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2년작입니다. 1시간 44분이구요. 장르는 뭐... SF이기도 하고 환타지이기도 하고 그냥 드라마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스포일러는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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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레티비 vod 목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다가 포스터 이미지가 맘에 들어서 그냥 봤어요.)



 - 빌리 필그림이라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다 큰 자식들도 아내도 없이 혼자 사는 것 같구요. 딸래미가 찾아와서 막 찾는데 본인은 여유롭게 무슨 글을 적고 있어요.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인 듯 한데, 내용이 좀 이상합니다. 자기가 지금 사정이 있어서 뭐뭐 어쨌다는데 그 사정인 즉 본의가 아니게 자기도 모르고 현재에서 과거, 미래로 시간 여행을 강제로 하면서 살고 있다는 거에요. 이게 뭔 소린가... 하고 있노라면 갑자기 시간이 세계 2차 대전으로 점프합니다. 본대와 떨어진 연합군 몇몇이 헤매고 있는데 우리 빌리 필그림씨가 나타나구요. 당연히 아까 그 아저씨에 비해 많이 젊은 행색입니다만, 전쟁 중에 혼자 돌아다니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표정이 평온해요. 암튼 이래저래 하다가 독일군에게 붙잡히는데... 갑자기 현재로 와서 뭐 이것저것 하는 게 나오다가, 또 과거로 돌아갔다가... 뭐... 암튼 영화가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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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현재 시점의 이 아저씨가 시간 여행... 얍!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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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과거 회상이잖아!!!!!)



 - 가끔 그런 영화가 있죠. 정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려면 전체적으로 조망을 하면서 의도와 형식에 대해 분석을 하고, 거기에 맞춰 이야기를 해야만 뭔가 설명이든 주장이든 가능한 작품들이요. 이 영화도 '대략' 그렇습니다. 보다 보면 의외로 난해한 건 아닌데, 오히려 되게 알기 쉽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입니다만. 어쨌든 '대충 이런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만든 것 같다' 라는 식으로 설명을 해야 쉬워요.


 그러니까 주인공은 빌리 필그림이구요. 대략 좀 그리 행복하진 않은 성장기를 거쳤고. 2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사지 멀쩡히 돌아왔지만 멘탈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 후로 부모가 시키는 결혼을 해서 별 문제 없이, 그냥 '착한 사람'으로 잘 살았고 자식들도 다 키웠고 재산도 흘러 넘치구요. 이제 평온한 말년을 맞이하며 인생 퇴장을 준비하면 될 일이지만 계속해서 2차 대전의 끔찍한 기억들이 (그리고 살짝 덤으로 그 외의 인생 중요 이벤트들이) 이 사람 발목을 잡는 겁니다.


 그래서 이 사람의 '시간 여행'은 그냥 대놓고 던지는 비유입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와중에 실시간으로 자꾸만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라는 건 그냥 그 때의 기억들이 쉬지 않고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살아나 자신을 괴롭힌다는 얘기와 같죠. 영화는 끝까지 이 사람의 시간 여행이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만, 뭐 별로 상관 없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영화 내용은 똑같아요. 전쟁의 비인간성에 반쯤 파괴된 채로, 멀쩡한 척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의 인생을 통해 반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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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치가 생각보다 그렇게 막나가진 않습니다. 물론 충분히 나쁜 놈들로 묘사되지만 특별히 악마화되진 않는단 얘기.)



 - 그리고 영화의 내용은 심플하게 '나치 나빠요'로 가지 않습니다. 주인공과 동료들을 생포한 나치군은 의외로 국제 조약을 준수하며 포로들 대접을 잘 해줍니다. 필그림이 처음 도착한 수용소의 풍경을 보며 전 살짝 당황했어요. 이건 뭐 대학생 캠프인 줄. ㅋㅋㅋ 문제는 그러다 나치가 밀리기 시작하면서 수용소 위치를 옮기게 되는데, 옮겨간 곳이 어디인고 하니 바로 드레스덴입니다(...) 그럼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고, 감독 & 작가가 어떤 식으로 반전 메시지를 전하려는지 대략 짐작이 가죠.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흘러가요.


 덧붙여서 그냥 전쟁 이야기만 하는 영화도 아니에요. 전쟁이랑은 별 상관 없는 성장기 에피소드 몇몇이 이야기에 짧지만 나름 중요한 비중으로 들어가는데. 뭔가 살짝 쌩뚱맞단 생각이 들어서 '뭐지, 작가 경험담인가' 했는데. 다 보고 나서 찾아보니 대충 그게 맞는 것 같더라구요. 아주아주 유명한 원작 소설이 있고 그 소설의 내용에 작가 본인의 인생 경험이 여기저기 많이 녹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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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작가님께선 이 상황을 실제로 목격하고 생환하셨다는 이야기.)



 - 암튼 그래서 그 끔찍한 전쟁 체험 +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미 옛날에 잘못 끼워져 버린 인생 단추들 때문에 우리의 주인공은 행복한 포커페이스로 별로 즐겁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겁니다만. 영화의 톤은 대체로 덤덤하면서 살짝 코믹한 분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합니다. 보면서 막 격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류의 영화는 아니에요. 영화 내내 미소만 띄고 있는 저 아저씨는 그래서 미친 걸까. 시간 여행 드립은 진짜일까 아님 정신병일까 그것도 아님 그냥 비유인 걸까. 어쨌든 지금은 퍽 잘 살고 있는 편인데 저 아저씨는 그 현재에 만족을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느긋하게 유머를 즐기고. 그러다 문득 튀어나오는 서늘한 장면들을 보며 숙연해졌다가... 대충 이런 식으로 보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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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히 멀쩡히 잘 살고 있고, 표정도 언제나 온화하며 주변 사람들은 다 행복하지만 정작 주인공 본인의 속내는 알기 힘듭니다.)



 - 근데 그냥 그렇게 건전하고 무난하게만 흘러가는 영화는 아니에요. 나름 튀는 부분들이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와 과거를 오갈 때마다 반드시 뭔가를 통해 연결되는 식으로 편집이 되거든요. 침대에 누웠다가 눈을 뜨면 수용소의 침대라든가. 과거에서 탕! 하는 총소리가 들리는데 시선을 휙 돌리고 나면 뭔가 터지는 소리를 들은 현재의 주인공 상황이라든가. 계속 이런 식으로 연출을 하니 나중엔 전환 될만한 뭔가가 보이면 '이건가!!' 하면서 전환될 장면을 짐작하게 되는 재미 같은 것도 있었구요. 또 나름 이게 꽤 센스가 있어서 좋았구요.


 또 기본적으로 우리 주인공이 그렇게 평범한 분이 아니십니다. 세상 무슨 일이 벌어져도 변치 않는 그 꾸준한 스마일 포커페이스 자체도 인상적인데. 처음엔 걍 웃기구나... 하다가 나중엔 그 똑같은 표정에서 상황마다 달라지는 감정을 읽게 되고. 점점 그 인물의 내면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는 뭐 그런 효과도 있었구요. 덧붙여서 어쨌든 과거든 현재든 드라마들이 다 잘 짜여져 있어서 이입이 돼요. 이러나 저러나 꽤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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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정말로 튀는 건 마무리입니다. 아니 이건 뭐... 그래도 스포일러인 것 같아서 말은 못하겠지만, 암튼 튀어요. 확실하게 튑니다. ㅋㅋㅋ 이 역시 실제 상황인지 환타지인지는 알 수 없게, 특별한 힌트 없이 모호하게 처리가 됩니다만. 매우 당황스럽다는 것 하나는 분명하겠네요.

 사실 앞서 말했듯이 '고통스러운 기억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상황을 시간 여행에 비유했다'라고 설명해 버리고 나면 의외로 평이한 내용의 반전 드라마였던 영화가 마무리 파트에서 훅! 하고 급발진을 하거든요. 아마도 이 영화에 대한 호오는 이 부분에서 갈리지 않을까 싶은데. 아주 두리뭉실하게 돌려서 말하자면, 거대한 역사적 메시지에 작가의 개인적 사연과 소망이 결합된 대리 만족 환타지 비슷하게 끝이 납니다. 그리고 전 꽤 맘에 들었어요. 그냥 큰 테마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끝내 버리면 제가 안 좋아하는 역사 교훈극이 되었을 텐데, 그런 개인적인 (그리고 사실 꼭 그렇게 건전하거나 아름답다고만은 하기 어려운) 소망 성취가 섞여 버리니 영화의 주제에 대해 오히려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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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훗... 아이러니하게도 '필그림'에는 '순례자'라는 의미가 있지...)



 - 더 길게 뭘 적으려 하면 더욱 적나라하게 무식이 탄로날까봐 이쯤에서 마무리 합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가장 즐겁게 보실 분은... 일단 원작 소설을 읽은 분들이시겠죠? ㅋㅋ 한국에는 초반에 적었듯이 '제5도살장'이라는 원제 직역으로 출간되어 있구요. 미국 내에서 문학사적 의의도 크고 작품에 대한 평가도 아주 높은 것 같으니 내용에 흥미가 생기시는 문학 사랑 유저님들께선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구요.

 물론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영화 내내 흐르는 다크한 유머 감각 때문에 원작 몰라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이긴 합니다만... OTT 중에 서비스 하는 곳이 없어 보이니 그게 좀 난감하군요. ㅋㅋ 다만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본격 시간여행물' 같은 건 절대 기대하면 아니된다는 것. 영화 내용의 2/3 정도가 2차대전, 드레스덴 이야기이니 전쟁 영화나 사극(?)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좀 애매할 것 같다는 것. 뭐 그 정도 언급만 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암튼 잘 봤어요. 가끔 이렇게 쌩뚱맞은 영화들이 숨어 있는 게 올레티비 같은 iptv vod 서비스들의 존재 의의 아닐까. 라고 생각하며 마무리합니다.




 + 원제인 '제5도살장'은 그냥 '제5도살장'을 뜻합니다. 필그림과 연합군 포로들이 드레스덴으로 옮겨가서 지내게 되는 숙소가 원래는 가축 도살장이었던 건물이거든요. 그리고 아마도 한국 번역제는 주인공의 성을 직역해서 갖다 붙인 게 아닌가 싶은데, 애초에 작가도 그런 의미를 담아서 붙인 이름인 것 같으니 괜찮았던 걸로. 다만 그 앞에 '죽음의'를 붙이니 뭔가 저렴이 호러 영화 느낌이 나는 건 좀...



 ++ 조지 로이 힐 감독의 영화입니다. 우리(사실은 그냥 '저')에겐 주로 '내일을 향해 쏴라'와 '스팅'으로 알려져 계신 그 분이요. 그리고 이 영화가 딱 저 두 영화 사이에 나온 영화였네요. 갑자기 '스팅'이 다시 보고 싶어지고...



 +++ 역사 무식이로서 보다가 당황했던 장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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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구식 캡틴 아메리카처럼 차려입으신 분. 보시다시피 미국 + 독일 크로스... 인 건데. 실제로 저런 게 있었다는 게 당황스럽더라구요.



 ++++ 이런 옛날 영화들 짤을 검색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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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옛날 일본인들의 포스터 제작 센스를 참 좋아합니다. ㅋㅋㅋ 비꼬는 게 아니라 정말로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사실 필그림은 원치 않는 결혼을 했고, 뭐랄까 그냥 본인의 욕망 같은 걸 접어두고 남들 하라는대로 성실하게 착하게 열심히 살아왔어요. 그냥 그게 좋은 거겠거니... 하고 스스로도 별 불만 없이 살았지만 사실 마음 속으론 그렇게 만족스럽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던 거죠.

 하지만 그러다 한 번 비행기 추락으로 죽을 뻔한 경험을 하고, 마침 그 일과 관련해서 아내가 죽습니다. (되게 어처구니 없게, 코믹하게 묘사됩니다)

 그리고 그 때쯤 '트랄팔마도어'라는 이름의 행성에 사는 외계인들이 등장합니다. 저 위의 의미 없는 짤이 바로 그 관련 장면인데요. 완전 노인이 된 주인공이 2차 대전 때 원한을 산 노인네에게 총을 맞아 죽는 사건 후에 저런 외계에 설치된 돔 같은 곳으로 공간이 옮겨져요. 그리고 거기엔 자기가 영화 속 야한 장면을 보며 남몰래 속으로 좋아했던 여배우가 뚝 떨어지구요. 외계인들이 무슨 생물 채집 및 관상(...)용으로 둘을 데려온 듯 한데. 암튼 거기서 둘이 맛있는 거 해 먹고 행복하게 잘 삽니다. 지금까지 영화에서 보여준 표정들과 달리 정말 즐겁게 웃는 표정을 많이 보여주고요. 그러다 마지막엔 둘이서 애도 낳고. 외계인들이 보여주는 축하(?)의 우주 불꽃놀이를 보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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