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작이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3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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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는 그냥 '더 골렘'입니다만, 번역제도 아주 나쁘진 않아요. 이게 결국 골렘 이야기가 아니라 골렘을 만들어낸 여성의 이야기라서요.)



 - 1673년 리투아니아 변두리의 유태인 마을입니다. 자기들끼리 고립해서 모여 살겠고, 당연히 전통 중시, 종교적으로 아주 신실한 분위기겠죠. 

 주인공 '한나'는 몇 년 전에 하나 있던 아들을 사고로 떠나보내고 남편과 둘이 살아요. 둘 다 아들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남편은 새 아이를 만들고 싶은데 안 생기는 게 문제이고 한나는 유대교 신비주의, 카발라에 빠져서 요상한 생각만 하고 사는 게 문제이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황당한 일이 벌어지죠. 이 마을 밖에서 역병이 돌았는데, 아마도 도적 집단 리더인 듯한 아저씨가 자기 딸이 병에 걸려 죽어간다며, 이 빌어먹은 유태인 놈들이 저주해서 그런 거라며 마을에 쳐들어와 점령하고는 당장 딸을 고쳐내라고 난리에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을 사람 몇이 죽고, 분노에 떨면서도 아무 것도 못 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빡친 한나는 자신이 갈고 닦은 주술로 골렘 소환술을 시전합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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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골렘 위치' 같은 표현은 안 나오구요. ㅋㅋ 우리의 주인공은 그냥 '한나' 되겠습니다. 빨강 머리라니 비주얼부터 몹시 불온하군요!!)



 - 다 보고 나서야 알았는데, 이스라엘 국적 영화입니다. 하긴 이렇게 대놓고 유태인들만 나오는 영화를 유태인, 이스라엘과 관계 없는 사람이 만들었으면 그게 이상했겠죠. 근데 제작, 배급은 미국 회사가 했고... 음. 뭐 대충 넘어갑시다. ㅋㅋ 어차피 대사는 또 다 영어로 되어 있어서 별 신경도 안 쓰여요. 배우들은 미국 사는 유태인 or 이스라엘 출신 배우들을 주로 캐스팅한 것 같구요. 실제 촬영 장소는 우크라이나이고 뭐 그렇습니다. 참으로 지구촌이기도 하죠. 암튼 이런 게 중요한 것은 아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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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요 이상으로 다크하게 간지가 나서 각종 호러 영화 아이템으로 각광 받는 그 시절 의사 마스크들. 근데 저거 진짜 기분 나쁘게 생겼어요. ㅋㅋㅋ)



 - 영화를 보면서 좀 당황했습니다. 당연히 평소에 제가 주로 보는 B급 호러 무비들 톤을 예상하며 봤는데요. 이게 의외로 되게 진지하게 만든 사극입니다? ㅋㅋ 제가 역사 지식이 없어서 제대로 평가할 순 없겠지만 나름 그럴싸한 분위기로 그 시절 동유럽 구석에 모여 살던 유태인 집단의 일상을 디테일하게 다뤄요. 모여서 예배하고, 여자들은 무슨무슨 일을 하고, 이들이 대체로 어떠한 가치관을 갖고 있으며 어떤 삶을 사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주고요.


 그 와중에 우리의 주인공 한나는... 그러니까 시대에 안 맞는 의지를 가진 죄로 고통 받는 여성입니다. 종교인, 특히 남자들의 전유물로 취급되는 '지식'에 대해 관심이 많구요. 다행히도 이해심 많은 남편 덕에 남몰래 카발라를 열심히 공부하죠. 2세를 만드는 것도 그렇습니다. 한나는 첫째를 잃은 상처와 그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다시 자식을 낳을 생각이 없어요. 하지만 한나가 속한 사회는 물론 나름 이해심 많은 남편마저도 '여자의 일을 하라'는 주장을 하며 한나를 압박해요. 그렇습니다. 이 또한 여성 중심 서사를 다루는 호러 무비인 것이지요.


 그래서 결국 이 영화의 악당은 두 가지가 됩니다. 하나는 말도 안 되는 어거지를 쓰며 마을을 침략한 범죄자 이교도 패거리들이구요. 다른 하나는 한나를 옥죄는 환경 그 자체, 그러니까  한나가 속한 17세기 유태인 마을의 문화와 구성원들이죠. 이렇게 '결국 사방이 적이다!!!' 라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깔아 놓고 한나가 골렘을 소환하니 앞으로 펼쳐질 상황은 어렵잖게 눈에 그려지고, 진짜로 그렇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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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편 & 악당들이라는 구도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주인공에겐 누구 하나 보탬이 되지 않는 것들일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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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뙇! 하고 골렘이, 한나의 소망대로 움직이는 괴물 소환된다.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포인트가 더 들어갑니다. 한나가 골렘을 만들 때 자신의 잃어버린 아들이 묻혀 있던 곳에서 만들거든요. 그래서 골렘은 아들이 세상을 떠나던 시절 형상을 하고 나타나는데, 당연히 그 아들은 아니죠. 영혼 없는 무적의 파괴자이고 한나의 욕망대로 움직이는 괴물이지만 어쨌든 한나 입장에선 그게 그렇게 단순할 수가 없는 것이고. 결국 이야기는 비극적인 멜로드라마가 됩니다. 


 그런데 이 멜로드라마 역시 의외로 진지하게, 설득력 있게 다뤄집니다. 시대의 한계상 아주 훌륭하진 않지만 그래도 어쨌든 이해심 많고 한나를 생각하는 남편, 악의는 없지만 역시 시대의 한계로 한나를 돕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 악의는 없지만 결국 한나와 마을에 비극을 불러오는 골렘 소년, '나도 할 수 있다고!' 라는 맘으로 일을 저질러 놓고 감당할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주인공. 무엇 하나 누구 하나 본격적으로 나쁜 건 없지만 (심지어 그 빌런 두목마저도 인간적인 구석을 적절히 내비칩니다) 모두가 잘못된 관계,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에서 마주치는 바람에 벌어지는 비극이고 그래서 충분히 설득력 있게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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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엔 악당도 자식 하나 살리고픈 부모일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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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의 근본적인 소망 역시...)



 - 그래도 명색이 호러니까... 하고 호러 부분을 말하자면.

 우리 골렘 소년님은 썩 괜찮은 괴물입니다. 무적의 전투력으로 목표를 도륙(...)해버리는 모습 자체도 살벌하지만 한나의 마음 속 은밀한 욕망과 연동되어 즉각 행동해버린다는 설정 때문에 더 무섭죠. 정말 죽일 생각이 없더라도 '저 녀석 짜증나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네!' 라는 맘을 품으면 그냥 바로 그대로 이루어줘 버리니까 정말 난감한 거죠.

 그래서 영화의 스릴은 대부분 이런 상황 설정에서 나옵니다. 정말로 그럴 마음까진 아니었는데도 그냥 저질러 버리니까, 별 잘못도 없는 사람을 마구 처참하게 죽여 버리니 보는 입장에선 마음이 편할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이 괴물이 귀엽고 어린 소년의 형상을 하고 있고 가끔씩은 정말 그런 모습까지 내비친단 말이죠. 차라리 그냥 '알고 보니 죽은 아들의 영혼이 있었다!' 라는 식으로 행복하게 풀리면 안 되겠니? 라고 생각하며 보게 되지만 설마 그럴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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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이 녀석은 괴물, 골렘이 맞걸랑요.)



 - 암튼 뭐 이제 정리를 하자면요. 

 호러라기 보단 호러 소재를 채택한 멜로드라마입니다. 특히 시대를 잘못 만나 수난 당하는 여성의 수난기 성격이 강하구요.

 배경 묘사나 캐릭터 구축 같은 부분들이 허술하지 않게 단단해서 기대 이상으로 탄탄한 웰메이드 드라마를 감상하게 되어 좀 당혹스러웠지만 뭐 좋았구요. ㅋㅋ

 또 이 골렘이라는 소재에 접근하는 방식도 괜찮았습니다. 애초에 유대교에 등장하는 놈이고, 또 이 '골렘'이라는 말의 어원이 '태아'를 뜻하는 히브리어라고 하니 여러모로 자신이 하는 이야기에 딱 밀착된 형태로 잘 써먹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막 무서운 걸 보고플 때 볼 영화는 아닙니다만. 제대로 된 이스라엘, 유태인 문화 소재의 호러 영화가 그리 흔치 않다는 점에서 가산점을 줄 수 있겠습니다. 계속 강조하듯이 기본적인 완성도도 괜찮구요. 호러 좋아하는 분도, 안 좋아하는 분도 어느 정도 만족하며 볼 수 있을 수작이었어요. 잘 봤습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마을은 '내 딸 고쳐내!!!' 라는 악당 패거리에 점령당하고. 마을 남자들은 아무 보탬이 안 되고. 한나가 골렘 만드는 주술을 시전하지만 딱히 결과물이 안 보이는 가운데 악당들에게 죽을 위기에 처하는 순간... 슉! 슈슈슉!! 하고 악당들의 사지가 날아가고 몸뚱이가 으깨지고... 곧 흙투성이의 말 없는 소년이 나타납니다. 집에 데려가서 씻겨 보니 멀쩡한 소년이고 자기 아들 닮긴 했는데 말도 못 하고, 시험 삼아 욕조 물 속에 눌러서 넣어봐도 아무 반응 없이 멀쩡하네요. 이거슨 골렘이 맞는 것. 


 그때 마을의 의사 같은 역할을 하는 아줌마가 이 골렘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바로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나는 악당들 처치가 먼저라며 버티고. 그래서 의사는 악당 퇴치 후엔 반드시, 바로 니 손으로 없애야 한다며 물러가요. 그 다음엔 남편이 역시 이걸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지만 한나는 똑같은 방식으로 설득하구요. 그런데 문제는... 그 직후에 한나가 안방 침대에 아기가 안 생기는 부적 같은 걸 매달아 놓은 것을 남편에게 들키고, 빡친 남편은 평소에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마을 여성의 집을 찾아가 몇 년만에 남이 만들어 준 식사를 즐기며 행복해해요. 하지만 뭐 홧김에 그랬던 것이고 본인은 여전히 한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별 일 없이 집으로 돌아갑니다만. 문제는 한나가 이 꼴을 봐 버렸다는 것...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 마을 여성은 처참하게 조각난 시체로 발견됩니다. 


 이게 골렘이 한 짓이라는 걸 알 리가 없는 남편 & 마을 남자들은 드디어 분노하고 일어나 마을을 점령한 악당들에게 덤비구요. 결국 중과부적으로 남편의 목숨이 경각에 달하는 순간,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골렘과 한나의 활약으로 악당들은 거의 다 조각나 버립니다. 그러고 두목까지 죽이려는 순간 앓아 누워 있던 두목의 딸이 일어나 이 상황을 목격하는 바람에 한나는 두목만은 살려서 자기 딸과 함께 쫓아냅니다. 다시는 이 마을에 얼씬도 하지 말라며. 


 그래서 마을 사람들에게 영웅 취급을 받는 한나와 골렘입니다만. 신이 나서 골렘을 진짜 자기 아들처럼 키우려는 한나의 모습을 본 의사 선생이 한밤중에 침입해서 골렘을 없애려 하지만 당연히 도리어 살해당하구요. 이걸 발견한 남편은 마을 장로들과 회의를 해서 골렘을 교회로 끌어들이고, 해체 의식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하필 그 때 악당 두목의 딸이 다시 발병해서 몸져 눕고. 빡친 두목은 남은 부하들을 모두 끌고 마을로 쳐들어와 마을을 불사르고 사람들을 마구 죽여대요. 하지만 우리 골렘은 해체 의식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결국 한나까지 살해되기 직전까지 몰립니다만. 이런 상황이 되니 당연히 골렘이 의식을 이겨내고 (=마을 장로들을 다 죽이고) 출동하겠죠. 그래서 악당 두목은 죽고 한나는 정신을 잃습니다만. 골렘은 폭주를 계속해서 눈에 띄는 건 다 죽여 버리고...


 한참 뒤에 정신을 차린 한나는 아직 살아 있는 남편을 발견하고 반가워하지만 남편의 반대편에 골렘이 나타나구요. '그 녀석은 니 아들이 아니야!! 괴물이라고!!!' 라고 외치는 남편에게 등을 돌리고 골렘에게 다가가 꼭 안아주며 대충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내 아들이야. 정말로 너를 사랑해.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거야. 그러니 이제는 그만 푹 자렴...' 그러고는 골렘에게 입을 맞추며 입 안에 들어 있던 양피지를 꺼내요. 골렘은 슬픈 표정으로 흙이 되어 사라지고, 눈물 짓던 한나는 남편과 포옹하고. 바닥에 떨어진 양피지는 구르고 굴러... 아마도 두목의 딸인 듯한 소녀의 손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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