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어체로 씁니다. 양해바랍니다.





뉴진스의 New Jeans와 Super Shy 뮤직비디오가 나왔을 때, 그 노래와 영상이 감정보다는 감각을 일깨우는 측면에서 여타 케이팝과 다르게 느껴진다고 감탄한 적이 있다. 그래서 Cool with you 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을 때 굉장히 의외였다. 이 노래는 이번 EP 2집의 전체적인 방향성에 대한 내 예측과 완전히 달랐다. 딥하우스의 세련된 비트로 진행되지만 분명한 서사를 갖추고, 듣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멜로드라마틱한 노래이기 때문이다. 90년대 후기에 유행했던 대형 뮤직비디오의 플로우가 생각나기도 했달까. 슈퍼 스타의 출연, 드라마틱한 서사, 가수와 노래를 소외시킬 정도로 거대한 뮤직비디오 자체의 영향력 등...


이 뮤직비디오는 오징어 게임의 주연으로 단번에 월드스타로 떠오른 정호연이 주연을 맡았다. 그는 뮤직비디오에 등장하자마자 패션 모델로서의 아름다움을 뽐내듯이 워킹을 선보인다. 그러니까 이 뮤직비디오는 정호연을 한 캐릭터를 맡은 연기자로만 활용할 생각이 없다. 그의 패션모델이라는 또 다른 직업, 패셔너블한 셀럽으로서의 이미지를 먼저 보여주면서 이 뮤직비디오에 정호연이라는 실제 개인의 아우라를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사실 뮤직비디오를 정말 외부와 차단된 하나의 완전한 서사로 보여주고자 했다면 정호연을 섭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 하나 특징적이면서 2nd ep의 인트로 곡 뮤직비디오들과 대비되는 지점은 이 뮤직비디오가 적극적으로 그리스 신화를 인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의 뮤직비디오에서 뉴진스는 파워퍼프걸의 이미지와, 심즈 세계처럼 보이는 게임의 이미지를 활용했었다. 그것들은 현대적이고 가벼운 팝아트에 더 가까웠다. 그런데 이 세번째 뮤직비디오에서는 갑자기 인류 최고의 고전, 신화를 끌어들인다. 그 무게감은 기존의 뮤직비디오들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새로우면서 젊은 층들이 좋아할만한 것을 추구하던 뉴진스가 Cool with you의 뮤직비디오에서는 갑자기 조금 더 나이든 사람들이 좋아할만하면서 무겁고 역사적인 느낌을 준다. 이번 뮤직비디오는 현실과 훨씬 더 밀접하게 붙어있다. 게임 속 아이콘처럼 보이던 뉴진스는 갑자기 속된 정념의 세계로 발을 붙여야 한다.


때문에 뮤직비디오를 소비하는 방식 또한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의 뮤직비디오에는 없던 "상징성"이 생기면서 누가 무엇이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다 깊이있는 텍스트 해석을 요구한다. 이를테면 정호연은 큐피드(에로스)이고 그는 사람들을 사랑에 빠지게 하는 그리스 신화의 존재인데, 그 존재가 이제 본인이 사랑에 빠졌다. 직관적으로 귀엽다, 이쁘다고 소비하는 뮤직비디오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덕후"들에게 해석할 텍스트, 즉 떡밥을 던져주는 것은 세계관 놀이를 창조한 민희진의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방향은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통일성을 해치는 과가 더 크다고 느꼈다. 앨범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즐기는 순서에서 Cool with you의 장르전환은 너무 갑작스럽다. 이 전의 다른 인트로 뮤직비디오를 통한 기대를 부숴버리는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Cool with you라는 제목과 구슬픈 노래 자체가 그렇게 조화롭게 들리지도 않는다.







@ 이 뮤직비디오의 줄거리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다 해석을 해놓았기에 생략한다.


Cool with you 뮤직비디오의 side B까지 보고 나면, 이 뮤직비디오는 마케팅 미끼의 용도가 더 크게 느껴진다. 조성모를 필두로 90년대 후반에 블록버스터 뮤직비디오가 유행했을 때의 효과를 그대로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뮤직비디오가 프로모영상으로서는 성공할 수 있어도 가수의 노래 자체를 각인시키는 영상으로의 효과는 크지 않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누가 나왔대, 그 내용은 무엇이래, 라면서 뮤직비디오의 설정이나 캐스팅을 이야기하지 그 자체로 음악을 감상하는 매개체로 소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외부적 효과로 이 뮤직비디오를 유입되는 효과를 배제할 수는 없다)


Cool with you의 뮤직비디오 side B에는 무려 양조위가 까메오로 출연해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이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 뮤직비디오를 이야기하고 보았겠지만, 이것이 과연 뉴진스(의 음악) 자체를 소비한 것인지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뉴진스 뮤비가 좋더라, 와 뉴진스 뮤비에 양조위가 나왔더라, 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 않을까? 물론 뉴진스라는 그룹이 뮤직비디오에 양조위가 친히 출연할 정도의 그룹이라는 위상 자체는 크게 알렸겠지만 말이다.


동시에 이 뮤직비디오는 민희진의 시네마란 장르에 대한 열망이다. 양조위는 시네마의 상징과도 같은 배우이다. 그런 배우를 굳이 뉴진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시키면서 이 뮤직비디오를 "시네마적인" 무엇으로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 서사도 신화적이면서 비극적이다. 뮤직비디오가 꼭 영화같아야하는가? 장르간의 격차를 스스로 인식하고 그것을 도달하려하는, 혹은 극복하려하는 이런 움직임은 조금 당황스럽다. 영화같다는 표현의 효과가, 영화만큼 감동적이라는 감동의 고급화를 반드시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은 이와이 슈운지의 [러브 레터]를 적극적으로 차용했던 Ditto의 뮤직비디오에서도 드러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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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뮤직비디오를 "정호연"의 시점에서 해석하고 있지만 나는 "뉴진스"의 시점에서 해석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뉴진스는 지금 어떤 여자가 사랑에 빠졌다가 그 사랑에 실패하고 다시 본인이 속한 (뉴진스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또한 큐피드와 아프로디테의 성별 반전은 단순히 양조위를 섭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민희진은 장만옥이라도 섭외했을지 모른다) 남자가 여자의 사랑을 방해하고 욕망을 깨트린다는, 안타고니스트로서의 남성을 묘사하기 위해 그리스 신화의 성별을 반전해놓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무엇일까. 뉴진스가, 어떤 여자가 어떤 남자와 사랑에 빠졌지만 다른 남자에 의해 그 사랑이 깨지고 마는 숙명적 결과를 바라보는 내용이다. 사랑을 맺어주는 힘이 있는 여자라도 자기 자신의 사랑은 통제할 수 없다. 그것은 결국 아무 것도 남기지 않으며 사랑에 빠지기 전의 제자리로 여자는 되돌아올 수 밖에 없다. 뉴진스는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게 얼마나 허무한 일인지를 목격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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