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2023.04.12 14:56

Sonny 조회 수:686

저는 당신이 누군지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도 아마 힘들고 "맛있는" 운동을 끝낸 뒤 개운한 기분으로 샤워를 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근육이 붙는 것 자체보다도 그 순간의 기분이 헬스의 가장 크고 강력한 보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땀을 씻어낼 때 그 순간은 자발적 고통 뒤의 해방감 그 자체이기도 하니까요. 유산소를 했든, 근력을 했든, 혹은 자전거에 앉아서 슬렁슬렁 페달만 돌리면서 쯔양 먹방을 보셨든, 당신이 헬스장에서 보낸 시간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이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운동하시고 나서 너무 지치셨나봅니다. 아니면 샤워타월을 깜빡하셨을까요? 샤워실에 공용으로 비치된 흰색 비누 중 하나의 상태가... 저는 진짜로 당신이 짧은 곱슬머리의 소유자라는 걸 믿고 싶습니다만 제 자신을 차마 속일 수가 없군요. 어쩜 그렇게도 많이 묻혀놓으셨는지... 보자마자 오만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당신은 콧노래를 부르며 몸을 깨끗이 씻으셨겠지만, 당신 뒤에 들어온 사람들은 그 샤워기 앞에서 흠칫했을 것입니다. 왜 그렇게 비누를 능욕해놓으셨나요? "헤어투성이"인 그 비누의 상태가 정말 처참해보였습니다. 그 비누를 당신이 쓰고 난 뒤 다른 사람도 쓸 거라는 걸 까맣게 잊어버리셨을까요? 헬스장 운영비를 걱정하며 그날 담당자가 그 비누를 "제모"해줬어야 할 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정말 너무하셨습니다. 왜 손에다 거품을 내지 않으셨을까요?


당신의 그 무심한 비누칠을 지탄합니다. 현장에서 적발된다면 저는 바로 당신의 손아귀에서 비누를 구해낼 것입니다. 당신이 비누에 "헤어질 결심"을 하는 걸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아 타월 갖고 다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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