때문에 귀찮네요 ㅋ 듀게 분들은 설은 잘 지내고 계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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