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똑똑똑을 봤어요. 이 영화의 문제는 다른 구멍이 없다는 거예요. 갑자기 들이닥친 네 명의 사람들이 주인공 가족을 직접 해치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영화의 결말은 정해져 있죠. 


 왜냐면 네 명의 침입자들이 정신병자거나, 이게 몰카라는 결말은 불가능하거든요. 당연히 그런 결말을 택하는 건 이야기 전개의 도리상 불가능. 침입자들이 진지하게 가오잡으면서 주인공 가족을 찾아온 순간 걔네들 말이 맞는 거예요.



 2.그리고 이야기의 배치와 상황 셋팅이 너무 빼도박도 못하게 되어 있어요. 이런 이야기의 묘미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착각일 수도 있고 착각이 아닐 수도 있고, 의도는 좋을 수도 있지만 결과물이 나쁠 수도 있는 해석을 유발하는 최적의 셋팅을 맞춰줘야 하거든요. 한데 이 영화의 셋팅은 침입자들에게 유리하게 치우쳐져 있어요. 누가 봐도 네 명의 침입자들이 옳은 소리를 하고 있는 상황일 수밖에 없는 셋팅으로 말이죠.


 차라리 바깥 상황을 안 보여주면 몰라도 계속 tv까지 틀어 주면서 실시간으로 바깥 상황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아무 증거 없이 심리적으로만 조여오는 거면 몰라도 라이브 방송까지 보여주는 이상 침입자들의 말에 설득력이 너무 부여되는 거예요. 이 이야기의 구조에서는 뭘 어떻게 해도, 침입자들이 하는 말이 다 맞는 소리인 거죠. 


 결국 이 전개에서 그나마 관객이 추리해볼 여지가 있는 건 가족들 중 한명의 죽음이 자발적인 것일지 아닐 것인지, 또는 가족들 중 한명만이 아니라 둘 이상 죽어버리는 전개로 갈지...둘중 하나뿐이예요. 침입자 네 명은 결국 순교-그들 입장에서-를 택할 거고 주인공 가족들은 그들의 그런 모습과, tv에서 보여지는 사태를 보고 감화될 거니까요.



 3.그런 부분들은 사실상 이런 장르를 많이 본 사람들이면 20분만에 간파가 끝나요. 결국 이건 야구로 치면 공이 어디로 들어올지는 다 알고 하는 야구게임 같은 거죠. 그나마 관객의 허를 찔러볼 수 있는 거라면 공의 궤적뿐인 거예요.


 하지만 문제는 스토리 전개의 궤적도 별로 대단할 게 없어요. 중간에 한두번 정도 침입자들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볼이 미적지근하게 꽂히고, 가족들이 탈출을 시도해 보려는 뻔한 발버둥이 시도되죠.


 문제는, 이런 걸 많이 본 사람들은 잘 알거든요.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어떤 식으로든 무대가 바뀔 일은 없다는 거요. 이 오두막 배경을 벗어나는 일은 끝까지 없거나, 영화가 완전히 마무리된 후에나 나올 장면이란 거요. 지지든 볶든 뭘 하든 이 영화는 저 오두막을 무대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저 가족은 오두막에서 도망가 숲 속에서 추격전을 벌일 일은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이 무슨 시도를 하든 긴장감이 없어요.



 4.휴.



 5.그래서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관객에게 충격을 줄 여지가 하나 있다면, 마지막에 죽는 사람이 어린 여자아이여야 해요. 두 어른이 옥신각신하는 걸 보고 아이가 큰맘 먹고 스스로 희생하든, 아니면 어른 둘이서 합의하에 아이를 죽이는 걸로 하든 말이죠.


 물론 제일 좋은 건 애초에 이 소재로 영화를 안 만드는 거였겠지만, 어쨌든 이 아이템을 가지고 영화를 만든다? 그러면 작가 입장에서든 제작자 입장에서든 정답은 하나밖에 없어요. 어린아이를 죽이고 끝내거나, 아예 옥신각신하다가 셋 다 죽던가. 어떻게 결말을 짜든 반드시 아이의 희생은 필수적이예요. 이렇게 심심하고 뻔한 영화에서 어린아이라도 죽이는 반전이 없다면, 애초에 이 이야기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6.그런 빌드업을 위해 주인공 두 남자를 게이커플로 설정한 건가...싶기도 했는데 그런 것도 아니더군요. 자기들이 낳은 아이가 아니고 진짜 사랑하는 사이는 게이 부부니까, 여기서는 가장 덜 중요한 아이를 죽이고 새로 입양한다는 전개로 가나 했는데 말이죠.


 한데 그러지도 않는 걸 보면 애초에 이 이야기에서 저 두 남자가 게이커플이어야 하는 이유와, 아이가 입양아여야 할 이유가 없어요. 그냥 뭔가 신선해 보이고 싶어서 게이커플로 설정했다는 이유 말고는, 저 가족관계가 그런 형태여야 할 당위성이 전혀 없다는 거죠. 


 요즘 그런 게 마음에 안들더라고요. 그냥 심심하다는 이유로 흑인을 끼워넣거나 게이를 끼워넣거나 동양인 아이를 끼워넣는 거 말이죠. 구성이나 배치에서 굳이 주류가 아닌 것을 선택했다면 극 전개상 그래야 했었던 이유를 보여줘야 해요. 하긴 요즘 헐리우드에서는 뭐가 주류인지 헷갈리지만요. 하여간 굳이 비틀 이유가 없다면 괜히 변화구 던지면서 멋부리지 말고 전통적인 구성요소로 끌고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7.하여간 영화는 뻔하게 흘러가다 뻔하게 끝나요. 침입자 넷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쓸데없이 감수성 예민한 남자가 급발진하며 감화되어버리고 결국 죽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날씨가 잠잠해지죠. 


 이야기의 매듭이란 건 너무 복잡하면 나쁜 거지만 매듭이란 게 아예 없는 건 나쁜 것도 아니예요. 그런 건 그냥 존재할 필요가 처음부터 없었던 거죠. 이 이야기는 돌발적으로 나타난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무언가를 밀어붙이고, 그들이 그렇게 밀어붙이고 싶어하는 황당한 상황이 아무런 저항 없이 펼쳐져요. 주인공들은 그들의 말을 의심하는 것도 검증하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관객 또한 그들의 말을 의심해보려고 해도, 그럴 만한 여지가 거의 주어지지 않고 흘러가기 때문에 이 영화는 뭐랄까...나쁜 영화거나 게으른 영화라기보다는 굳이 정식 영화로 나와야 했나 싶어요. 그냥 2~30분 정도의 단편으로 제작한 소품이었으면 이렇게 밍밍해도 참작할 여지가 있었을텐데, 러닝타임 길게 가져가면서 영화관에 걸었어야 했나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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