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89분. 스스로는 장르가 SF/호러라고 주장하네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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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역하자면 대략 '밀월 기간' 쯤 되는 걸까요? '더 허니문' 보단 이게 낫겠다 싶지만 뭐 제목 붙이는 분들 생각은 늘 다르게 마련이니까요.)



 - 이브와 톰이라는 커플이 나옵니다. 결혼은 안 하고 동거 중인 모양인데요. 언젠가 결혼을 할 생각으로 사귀고 있긴 합니다. 남자는 글을 쓰고, 여자는 그 책의 표지와 삽화를 그려 콤비로 성공해 보겠다는 참 낭만적인 인생 목표를 갖고 있네요. 다만 문제는 둘 다 당장 돈 나올 구석이 없어서(...) 그러다 어느 공고를 봐요. 과학자 아저씨가 실험을 한다는데 그 주제란 게 '신혼의 달콤함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며 어떻게 사라지는가'라는군요. 영국 사람도 아닌데 이런 쓸 데 없는 실험을... ㅋㅋ 암튼 지원해서 일정 기간 동안 진행되는 실험을 끝까지 수행하면 5만 달러!! 를 준다니 급전에 혹한 이 둘은 실험에 자원하고, 당연히 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겠죠.

 아, 제가 중요한 걸 깜빡했군요. 도입부에 톰이 나와서 나레이션을 했는데 그 내용이 이렇습니다. "제 아내는 그토록 기다렸던 결혼식날에, 식을 마치자 마자 자살해 버렸어요. 엉엉엉."

 그러니까 결말을 던져 놓고 그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나름 도전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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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옷과 헤드셋으로 SF인 셈 칩니다. 가난하거든요. 이해해 주시죠?)



 - 네, SF & 호러입니다. 전 스릴러에 가깝다고 봤지만 뭐 그게 그거죠. 

 기본 설정만 보면 무슨 로맨틱 코미디 설정 같은 내용이고 SF가 개입될 여지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진짜로 로맨스 영화에나 어울릴 음악들과 슬로우 모션을 깔아서 그런 분위기도 잡아 주고 그래요. 하지만 실험을 시작할 때 마취(!)를 시킨 후 '레드 썬!'하고 깨어나니 갑자기 어딘지 모를 모델하우스처럼(혹은 SF처럼ㅋㅋ) 깨끗한 집으로 이동되어 있고. 이유를 알 수 없게 둘은 무슨 스타트랙 수트 같은 걸 입고 있으며 먹고 싶은 걸 얘기하면 튜브를 통해 바로 뭐가 툭 하고 떨어지고 실험자들은 홀로그램으로 나타나 설명을 하며 그 집에 설치된 각종 전자 장치들도 그냥 뭔가 최첨단이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후반에 드러나는 이 실험의 진상은 분명히 SF의 그것이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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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그램이라니!!! 이게 SF가 아닐 수가 있... 겠는데요. 흠.)



 - 일단 SF로서 '개연성'을 먼저 생각한다면 음... 꽝입니다. ㅋㅋㅋ 그냥 말이 안 돼요. 배경이 미래도 아닌데 도무지 합리화할 수 없는 미래의 테크놀로지가 아무렇지도 않게 쑥쑥 튀어나오거든요. 그나마 거기에 대한 무슨 설명이나 핑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런 것입니다' 라는 식이라서 많이 무책임하죠. 그러니까 과학 기술에 대해 숙고하는 식의 SF는 별로 아니구요. 그냥 '사고 실험'을 하는 SF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대충 관대하게 봐 줄... 수도 있겠죠. 전 그랬구요. ㅋㅋ

 그러니까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대충 납득 가능할만한 식으로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환상특급의 에피소드 하나로 어울릴 이야기'라고 다시 또 한 번 우겨볼 수 있겠습니다. 진지하게 디테일 따지지 말고 걍 상상력 자체를, 그리고 거기에서 뽑아내는 이야기를 보자구요? 라는 관대하고 관대한 태도로 보셔야 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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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냥한 의사 선생님.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분입니다. '로스트', '배리', '익스팬스', '버즈 오브 프레이'에다가 에피소드 하나만 나온 시리즈까지 다 하면 어마어마... ㅋㅋ)



 - 안타깝게도 단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영화가 1차 반전이자 중요한 떡밥으로 삼고 있는 부분이 너무 쉽고 노골적이에요. 보세요, 부부가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면 분명히 아내가, 아내만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남편이 계속 수상한 짓을 해요. 그렇담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겠습니까?


 그래도 제가 초반, 중반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건 이것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진짜로 '신혼의 달콤함은 어떻게 사라지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려는 영화인지. 아니면 그딴 거 다 미끼, 떡밥이고 전혀 상관 없는 다른 이야기로 점프할 영화인지. 이게 궁금했거든요. 그리고 대략 중반까진 그 답이 선명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이 쪽으로 갈 수도 있고 저 쪽으로 갈 수도 있고 그런 식이에요. 덕택에 너무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집중해서 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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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장르는 호러/스릴러입니다. 그거슨 분명.)



 - 음. 미약하지만 스포일러일 수도 있어서, 중후반 이후의 전개에 대해 설명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어차피 스포일러는 끝에다 따로 적을 생각이고 하니 설명은 관두고 장님 코끼리 다리 더듬는 소리들로 정리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히 초반은 좀 뻔하고 식상한 느낌입니다만, '대체 어떤 주제를 다루려는 것인가'라는 호기심으로 버텼구요.

 중반을 넘어가며 1차 반전(이라지만 누구나 다 짐작할 수밖에 없는 뻔한)이 드러난 후 부터는 가정 폭력을 소재로 하는 부부 관계 스릴러가 되는데 이 부분은 제법 감정 이입이 됩니다.

 그러다 클라이막스에 도달해서 최종 진실이 다 드러나고 난 후엔... 그 화끈한 '그냥 그런 셈 치자고!!'에 감탄(?)하면서, 그래도 주인공에게 이미 되어 버린 감정 이입과 나름 재밌게 꾸며 놓은 상황 설정 때문에 그냥저냥 재밌게 봤구요.

 그렇게 만족스럽게 끝내려는데, 아 맞다. 초반에 그 나레이션!! 이 떠오르면서 결국 기분 찜찜하고 안 상쾌하게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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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맞다 이거!!! 짜증나)



 - 그래서 결론은요?

 좀 무책임하고 대충이지만 '응 그런 셈 쳐 줄게'라고 생각하고 보면 나름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품입니다.

 여러모로 부족하고 부실한 부분이 되게 많지만 이런 소재, 그러니까 수상한 배우자 때문에 고통 받는 여성을 다루는 스릴러 같은 이야기에 잘 이입하는 분들이라면 기대치 확 낮추고 그럭저럭 즐기실 수 있을만한 영화라고 느꼈어요. 두 주인공 배우들도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구요. 덕택에 저도 '그럭저럭' 잘 봤구요.

 하지만 과연 돈 없는 티와 설정의 어설픔이 동반으로 작렬하는 도입부를 무심한 듯 시크하게 넘기실 수 있을 분이 얼마나 있을까... 라는 의심이 드는군요. ㅋㅋㅋ

 뭐 그러합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횡설수설인데 여기까지 읽느라 고생하신 분들은 걍 스포일러라도 보시죠. 죄송합니다. ㅋㅋ




 + 네,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초반에 대략 이런 수상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실험을 지원하기 위해 상담역할을 하는 홀로그램 어시스턴트가 갑자기 이브에게 '톰을 믿지 말아요.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에요'라는 말을 하고선 시치미를 떼구요.

 한밤중에 갑자기 주인공네 집 현관 유리문 앞에 다른 실험 지원자 여성이 나타나서 문 열어주세요! 살려줘요!! 라고 외치는데 문은 안 열리고, 그 여성의 남편이 따라와서 여성을 기절시키고 끌고 갑니다. 그런데 실험실 cctv에는 아무 것도 안 찍혔다는 거.

 실험을 시작한 이후로 톰은 자신이 쓰던 글을 단 한 줄도 더 적지 못하고 계속 이래저래 핑계만 댑니다.

 첫날 밤 섹스를 할 때부터 톰이 좀 예전과 다르다는 걸 느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키스를 할 때도 예전의 그 분 스타일이 전혀 아닙니다.

 돈 없어서 대리 만족으로 둘의 모습을 합성해서 만들었던 여행 사진을 보며 '아, 여기 갔을 때 우리 정말 행복했지' 같은 소릴 하고선 이상하게 둘러대구요.

 결정적으로 자꾸만 농담인지 진담인지 '우리는 부부이고 넌 내 아내잖아' 라는 소릴 합니다. 얘들 결혼 안 했고 이 실험 참가하느라 했다고 뻥만 친 거거든요.


 이쯤 되면 뻔하죠. 주인공과 살고 있는 이 인간은 톰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렇담 도대체 이 놈은 뭔가. 이 실험의 목적은 또 무엇인가. 이런 건데요.

 그때쯤에 갑자기 주인공이 임신을 합니다(...) 그리고 톰은 뛸 듯이 기뻐하는데 문제는 애초에 둘은 절대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합의를 한 관계였다는 거죠. 이브가 절대 원치 않았고 톰도 기꺼이 동의해 놓고선 임신한 걸 보고 신나서 아기 이름 걱정하는 걸 보고 어이가 날아가는 이브. 


 게다가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더 있는데, 하나는 임신의 진행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빠르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임신 후로 톰이 아주 강압적인 성격으로 변해서 이브를 사사건건 구속하고 폭력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실험을 그만두자고 해도 안 듣고 오히려 화만 내구요. 그래서 화장실에 숨어 엉엉 울던 이브는 더욱 더 환장할 것을 발견하는데, 화장실 휴지통에 구멍난 콘돔들이 들어 있었던 거죠. 이 인간이 의도적으로 임신을 시킨 겁니다!! 그리고 그걸 따지다가 결국 톰도 선을 넘고, 이브를 죄수 내지는 인질 취급하기 시작해요.


 근데 그 때 이브가 집 벽에 나 있던 수상한 구멍에 주목합니다. 그걸 좀 뜯어서 들여다보니 지하에 무슨 시설 같은 게 보이네요?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암튼 거기에 모든 걸 걸고 이브는 톰을 방심 시킨 후 포크로 톰의 옆구리를 마구마구 찔러댄 후에 벽을 뜯고 들어가 그 지하 시설로 도망을 쳐요. 그리고 거기에서 이브가 발견한 것은...


 인간 복제 시설입니다. ㅋㅋㅋ 알고 보니 이 실험의 주최자는 인간 복제 전문가였구요. 사별한 자기 아내를 되살리기 위해 실험 중이었던 거죠. 그럼 대체 왜 '신혼의 달콤함' 어쩌고 하는 뻘짓을 했느냐면, 복제 자체는 이미 다 끝났는데 문제는 '기억'이었다는 거에요. 그래서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서 인간의 기억까지 복제해내는 말도 안 되는 기술까지 개발해냈는데 다만 이게 완벽하지가 않아서 미세 조정이 필요했다는 거죠. 그래서 커플들을 박박 긁어 모아서 둘 중 하나를 복제해서 바꿔치기 하고, 그 복제품을 진짜의 파트너와 살게 하면서 블라블라...


 응. 됐거든. 하고 주인공은 저항을 하고, 어찌저찌하다 이 놈 저 놈 거의 다 죽여버리고 탈출하려는데 그때 톰이 나타납니다. 근데 동시에 둘이 나타나요. 둘 중 하나는 복제 당한 원본이고 다른 하나는 조금 전까지 같이 생활했던 복제품일 텐데, 문제는 이 쓸 데 없이 성의 넘치는 실험팀이 복제 톰이 다치는 순간 원본에게 그 상처까지 똑같이 만들어줬다는 거죠. ㅋㅋ 게다가 복제품은 그동안 함께 살며 습득한 정보 덕에 이제는 원본과 거의 동일한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추억 문답으로 해결이 안 돼요. 당장 빨리 도망쳐야 하니 시간도 없는데 넘나 복장이 터지다가 결국 주인공이 생각해낸 건 아기가 들어 있는 자기 배에다 총을 겨누는 겁니다. 그러고선 좀 더 강하게 발작하는 쪽을 쏴 버리고 나머지 한 쪽과 도망을 쳐요.


 시간이 흘렀고, 아이는 유산되었고, 결국 둘은 진짜로 결혼식을 올립니다. 그러고 신혼 여행을 가서 드디어 이 사건 후 첫 섹스를 하는데, 도중에 이브의 눈길이 가서 닿은 곳엔 콘돔 껍데기가 있었고, 근데 정 가운데 구멍이 뻥 뚫려 있었고(...) 저리 꺼지라고 화를 내는 이브를 보고 도리어 더 화를 내던 복제 톰은 홧김에 이브를 목졸라 죽여 버리고는 자살한 것처럼 위장해 놓고 호텔 방을 떠납니다. 그러고 도입부의 그 나레이션 장면으로 돌아와서 '정말 우리는 완벽했는데!!' 운운하며 서러워하고...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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