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나 Ivanna (2022)

2023.08.10 22:32

DJUNA 조회 수:1719


키모 스탐보엘이 감독한 [이바나]라는 인도네시아 호러영화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보았습니다. 리사 사라스와티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각색한 작품이고 [다누르] 유니버스에 속해 있다는 정보가 뜨는데, 리사 사라스와티는 인도네시아의 유명한 가수로 최근 들어 호러소설을 쓰고 있다고 해요. [다누르]도 그 소설 중 하나로 이 시리즈에서 여러 편의 속편과 스핀오프가 나왔는데, 소설 [이바나]도 그 스핀오프 중 하나도 모두 또는 대부분이 영화화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는 여기에 속한 작품이 [이바나]밖에 없었어요. 이 영화는 한국어 자막도 없었고요.

영화는 1943년에서 시작합니다. 일본군이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학살하는 장면이 이름을 알 수 없는 네덜란드 여자가 일본군 장교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으로 이어지죠. 그리고 영화는 1993년으로 건너 뛰어서 암바르와 디카라는 남매를 보여줍니다. 두 사람은 최근에 부모를 잃었어요. 암바르는 시각장애인인데 얼마 전에 수술을 받은 모양이고요. 그런데 암바르는 그 뒤로 이상한 것들이 눈에 보입니다. 호러 영화니까요.

두 사람은 친척이 운영하는 양로원에 갑니다. 그곳은 당연히 1943년의 학살이 벌어진 곳이겠죠? 암바르는 지하실에서 목이 잘린 조각상을 발견합니다. 그 뒤로 양로원에서는 무섭고 나쁜 일들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암바르는 어느 순간부터 1943년의 과거와 연결됩니다. 암바르의 능력 때문에 주변 사람들도 그 때 일을 목격하게 되고요.

앞에 나온 네덜란드 여자는 이바나입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도왔어요. 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일본인 위안부까지 되었고요. (이건 좀 이상합니다. 영화는 위안부라는 단어를 일본군의 애인 정도로 이해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인도네시아 사람들 중 일부에게 배반당하고 일본인 장교에게 살해당합니다. 죽기 전에 이바나는 사람들을 저주하고요.

그 뒤로 유령의 살육이 시작됩니다. 이바나는 목이 잘려 죽였기 때문에 이바나의 유령도 사람들의 목을 뜯어내는 취향이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요. 그 분노는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최악의 악당은 일본군과 일본군 장교입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이야 어차피 제국주의자의 업보가 있고. 그렇다면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괴롭히는 대신 다른 네덜란드인 유령들과 함께 일본으로 가는 게 이치에 맞지 않을까. 유령들도 비자 문제 같은 게 있을까요.

재미있게 잘 보긴 했는데, 아주 잘 만든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유령 이야기가 좀 관습적으로 전개되지요. 이바나의 사연이 흘러나오는 부분에서 주인공들은 영화관 관객들처럼 수동적이 되고요. 잔인한 장면들이 꽤 많이 나오긴 하지만 이제 창의적인 호러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열대림에 둘러 싸인 네덜란드 대저택, 제국주의와 전쟁의 역사가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인도네시아 호러 영화 특유의 분위기는 인상적입니다. 그게 영화에 고유의 개성을 부여하는 게 아니더라도요. (23/08/10)

★★☆

기타등등
우리가 [머리 어깨 무릎 발]로 알고 있는 옛 노래가 중요한 테마로 쓰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도 그 가사로 알고 있는데, 검색해보니 [There is a Tavern in the Town]이라는 노래 선율에 맞추어 부른다는군요. 영화에 쓰인 노래는 무슨 버전인지 모르겠습니다.


감독: Kimo Stamboel, 배우: Caitlin Halderman, Jovarel Callum, Junior Roberts, Shandy William, Sonia Alyssa, Taskya Namya, Yayu A.W. Unru, Rina Hassim, Yatti Surachman

IMDb https://www.imdb.com/title/tt11448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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