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작입니다. 1시간 58분이구요. 장르야 제목만 봐도 아시겠죠.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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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상치 않은 포스의 포스터에 낚여서 봤습니다.)



 - 1997년에 벨기에에서 일어났다는 연쇄 살인사건을 자막으로 설명하며 시작합니다. 도로변에서 비닐 봉지에 담긴 여성들의 절단된 신체를 발견했는데 범인은 결국 못 잡았대요.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검색을 해 본 결과 실제 사건이네요. 연도를 넣어 검색하니 바로 당시 동아 일보 기사가 떠요. 근데 뭐 그냥 모티브만 되었을 뿐 정작 영화 본편의 내용은 그와는 크게 상관 없구요.


 암튼 제목 그대로 그 연쇄 살인마에게 자식이 있었다면. 갸들이 지금 다 자란 성인이라면. 이라는 상상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깁니다. 도입부에서 무지막지 살벌하게 생긴 살인마가 자기가 유괴한 여성의 아이를 받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나이 차이가 좀 나는 오빠와 여동생이 있고 살인마 본인은 별다른 설명 없이 사망한 상태구요. 근데 이 망할 놈이 자식들에게 자기 정체를 숨기지도 않고 키워놔서 아들은 아빠랑 똑같은 연쇄 살인마가 되어 계속해서 여성을 납치해다 고문하고 죽이며 지내고 있고. 딸은 그나마 보통으로 살려고 노력하는데 뚱뚱하고 머리가 둔한 자신을 놀려대며 성폭행까지 해대는 직장 동료들 때문에 인생이 힘들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 딸래미가 오빠에게 '나 너무 외로우니 가족 삼게 얘 좀 데려와 줘'라며 자기가 인스타로 열렬히 들이대던 여자를 지목하면서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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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인 마르타. 어마어마한 아빠와 오빠를 두고 자란 것 치곤 나름 멀쩡하게, 잘 살아 보려 노력합니다만...)



 - 실제 미결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이야기이니 '살인의 추억' 비스무리하게 그 미지의 범인을 상상하며 이야기를 끌고 가려나? 했지만 시작부터 범인은 사망한 상태이니 그런 건 전혀 아니었죠. 다음엔 아빠의 피를 물려 받은 오빠와 평범하게 살려고 몸부림치는 동생의 갈등을 다루려나? 했는데 그것도 아닙니다. 도입부 요약 마지막 문장을 보면 아시겠지만 어차피 동생도 정상은 아니에요. 또 이야기 초반에 동생이 직장에서 당하는 끔찍한 일들을 봐선 '평범한 일상의 악'을 보여주려는 이야기인가... 했는데 이야기가 흘러가면 흘러갈 수록 그거랑도 거리가 좀 멀어지구요.

 결국 시작부터 끝까지 '이게 무슨 이야기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됐는데. 다 보고 나서도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어쩌라는 거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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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어쩌라는 거냐구요? ㅋㅋ)



 - 그러니까 아마도 '악'이라는 것 그 자체에 대해 상상력을 열심히 발휘하며 그냥 '악'으로 가득찬 이야기를 만들어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 줄 캐릭터가 하나도 안 나오는 시작부터 끝까지 아주 더럽고(...) 어두컴컴하며 악몽 같은 이야기가 됩니다. 오빠는 애초에 아무 이유 없이 젊은 여성들을 납치해다가 학대하고 죽이는 악의 현신이고. 그나마 참고 사는 동생도 매일 자신의 어두운 자아와 말싸움을 하며 지내는 불안정한 처지인 데다가 애시당초 아빠랑 오빠가 저 모양이니 정상인의 도덕 감각 같은 건 갖춰 본 적이 없는 사람이구요. 그 동생의 직장 동료들이야 말할 것도 없죠. 직장에서 다 함께 동생을 성폭행하고, 그걸 묵인하며 사이 좋게 지내는 더러운 놈들입니다. 이런 꿈도 희망도 없는 생명체들이 영화 내내 너저분한 배경에서 토악질 나오는 나쁜 짓들만 하다가 마지막에 다 함께 거하게 피를 뿌리는 이야기에요. 누가 이기든 꿈과 희망은 있을 수가 없고 세상은 절대악으로만 가득한 거죠. 아주 살짝 '살인마 잭의 집'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내용이 비슷한 게 아니라 영화의 태도가 아주 약간 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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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짤 하나를 제외하곤 온통 다 피칠갑 사진들 밖에 없었던 '오빠' 캐릭터님이십니다. 아무런 설명이 없는 그저 악 그 자체.)



 - 근데 이게... 그 위악스러움과 끝 없이 이어지는 불쾌감을 잠시 접어두고 그냥 봤을 때, 만듦새가 은근히 탄탄합니다? ㅋㅋ 

 내내 칙칙하고 더럽고 너저분한 배경만 이어지지만 미장센을 꽤 신경 써서 그림들 자체는 분명히 훌륭합니다. 가끔씩 초현실적인 장면들이 짧게 끼어들 때는 '어라 제법인데?'라는 생각도 들어요. 왜 그 전형적인 유럽 영화 느낌의 회화적 이미지들 있잖습니까.

 배우들 연기도 꽤 좋습니다. 오빠는 큰 액션 없이도 내내 위협적이다가 가끔 폭발할 땐 정말로 살벌한 느낌 가득. 주인공인 동생 역할 배우님도 두 가지 인격을 다 애잔하게, 섬찟하게 잘 소화해 주고요. 내내 대사 하나 없고 도입부 이후로는 환상으로 짧은 인서트로만 등장하는 원조 살인마도 불쾌 포스가 철철. 동생 직장 동료들은 그냥 딱 봐도 불쾌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가 아주 제대로에요.

 거기에다가 긴장감을 자아내는 장면들의 연출도 상당히 괜찮아서 별다른 일 없을 거라 머리로 확신하는 장면들에서도 계속 집중을 하게 되구요.

 그래서 다 보고 나면 더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아니 분명히 실력 있는 사람들이 만든 영화 같은데, 대체 뭘 어쩌라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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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현실적 존재가 나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가끔 이렇게 악몽인 듯한 장면들로 비현실적인 그림들이 나오기도 하구요.)



 - 당연히 끔찍한 폭력 장면들이 수시로 튀어 나옵니다. 그게 무슨 고어 무비처럼 집요하게 눈앞에 들이대는 식은 아닌데, 그렇다고해서 일부러 폭력 장면을 피해가며 연출한 영화도 아니고. 그 와중에 주인공들이 하는 짓들은 다 끔찍한 폭력이니까요. 게다가 영화 속에서 그런 폭력을 당하는 게 대부분 여성들이다 보니 '살인마 잭의 집'과 좀 비슷한 포인트로 매우매우 불편해지죠. 그렇다고해서 이 영화가 그런 여성들에 대한 폭력을 풍자하려는 의도가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고. 허허. 무슨 선명한 메시지라도 하나 있으면 그걸로 대충 납득하고 보겠는데 이미 수차례 말 했듯이 '어쩌라고?'라는 느낌의 이야기라 그냥 리얼하게 불편하고 불쾌합니다. 혹시라도 관심이 가는 분들은 이런 부분은 분명히 감안하고 보시는 게 좋을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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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또 다른 버전 포스터를 보면 '악의 대물림' 같은 이야길 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한데 그게 그렇게 선명하게 드러나진 않았습니다.)



 - 근데... 또 나름 분명한 풍자, 비판 코드가 들어 있긴 합니다. 여동생의 흑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분명히 신문 사회면 같은 데서 봄직한 일들이거든요. 사회적 취약 계층 여성들이 처하게 되는 위험한 일상. 열심히 챙기는 척만 하는 사회 복지의 문제점. 뭐 이런 게 분명히 있긴 해요. 그런 경험들이 나름 제정신 붙들고 살아 보려던 동생이 결국 악의 세계로 넘어가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구요. 그래서 여기에서 살짝 의심이 드는 게, 사실 감독님은 그런 이야길 진지하게 해 보고 싶었는데 지옥 같고 꿈도 희망도 없는 전개와 연출에 치중하다가 그만 메시지를 흐리게 만들어 버린 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워낙 분위기가 쩔고 시각적으로 임팩트 강한 부분들이 많아서 '이만한 실력이면 다 의도대로 충분히 했겠거니' 했지만 사실 그러지 못한 걸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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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하게 주인공을 다정하게 대하지만 결국엔 부하들의 악행을 묵인하는 이 양반 같은 캐릭터를 보면 분명 하고픈 이야기는 있는 영화였던 듯 한데...)



 - 뭐 더 할 얘기는 없네요.

 이야기 측면에선 방금 전에 적었듯이 애초의 의도를 잘 못 달성한 걸로 의심되는 애매모호한 이야기구요. 

 소재부터 표현까지 일부러 극단적으로 달리며 보는 사람들을 불편, 불쾌하게 만들려고 최선을 다 하는 몹쓸 영화입니다만.

 어쨌든 그 불쾌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관객의 집중력을 잃지 않게 잘 달려주고. 또 기본기는 상당히 잘 갖춰 보여주는 데다가 흔히 보기 힘든 유럽 아트하우스풍으로 변태적인 호러라서 위악적으로 폼만 잡는 허접쓰레기(...)라는 생각은 별로 안 들고 그랬습니다.

 절대 추천은 안 하구요. ㅋㅋㅋ 특히 무슨 카타르시스 같은 건 절대로 기대하심 안 됩니다. 지하 3층에서 시작해서 멘틀 근처까지 파내려가는 이야기라서요.

 뭐 그렇습니다. 어디가서 잘 봤단 얘기 하면 매장 당할 것 같은 영화지만 여긴 온라인이니까, 기괴 체험 차원에서 잘 봤습니다. ㅋㅋ




 + 도무지 멀쩡한 스틸들을 찾기 힘든 영화였습니다. 검색하면 그냥 딱 봐도 바로 불쾌해지는 이미지들의 향연이... ㅋㅋㅋ

 


 ++ 제목 '메갈로매니악'은 '과대망상증 환자'라는 뜻이라네요. 영화 내용과 그다지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데...



 +++ 스포일러입니다.


 직장에서 계속되는 성적 학대와 착취로 멘탈이 나간 동생은 결국 오빠에게 sns에서 자기가 선망하던 여성을 잡아와달라 부탁하고. 오빠는 동생의 소망대로 그 여자를 잡아다가 혀를 자르고 쇠사슬로 묶어서 애완동물(...)로 던져 줘요. 동생은 신이 나서 이 사람을 씻겨도 주고 밥도 먹여주고 하는데. 이야기 전개상 점점 더 흑화되면서 나중엔 진짜로 동물 취급을 하며 학대를 하네요. 그러다 정기 방문으로 집에 들렀던 사회복지사가 주인공 남매가 없는 틈에 이 여성을 발견하고 도망시켜 주는데, 복지사 본인은 이에 분노한 동생에게 망치로 머리를 수십대 얻어 맞고 사망. 기껏 도망쳤던 여자도 차를 타고 쫓아간 오빠에게 붙들려와서 다시 묶이고는 완전한 절망에 빠집니다.


 그 와중에 동생은 그동안 당했던 성폭행의 결과로 임신을 했고. 뭔가를 결심한 후 태연하게 직장에 찾아가 자길 성폭행했던 직원 둘과 착한 사람인 양 행세하면서도 그걸 묵인했던 상사를 집으로 초대해요. 뭔가 할 얘기가 있다고, 맛있는 음식과 술을 잔뜩 준비하겠다며.

 정상적인 악당들(?)이라면 당연히 의심을 해야겠지만 우리의 작은 악마들은 너무나도 뻔뻔해서 아무 의심 없이 초대에 응하고, 결국 (아마도 마취제인 듯한) 독을 먹고 헤롱거리며 뒤늦게 탈주를 시도합니다만. 오빠에게 붙들려 모두 처참하게 난도질 당해 죽고요. 오빠가 그렇게 1:3으로 무쌍을 찍는 동안 동생은 진통이 와서 홀로 소파에 앉아 출산을 합니다. 그런데... 이 때 몰래 열쇠를 숨겨 갖고 있던 유괴 피해자 여성이 목줄을 푸는데, 이미 이 남매와 공포감에 완전히 길들여지기라도 한 건지 도망을 가지 않고 동생 옆에 애완동물처럼 앉아서 출산 과정을 지켜보고 있네요.


 결국 동생의 원수들을 다 처리하고 피칠갑이 되어 돌아온 오빠와 애완동물이 된 피해자가 바라보는 가운데 방금 낳은 아기를 품에 안고 바라보는 동생의 모습을 길게 보여주고요. 그때 집 안에 이유를 알 수 없게 쌓여 있던 흙더미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아빠의 악마 같은 모습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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