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오페라의 유령'이 부산에서 공연 중입니다.


극장에서 보는 건 국내외 합쳐서 이번이 4번째였고, 영화버전이나 25주년 기념 공연 등등 여러 매체를 통해서 뭐 본 만큼 본 작품인데요,

감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본 최고의 버전이었습니다.


- 조승우

솔직히 조승우씨가 노래를 뮤지컬 배우나 성악가처럼 잘 부르는 건 아니에요. 비음도 강하고 특유의 습관도 있고.

특히 고음을 지를 때 좀 불안불안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가창력이 떨어져 못듣겠네' 정도는 아니고 나름 상당히 잘 부르네요.

무엇보다도,,,,감정 표현이 정말 지립니다.

'오페라의 유령' 무척 좋아하기는 하지만 슬프거나 마음이 울컥한 적은 없는데...오우, 마지막에 눈시울이 막 뜨거워짐.

진짜 이런 유령은 처음이에요. ㅎㅎㅎ 카리스마보단 마음 짠하게 만드는 애잔한 오유. 

진심으로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 손지수

사전정보 없고 뉘신지도 몰랐는데 think of me부터 제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혹시 전성기 때 사라 브라이트만이 오셨나???' 

음색이 매우 비슷하네요. 뒷조사를 해보니 이 분 커리어가 장난 아니셨네요. 대단하신 분.

집에 와서 사라 브라이트만 초기 OST를 다시 들었는데 장담합니다만 손지수씨가 훨 나아요. ㅎㅎㅎ

제 최고의 크리스틴은 시에라 보게스였는데 손지수씨로 바꿀랍니다. 정말 대단했어요.

진심으로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 황건하

크.....이 분은 일단 비주얼이 라울과 너무 잘 어울리고....노래는 뭐 말할 것도 없고....

이분도 감정 표현이 탁월하네요. '오페라의 유령'에서 라울은 좀 조연같이 제 3자로 머무는 경향이 있는데 황건하씨는 그 존재감이 대단했습니다.

진심으로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 윤영석, 이상준, 조하린

사실 이 뮤지컬에서 잔잔한 재미를 주시는 세 분들인데...오우, 이 세 명은 정말 자기 역할을 충분히 잘 해주시네요.

세 분의 발음이 아주 정확하고 고퀄이었습니다. ㅎㅎㅎ 특히 이상준님의 피르맹은 '오우, 저 캐릭터가 저렇게 치고 나오면 어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습니다.


- 한보라, 박회림

날씬한 칼롯타도, 늘 재미진 피앙지도 좋았습니다. 박회림씨는 아마 이 공연 때문에 팬텀 싱어에서 하차하시는 것 같네요. 아까비.


전반적으로 이번 캐스팅 분들 연기력과 노래 실력이 제 기대치를 가뿐하게 넘어섰습니다.

아, 이정도 감동은 브로드웨이 가서도, 웨스트엔드에서도 못 느낄 거 같아요. 진심입니다.


드림씨어터 음향이 매우 후져서 전 늘 투덜투덜 거렸는데요, 이번에 매우 좋더라고요. 손 좀 보신 모양입니다.

소리도 깨끗하게 들리고 오케스트라 연주도 아주 잘 들렸습니다.

무대 장치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발전하는 건지, 아주 화려하고 아름답더군요. 

드림씨어터 무대가 매우 협소하다는 것이 좀 아쉽....


종합적으로 '그냥 익숙한 뮤지컬 조승우 워낙 유명하니까 한번 보자'고 갔다가 완전 충격 먹고 왔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 정말 대단해요. ㅎㅎㅎㅎ 그리고 관객분들도 매우매우 수준이 높고요.


단 하나, 마지막 커튼콜 때 기립박수를 쳤는데요, 1층은 전원 기립박수 분위기였지만 제 자리가 2층 1열이었는데 객석 뒤에서 '안보이니까 앉으라'는 투덜거림을 받았습니다.

아니, 이런 공연을 보고 앉아서 박수를 칠 수 있다니....

잠시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서 박수를 쳤습니다. 어쩔 수 없었어요. 무대에서 보는 배우들도 2층에서 일어난 관객들 보고 감동하실 것 같고.

제가 본 게 맞다면 조승우씨랑 저랑 눈 0.1초 마주쳤습니다. ㅎㅎ


혹시 볼지 말지 고민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보세요.

표값이 좀 쎕니다만 후회 안 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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