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베크 9권 '경찰 살해자'

2023.04.05 20:26

thoma 조회 수:279

나온지 며칠밖에 안 된 따끈따끈한 마르틴 베크 시리즈 '경찰 살해자'를 막 읽었습니다. 스웨덴에서 출간된지는 50년이 다 되어 가네요.

지난 해 6월 말에 8권이 나왔으니 7개월 후에 나온 9권입니다. 이제 올 하반기에 나온다는 시리즈의 마지막 권만 남겨 두었어요. 아이고 아쉽습니다.

좋아하는 시리즈라서 작년 7월에 8권을 읽은 후에도 게시판에 소개했었죠. 

책 표지 사진 아래에는 내용이 조금 들어가 있습니다.

8954697275_1.jpg

이번 소설의 제목인 '경찰 살해자'는 중심 사건이 아닙니다. 주가 되는 사건 즉, 시작 부분에 소개되고 대부분 분량을 차지하면서 수사되고 마지막에 해결되는 사건과 결부되어 있는 다른 사건에서 온 제목입니다. 그래서 소설의 반이 지나도록 왜 이 작품의 제목이 '경찰 살해자'인가 의아하게 됩니다. 엘릭시르의 이 시리즈는 살짝 작은 판형으로 나왔는데 500페이지 분량의 소설 중에 290페이지 정도에 이르러서야 제목과 관련된 사건이 등장하거든요. 주사건을 마르틴 베크가 끈기 있게 수사하지만 두 사건에 다 관여했던 절친이자 소중한 동료인 콜베리의 '육감'이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분량의 면에선 주가 아니지만 '경찰 살해자' 사건은 이번 작품의 주제면에서는 중심이 됩니다. 그래서 제목이 되었겠고요.


콜베리가 사직서를 씁니다. 경찰 고위층에 대한 불신, 관료적이고 전시행적적인 행태, 경찰 동료들의 전반적 수준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조직에 소속감을 잃어가다 결단을 냅니다. 마르틴 베크 비롯 시리즈의 중심 인물들이 다 나이들어 가면서 승진을 할 위치에 이르니 악화일로인 경찰 조직에서 고위직을 원치 않는 선택일 것입니다. 

이 시리즈를 시작하며 마이 셰발, 페르 발뢰 두 작가는 범죄수사 이야기로 스웨덴 사회의 부정적인 면과 위선을 드러내고 싶었을 겁니다. 자신들 사상이(마르크스주의자였다고 합니다) 작품에 녹아 들고, 역할하기를 바라는 면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 경찰이 나날이 시민과 적대적이 되며 믿을 수 없는 집단이 되어 가는데 경찰에 소속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경찰 개인의 능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 가는 것에 한계를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냥 제 짐작입니다. 이번 소설은 경찰들을 데리고 경찰 조직 문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정점인 듯합니다.  

50년 전의 스웨덴인데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경찰 조직이라든가 미래가 없다고 느끼는 젊은 세대라든가를 묘사한 것을 보면 지금 우리 사회가 배경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복지국가인 그들 나라에 대한 부러움을 표하지만 소설 속에서 당사자들은 암담한 사회라고 욕하고요. 

 

늘 느끼지만 김명남 씨의 번역이 좋습니다. 인물들의 특성이 잘 살아나는 것도 번역의 공이 있을 거 같습니다. 

'그녀'라는 지칭을 쓰지 않습니다. 시리즈의 이전 책도 그랬는지 확인하진 않았는데 이번에 읽으며 눈에 확연히 띄네요. 삼인칭으로 여성을 지칭할 경우에 이름을 쓰거나 '그 여자'라고 부르거나 '그'라고 씁니다. '그'는 서술상황에 다른 남성과 혼동의 우려가 없을 때 쓰는 것 같았습니다.

이 소설에 이전 사건의 범인들이 형기를 마치고 재등장하고 있었는데 앞선 시리즈 중에 특히 좋았던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의 인물이 나와서 재독하고 싶어졌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36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0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850
122973 프레임드 #404 [6] Lunagazer 2023.04.19 116
122972 집 (사교댄스란..) [16] thoma 2023.04.19 537
122971 회사에서 배우자 워크샵을 한다면? [4] 왜냐하면 2023.04.19 489
122970 사우디에서 MMA하는 날두/메시 메시 소리에 반응 [3] daviddain 2023.04.19 242
122969 잊혀진 우산들의 묘지 [11] eltee 2023.04.19 429
122968 [왓챠바낭] 몇 년 만인지는 기억 안 나지만 암튼 다시 본 '도학위룡' 잡담 [12] 로이배티 2023.04.18 365
122967 집 (멋쟁이 중늙은이) [10] thoma 2023.04.18 423
122966 달콤한 인생 영화 [1] catgotmy 2023.04.18 296
122965 에피소드 #33 [3] Lunagazer 2023.04.18 88
122964 프레임드 #403 [6] Lunagazer 2023.04.18 108
122963 장외 엘클라시코 [5] daviddain 2023.04.18 201
122962 집 (첫 극장) [4] thoma 2023.04.18 222
122961 축구 ㅡ 오늘도 ㅅㅃ들은 나를 웃게 해요 [8] daviddain 2023.04.18 399
122960 [넷플릭스] '비프'를 끝내고 이어서 시작한 '퀸메이커' 1회.... [3] S.S.S. 2023.04.18 615
122959 [넷플릭스] '비프', 10회 끝까지 다 본 소감은.... [7] S.S.S. 2023.04.18 850
122958 존윅4 재밌게 봤습니다. [2] 왜냐하면 2023.04.18 282
122957 대상포진 [10] 가라 2023.04.18 448
122956 여행 얘기지만 여행 얘기는 별로 없는 바낭 [15] 2023.04.18 396
122955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23.04.18 516
122954 [애플tv+] 샤말란의 스릴러 시리즈 '서번트'를 다 봤습니다 [17] 로이배티 2023.04.18 68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