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구석들' 읽고 잡담

2023.04.17 18:00

thoma 조회 수:240

이 책은 에밀 졸라가 1871년 1권을 내기 시작한 루공 마까르 총서 중에 1882년에 출간한 열 번째 작품입니다. 

20권 중 그리고 20년 동안의 시기 중 총서의 중간에 위치하는 책이라고 합니다. 

이보다 몇 년 앞서 나온 7권 '목로주점'이 크게 성공해서 이때부터 부와 명성을 얻었다고 하고 이 책 바로 앞 9권이 '나나', 이 책을 이어서 11권이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입니다.(집에 있는 책부터 읽으려고 했는데 어떤 후기에 이 백화점 배경 소설이 '졸라 재밌었다'(!) 그래서 급궁금해졌습니다.) 

여러분, 고전은 고전입니다. 너무 길다, 남의 나라다, 남의 시대다, 이름도 헷갈리게 어려운데 등장인물도 얼마나 많다, 도대체가 나의 상황과 안 맞다 -- 우리를 주저하게 하는 이런 기타등등을 쌩까고 시간을 투자할 일입니다. 옹색한 나의 시공간이 조금은 숨쉴만한 세계같고 조금은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로 치면 빌라로 볼 수 있는 5층 주거 건물에 입주해 있는 10가구 정도의 브루조아 집구석들이 주인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집에 사는 인물들에게는 '내면'을 느낄 수 없어요. '속'을 알 수 없다고 할 때의 속마음과 달리 내면이라는 단어에는 '반성적'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뜻에서 내면이 없는 것 같습니다. 타인들의 비행에 대한 비난은 난무한데 자신이 하는 똑같은 짓에 대해선 너그러운 양해가 끝도 없이 점철됩니다. 좀 막장 드라마 보는 느낌도 있고 인물들이 하나같이 무반성적이라는 점에서 에밀 졸라의 이 계급에 대한 원한까지도 짐작하게 합니다. 이렇게 세밀하게 천박함을 한 줄 한 줄 적어나가자면 진저리가 났을 거 같거든요. '목로주점, '나나'에 대한 평론가들 반응이 매우 부정적었답니다. 쓰레기 같은 소재를 다루며 외설적인 표현을 썼다고 비난했다네요. 이런 비난에 대응해서 그렇다면 고상한 브루조아 계급의 이중성을 정면으로 적극 다룬 소설을 써보겠다고 한 것이 이 작품이라고 합니다. 브루조아라고 해서 다 이 작품 속의 인물 같진 않겠지만 그들의 고상한 인품이나 세련된 교양의 긍정적 측면을 다루어 주기엔 그러한 인품과 교양을 떠받치고 있는 하층계급의 안뜰과 뒷방의 비참이 차고 넘친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제가 뭐 평 비슷한 것을 할 능력은 안 되고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이 한결같이 왜 이 지경인가를 생각해 본 것입니다.

  

소설에서 호감 가는 인물이나 고양되는 장면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술술 페이지가 넘어가며 잘 읽히는 작품입니다. 

브루조아, 라고 해서 의사, 판검사, 장사꽤나 잘 되는 점주나 사업가 정도를 떠올렸는데 포목점의 점원도 친인척으로 살짝 엮이면 그 계급으로 취급하더군요. 가게 하나를 갖거나 가게의 점원이라도 된다면 막노동꾼이나 마부, 하인 등과는 신분에 차별을 두고 (새끼)브루조아로 취급하는 거 같았습니다.     

전체 중에 특별히 인상적인 부분은 거의 끝에 6페이지 걸쳐 나오던 하녀의 출산 장면이었습니다. 졸라의 명성에 값하는 무서운 묘사였습니다. 

어느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소설책을 빌리면서 발자크의 책을 기피하네요. 그러며 하는 얘기가 졸라 자신에 대한 말 같아서 웃겼습니다. "그 작가는 늘 불쾌한 얘기만 해대니까요. - 이건 실제 사는 얘기하고 너무 비슷해요."(그래서 읽기가 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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