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동화 속의 음식들

2023.04.27 14:27

조회 수:571

1. 크리임


크림이죠 크림. 제가 동화 읽을 때는 크리임이라고 더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아침에는 매일 크리임을 먹었습니다.'

이게 '장화 신은 고양이' 마지막이었어요. 일일이 인형을 사진찍어 만든 그림책이었는데, 장화 신은 고양이가 푹신해 보이는 침대에 앉아서 숟가락으로 뭘 퍼먹더군요.


크림이 뭔지 그때는 좀 의아했어요. 

유크림을 처음 사먹어 본 게 스무 살 때고, 그때도 광진구 강남구 여의도의 비싼 아파트 슈퍼에나 가야 구할 수 있었거든요. 아니면 백화점 식품 코너. 그리고 한남동에 유명한 식재료 마트 있었는데 이름은 잊어버렸네요. 대학생 때 과외비 받고 제일 처음 산 것이 그 아파트 슈퍼에서 파는 서울우유 생크림 1000 밀리짜리였어요.

제가 이 동화를 읽을 무렵 케이크는 죄다 버터-라고 퉁치던 마가린- 크림이었죠. 호텔 케이크는 못 먹어봐서 모르겠어요. 그나마 케이크 자체가 귀한 거여서 그것도 맛있다고 먹었습니다. 크림빵도 물론 있었는데 그건 커스터드 크림 아니면 버터(=마가린) 크림이었고 말이죠. 아침마다 이걸 먹는다는 게 도무지 상상이 안 되더군요. 잘은 몰랐지만 그 크림이 그 크림이 아닌 건 막연하게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2. 고기와 복숭아가 든 빵


시간 순서론 이게 먼저입니다.

'백조 왕자' 도입부에 나오는 음식이에요. 왕이 재혼을 하면서 잔치 음식을 자식들에게 주는데,  다른 때 주던 고기와 복숭아가 반 쪽씩 들어간 말굽 빵을 안 줘서 유리 잔에 모래를 담아 먹는 흉내내며 놀았다는 묘사가 나와요.  피자빵을 처음 먹어보려면 십 년, 진짜 피자를 먹으려면 십이 년을 기다려야 했던 당시의 저는, 빵 속에 고기라니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가끔 모래 장난 하는 아이들 보면 이 동화가 생각났는데, 그런 아이들 본 지가 무척 오래된 기분입니다. 

백조 왕자에서 막내 오빠 팔 한 쪽이 백조 날개로 남는 건 지금 생각해도 슬퍼요.


3. 크리임이 동동 뜬 우유


요건 머리 좀 굵어서 읽은 '비밀의 화원' 에 나오는 음식이에요.  이걸 감자랑 먹는 건 좀 의외였지만 이 책 덕분에 아직도 구운 감자를 좋아하니까 괜찮습니다. '고기 들어간 빵'만큼 이질감이 들었던 것도 아니고요.  

주인공의 가난한 친구의 엄마가 친구들을 위해 매일 가지고 오는 음식이에요. 머리가 좀 굵었던 저는, 가난하다면서 양동이에 든 우유를 매일 가져 오는 건 무슨 경우인가 궁금했어요. 하지만 의문은 중요하지 않고, 크리임은 구할 수 없으니까 우유에 마가린과 설탕을 녹여 넣고 이게 그거라고 상상했었죠. 물론 마가린은 우유에 녹지 않아요. 그냥 으깨 넣고 단 우유를 마신 거죠. 마가린이 일부 입으로 들어갔기때문에 크리임의 느끼함도 느낄 수 있었고 말입니다.


4. 금은 케이크


빨간 머리 앤에 나오는 케이크입니다. 전에 모 유저분께서 이 케이크만은 못 찾겠다 하셨던 게 생각납니다. 떠오를 때마다 찾아보지만 역시 못 찾겠어요.


5. 약과


콩쥐 팥쥐에 나오죠. 기름, 조청, 곡식가루라는 귀한 재료로 만든 데다 달기까지 하니까 그 시절 얼마나 맛있는 음식이었을까 상상이 됩니다. 사탕하곤 다르게 요기도 되고요.

콩쥐 밭 대신 갈아준 소가 콩쥐에게 먹을 것도 줍니다. 약과만 줬는지 다른 것도 줬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약과는 있었어요.  그게 어디에서 나왔는가 하면...항문에서 나왔다는 것이 문제. 말도 하는 소니까 뭐 괜찮...겠...죠? 


번외로,  전 어릴 때부터 팥을 좋아했기 때문에 대체 왜 착하고 예쁜 아이가 콩, 못생기고 못된 아이가 팥인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6. 떡


장화 홍련에서 의붓 동생 장쇠가 떡보로 나옵니다. 둘 중 하나를 죽이고 오다가 호랑이한테 물려서 팔을 하나 잃는데 장쇠 어멈이 떡을 계속 주면서 떡을 많이 먹으면 팔이 다시 나온다고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이건 책에선 가물가물 하고 -쥐의 충격이 너무 컸어요- 티비에서 극으로 봤죠. 굉장히 기분이 이상했어요. 장화 홍련 이야기를 똑 떼고 보면 팔을 잃은 좀 모자란 아들에게 계속 거짓말을 하는 엄마 마음이 슬프기도 하고, 그런데 장화 홍련 이야기에서 장화 홍련 이야기를 뗄 수도 없고. 말 그대로 '이상' 한 기분을 느꼈었죠.  


7. 간과 허파(음식일까요?)


순대 먹을 때 두 번에 한 번 꼴로 생각납니다. '백설공주의 간과 허파를 가져오너라.'

 일곱 살 쯤에 백설공주를 읽었는데 이 대사가 아주 강렬해요.  일단 간과 허파가 뭐냐고 물어야 했는데 설명을 뭐라고 들었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어찌어찌 이해는 했던 것 같긴 한데, 저더러 일곱 살짜리가 간과 허파가 뭐랴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지 난감하네요.


8. 흰 빵, 검은 빵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에 나왔어요. 전 이걸 만화로 읽어서 원작에도 있는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클라라 집에 간 하이디가 자기 할아버지였나 아니면 동네 할머니였나 드리려고 자기 몫 흰 빵을 모으거든요. 흰 빵은 밀로, 검은 빵은 호밀로 만든다고 누군가가 하이디에게 설명해주는 장면도 있어요. 호밀이 더 잘 자라나봅니다. 

이때 만화에 그려진 빵들은 거의 미니 바게트처럼 생겼었어요. 럭비공처럼 생겼는데 중간중간 가로 줄이 들어가 있었죠. 무슨 빵을 묘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빵 하면 저는 그런 빵이 떠오릅니다. 물론 먹어본 적은 없어요. 바게트 말고는.



마무리를 어떻게...? 

....배고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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