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과 이해하는 것

2023.08.30 10:06

Sonny 조회 수:687

예전에 친구와 서태지 이야기를 하다가 다툰 적이 있습니다. (친구와의 갈등 이야기만 계속 하는 것 같군요 ㅋㅋ 저는 인간관계를 소중히 합니다) 저는 나름 서태지를 좋아하는데, 그 친구는 서태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서태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 친구가 서태지가 북공고 짱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너무 황당해서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다, 서태지를 조금이라도 알면 그 사람이 얼마나 그런 육체적인 다툼을 싫어하고 지배하는 거에 관심이 없는지 알 거다 라고 하면서 서태지가 데뷔초에 자기 일기 형식으로 칼럼을 썼던 것까지 말했는데 안믿더군요. 서태지 몸뚱아리만 봐도 이 사람이 짱이 될 수 없는 조건이라는 건 너무나 명확하지 않습니까? 그 친구의 논리가 저를 더 얼빠지게 했는데, 너는 서태지 친구나 지인이 아니고 우리 모두 그에 대해 정확한 사실은 모르니 자기 말이 맞을 수도 있다는 슈뢰딩거의 서태지 같은 논리였습니다. 이 탈진실 post-truth 스러운 소리에 정을 떼버렸죠. 앞으로도 이 친구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이런 고집을 부리겠구나...


그 때 대화를 하면서 느꼈던 건 어떤 것을 이해하는데는 애정이나 호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조금 편향된 단어라면, 호의가 섞인 호기심이라고 해야할까요. 뭔가를 알고 싶어하는 그 욕구 자체가 이미 무언가에 대한 강한 지적탐구심을 일으킵니다. 흔히들 차갑고 객관적인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상에 대해 냉정하고 감정이 섞이지 않은 상태에서의 성실한 관측이 제일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만... 애정없이는 도달하기 힘든 어떤 깊이가 있습니다. 그 안까지 깊숙히 파고들어갔을 때만 보이는 진실 같은 게 있죠. 그 진실은 때로 직관적으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런 점에서 어떤 작품을 비평적으로 다가간다는 건 그 작품이 됐든 그 장르가 됐든 어떤 애착을 가지고 접근을 하는 것이 첫번째인 것 같습니다. 안좋아하는데 뭔가를 어떻게 깊이 파고 들어가고 디테일들에 매달릴 수 있겠습니까. 모든 탐구는 한편으로는 '덕질'의 최종단계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왜 이 부분이 이렇게 이뤄져있을까, 왜 이 부분은 이렇게 강렬한 감흥을 일으키는 것일까... 이렇게 그 탐구심들을 쓰고 보니 한편으로는 그 호기심과 지적 열망이 자신의 결여된 무엇이기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다니고 좋아할 수 있게 된 무엇이 일으키는 그 감정적 화학작용의 원리를 기어이 분석하려는 걸 생각해보면 좋아하지 않는 채로 이해하는 것은 얼마나 진실을 많이 흘려보내는 일인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7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6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066
124347 정몽준 아들, '"국민 정서 미개" [37] mitsein 2014.04.21 6849
124346 박새별 루시드폴 사내커플이 헤어지다니요 엉엉. [6] 레벨9 2011.10.29 6849
124345 어린 아이도 알고 있는 것. [7] 기즈모 2013.01.07 6848
124344 이색 마을들이 있네요? 아산 지중해 마을 [15] Bigcat 2015.07.29 6848
124343 도대체 송지효의 집에는 뭐가 있는가. [12] DJUNA 2010.10.25 6848
124342 상처 회복에 좋은 음식이 뭔가요? [6] 츠키아카리 2010.06.23 6847
124341 이게 바로 엠마스톤이다. [18] 자본주의의돼지 2012.06.30 6846
124340 야한농담을 좋아하는 여자분에겐 어떻게 해야할까요 [11] 구름그림자 2010.08.27 6846
124339 박하선-류덕환 열애 [15] big apple 2012.12.28 6845
124338 애기주제에 청순미녀.... [14] 명불허전 2011.04.02 6845
124337 엇, 차승원의 아들이...? [8] 스위트블랙 2013.08.03 6844
124336 네이버 거리뷰에 범죄 현장이 찍혔네요.. [9] 윤보현 2010.09.25 6841
124335 어렸을 때니까 입을 수 있었던 패션. [13] Paul. 2010.09.07 6840
124334 바람난 남친이 떠났어요 (스펙타클 이별 풀 스토리) [38] 토끼토끼 2013.07.02 6839
124333 이지아, 서태지 상대 위자료 소송 취하 [25] 마당 2011.04.30 6839
124332 문재인 실장, 특전사 시절 모습... [13] 마당 2011.04.12 6839
124331 낄낄거리며 읽은 책 있으신가요? [53] 칼리토 2014.08.26 6838
124330 울진군청, 마리당 300만원 하는 희귀어를 상어밥으로! [22] chobo 2010.07.14 6838
124329 디스패치 설리를 보고 [39] catgotmy 2014.08.19 6837
124328 최강희, “몸매 관리 전혀 안한다” [23] chobo 2010.11.08 683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