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책 이야기 조금 합니다.

문학 이외에 좋아하는 책의 갈래가 두셋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평전입니다.(평전도 문학에 넣기도 하지요) 많이 읽진 못 했지만요.

책장을 둘러 봤더니만 글렌 굴드, 마르크스, 알튀세르, 히치콕, 모딜리아니, 렘브란트, 뭉크, 마크 트웨인, 김수영, 로자 룩셈부르크, 발자크, 카뮈, 토마스 만, 레이먼드 카버, 발터 벤야민, 비트겐슈타인, 이런 님들의 평전이 보입니다. 오래 전에 사 두어서 지금 보면 대체 뭐에 홀려서 샀는지 모르겠는 책도 있긴 해요. 예전에 서점에 가서 산 책이 꽤 있는데 아마 책 자체가 예뻐서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책에는 앞 부분에 대상 인물 사진자료가 들어가고 그 흑백 사진들이 또 꽤나 사람을 끌잖아요.


평전에 관심이 있다 보니 정작 책의 주인공이 쓰거나 만든 작품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아예 모르는 경우에도 책 소개를 읽다 보면 쉽게 혹해서 구매에 이르게도 되는데 여기 해당하는 대표적인 책이 비트겐슈타인의 평전 '천재의 의무'입니다. 제가 철학, 더구나 어렵기로 유명하다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 전혀 모르죠. 그런데 레이 몽크라는 전기작가가 쓰고 필로소피에서 나온 900페이지짜리 벽돌책을 몇 년 전에 사서 어쩐 일로 완독했었습니다. 이 철학자가 고민하는 논리학, 수학적 내용이 나오는 부분은 음.. 까만 것은 글자(숫자)요... 하고 읽은 것이지만 다 읽은 제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자타공인의 뛰어난 철학자이나 남에게 차마 말하기 어려운 인간적 부족함이 있더라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또 세부를 확인하게 되면 일반인에게 용기를 주기도 하는 부분, 성찰의 능력 같은 것에 공명했던 것, 이분이 나중에 러셀을 평가절하하던 것, 노르웨이에서의 독거생활이 지금 얼핏 떠오르네요. 일생을 다루어서 철학의 전문적 내용은 그리 분량이 많지 않았고 저자가 글을 잘 써서인지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기하고 있는 소설을 읽고 난 후에 위에 있는 책 중 드디어 발터 벤야민의 평전을 읽으려고 합니다. 벤야민도 짧은 토막글로만 접했을 뿐 제대로 읽은 저자는 아닌데 비트겐슈타인 평전이 비트겐슈타인의 저작에 이르게 하지 않았음과 달리 벤야민 평전은 벤야민의 어떤 책에 이르도록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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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앞서 샀던 장 아메리의 '죄와 속죄의 저편'(1966)을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다섯 편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어요. '정신의 경계에서, 고문, 사람은 얼마나 많은 고향을 필요로 하는가, 원한, 유대인 되기의 강제성과 불가능성에 대해' 라는 소제목입니다. 수용소 경험을 구체적으로, 시간순으로 전개시킨 수기가 아닙니다. 책을 쓴 것이 수용소 체험 직후가 아니고 십수 년 흐른 후입니다. 종교도 없었고 마르크스 주의 같은 신념도 없었던 그냥 지식인인 본인에게 아우슈비츠에서의 일이 어떤 성격의 사건이며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숙고한 에세이입니다. 시간이 흐른 만큼 전후 세계의 상황을 반영시킨 내용이기도 합니다. 붙잡히자 바로 고문을 당하는데 함께 활동했던 조직원들이 모두 가명이라 털어놓을 꺼리가 없어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했다네요. 유명하지 않은, 평범한 오스트리아의 지식인이라고 생각했던 저자가 어떤 식으로 정체성이 파괴되었는지 적고 있습니다. 


읽으려고 하는 책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2008)입니다. 이분 책은 다 문학동네에서 나오는 것 같네요. 2010년 나온 책입니다. 사 두기만 했는데 저자의 다른 책도 여러 권 이어서 나온 상태라 미루지 말고 읽어 봐야겠습니다. 오랜만에 미국현대소설을 시도합니다. 


저녁 식사 즐겁게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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