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특공대 - 아이언 이글 2

2023.09.12 13:34

돌도끼 조회 수:179

'탑건'이 화제가 될 때마다 끌려나와서 놀림감이 되는 숙명을 짊어진 영화가 있습니다. '아이언 이글'.

두 영화가 같은 해에 나온데다 각각 해군의 슈퍼스타인 F-14와 공군의 대스타 F-16을 주요 소재로 잡은 영화라 비교가 될 수밖에 없죠. '탑건'은 전세계적인 대성공과 더불어 불멸의 명성까지 얻게 되었지만 '아이언 이글'은 썩 잘팔린 영화는 아니라, 사람들한테 '탑건'을 모방한 목버스터, 아류 정도 취급을 받기 일쑤입니다. 여기 또 소문이 추가되면서 F-14가 영화 PPL로 엄청난 이득을 보는 걸 보고 부러웠던 F-16의 제작사가 '아이언 이글'을 만들었다가 망했다는 이야기도 떠돌았죠(무려 박중훈이 8,90년대 영화음악 프로그램에 나와 이 소문을 언급하기도... 근데 F-14와 F-16을 꺼꾸로 말했는데...다행히 그때는 인터넷이 없었습니다ㅎㅎ)

그치만 '아이언 이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게, '아이언 이글'은 '탑건'보다 제작비를 더 많이 들인, 나름 대작입니다. 거기다 개봉도 '탑건'보다 몇달 먼저했어요. 성공 못한게 죄인...
제가 보기엔 두 영화가 다 '사관과 신사'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 같아요.
'사관과 신사'는 해군 조종사가 훈련 받으며 연애도 하는 영화였는데, 여기서 액션을 더 강화시켜서 재탕한게 '탑건'이고, '아이언 이글'은 '사관과 신사'에서 교관으로 나와 아카데미까지 받았던 루이스 고셋 주니어를 비슷한 역할로 재활용한 영화라고 생각해서요.

그래도 '아이언 이글'이 '탑건' 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탑건'은 속편이 나오는데 수십년이 걸렸지만 '아이언 이글'은 그리 오래지 않은 기간 안에 시리즈가 줄줄이 나왔다는 거네요.


1988년에 개봉한 '아이언 이글 2'는 전작에 이어 시드니 J 퓨리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역시 전작에 이어 각본에도 참여했고요.
속편에서 나름 파격을 보이는데, 전작 주인공 제이슨 게드릭을 영화 시작하자마자 바로 죽여버려요. 그리고는 루이스 고셋 주니어가 새로운 제자를 받아들인다는 전개로 갑니다. 그렇게 해서 이 시리즈는 고셋 주니어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글쎄 만약에 제이슨 게드릭이 톰 크루즈만큼 떴더라면 안죽였겠죠 아마...?

실력은 좋은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던 젊은이가 엘리트로 구성된 훈련팀에 들어가서 친구/라이벌도 사귀고 연애도 하다가 성장한다는 이야기... 에 그러니까, 전작은 나름대로 할말이 있었다지만 이 영화는 빼박 '탑건' 아류입니다ㅎㅎ 글쎄 뭐 감독님이 하도 사람들이 '탑건' 아류라고들 하는 게 억울해서, 억울하지 않으려면 진짜로 아류를 만들면 되지! 하고서는 만드신게 아닐지...ㅎㅎ

새 주인공이 맡게될 임무가 뭐냐하면, 중동 모국가의 핵시설을 타격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계곡 사이에 숨겨져 있어서 통상적인 폭격이 안되기 때문에 주인공 팀은 계곡 사이로 곡예비행을 해서 통과하는 훈련을 받아야만 합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탑건' 2편에 나온 임무랑 같아요.
으하하하하 수십년간 '탑건' 아류라는 놀림에 고통받았을 '아이언 이글' 팬들은 이제 당당하게 소리칠 수 있게 되었어요. '탑건2'는 '아이언 이글2'를 따라한 아류라고~

에... 그러니까, '매버릭' 기획진 중에 숨은 '아이언 이글' 팬이 있었던 게 아니라면, 걍 그쪽 사람들한테는 안중에도 없었던 거겠죠 뭐... 계곡 사이를 통과하는 미션과 특훈이라는 플롯은 '장렬 633'같은 고전 영화에서부터 이어진 장구한 전통이고('댐 버스터'까지 거슬러올라갈 수도 있겠고요)...

영화 설정상 제일 임팩트가 큰 부분은 이 작전을 미국과 소련이 합동으로 한다는 겁니다. 아직 소련 망하기 전, 한창 냉전중이던 시절인데 말이죠.

외계인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겨우 중동에 있는 쪼그만 나라 하나 뚜드려패자고 지구 최강 국가인 미국과 소련이 힘을 합친다는 것부터 어이가 없는데 양국이 특급기밀사항인 최신 병기를 공유한다는 거예요. 미국은 당연히 F-16이고, 소련군은 무려 (당시엔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미그 29를 제공합니다. 서로간에 기밀유지같은 것도 없고 기체정비도 섞여서 같이 하고 그래요. 그러니, 이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는 데는 1도 관심이 없고, 걍 환타지... 기본 설정이 이래놓으니 드라마에 힘이 안들어가요.

기밀사항인 소련군 신예 전투기를 영화쟁이들이 무슨 수로 구했겠습니까. 걍 '탑건'을 따라합니다. '탑건'에서 안좋은 걸 배웠어요. 미제 전투기 띄워놓고 소련제라 우기기! '탑건'은 F-5(무려 제공호의 원본)를 가지고 미그-20이라고 우겼었죠. 그나마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서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미그기를 만들었습니다.
'아이언 이글2'는, F-4를 가지고 미그-29라고 우깁니다. 아니 뭐... F-5는 미국이 한국등, 외국에 수출용으로만 돌린 기종이라서 최소한 미국 사람들한테는 인지도가 낮았다고 해요. 그러니 뭐 그점을 이용해서 미그기라고 우겨볼만도 했겠죠. 가상의 기종이기도 하고. 근데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인이 다 알았던 전투기계의 슈퍼스타 '팬텀기'를 가지고 미그기(그것도 실존 기종)라고 우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항공/군사분야에 기초적인 지식 정도라도 가지고 있는 분이 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면 많은 걸 내려놓고 봐야합니다ㅎㅎ

실은 여기 나오는 F-16도 F-4도 다 이스라엘 공군제 물건입니다. 전작이 (민간인이 미군 기지를 털어버린다는 내용 때문에) 미공군한테 협조를 거부당해서 대신 이스라엘 공군의 전투기를 빌려 가지고 찍었고, 속편에서는 아예 제작에도 이스라엘측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스토리도 아랍 국가를 때려잡는다는 이야기니...

얼척없는 설정에 뻔한 전개라 영화의 스토리가 재미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수 있고요, 그나마 액션은 전작보다 좀 나아졌나싶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항공기 액션의 역대 걸작 리스트에 올라갈 영화는 못되는 것 같고요... 그래도 씨지가 없던 시절에 이스라엘 공군 조종사들이 실제 전투기 몰고 시연한 이런저런 곡예 비행 장면들은 골수 항공/밀리터리 매니아라면 한번쯤 볼만할지도요.


전작에 이어 이 영화도 울나라에서는 극장개봉 없이 비디오로 직행했고 '철의 특공대(원제: 아이언 이글2)'라는 살짝 괴상해보이는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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