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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의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카리나 편을 보고 조금 기이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진행자인 이영지와 게스트인 카리나 사이의 대화가 매우 공허하게 들렸거든요. 뭔가 알맹이있는 대화를 하질 않습니다. 그냥 카리나 너무 이쁘다, 여자친구했으면 좋겠다, 짱구 좋아한다더라, 하는 지극히 사소한 대화만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화 자체는 뭔가 소란스럽고 왁자지껄합니다. 분위기가 내용을 압도합니다. 그러니까 얼핏 보면 되게 신나고 흥미로운 대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꼭 진지하거나 속깊은 대화를 해야한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그 둘의 대화를 공허하다고 느꼈던 건 이영지가 카리나에게 건네는 말들이 바넘 효과에 기대는 동조화의 언어였기 때문입니다. 언니는 사실 이런 사람이구나, 언니의 그런 특징을 나도 사실 갖고 있어, 언니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어 등등. 성인이라면 아무도 속지 않을 대화법인데 그런 언어를 쓰는 게 좀 우악스럽게 보이기도 하더군요. 카리나도 그런 대화에 쉽게 휩쓸려주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영지가 내향적 성격이기에 낯선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을 극복하려고 저렇게 서둘러서 친해지는 방법을 쓴다고도 느꼈습니다만, 더 근본적으로는 이 유튜브 예능의 구조가 문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예능은 근본적으로 성립할 수가 없는 예능입니다. 한국에서 제일 감시와 평가를 많이 받는 직업군인 아이돌이, 술먹방에 나와서 최대한 편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합니다.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술에 취해서 여자아이돌이 아 우리 소속사 사장 x같애, 라거나 사생팬들 머리통 다 부수고 싶어 이런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혹은 그보다 약하지만 평소 품고 있는 솔직한 생각을 꺼내놓거나 술에 취해 흐트러질 수 있을까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아이돌이 그런 리스크 높은 짓을 할리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불가능한 편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이영지 혼자서 말도 놓고 사람을 다 아는 것처럼 굴면서 편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저런 무리수를 던집니다. 특히나 아이돌과 그 팬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지극히 안전하고 뻔한 질문들만 나열합니다. 이번에 외모평가 논란이 터진.것도 전 이런 맥락에서 보고 있습니다. 할 말이 없으니까, 그냥 외모 이야기밖에 할 게 없는거죠. 그런 면에서 이 예능은 이룰 수 없는 리얼리티에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 그럴 수록 언리얼해진다는 인상을 남깁니다. 제가 저번에 소개한 피식쇼와 반대의 사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 미노이의 요리조리(우원재의 요리조리), 침착맨의 유튜브와 비교해보면 여러가지로 재미있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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