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과 산 책

2023.09.21 12:24

thoma 조회 수:317

저는 알라딘만 이용합니다. 오래 이용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쭉 가게 되네요. 

다른 곳도 이 기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알라딘에는 구매함이라는 게 있어서 과거에 산 책이 다 담겨 있습니다. 책을 사는 족족 바로 다 읽는 사람이 아닌 이상(그런 사람이 있남요??) 사서 구석에 꽂아 둔 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긴가민가할 때 검색해서 산 책임을 확인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책장 뒤지기에 돌입하는 겁니다. 그 책을 언제 샀는지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니까 이게 참 편리했어요. 

또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매력은 서재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알라딘 내의 개인블러그 같은 것인데요. 자기 서재에서 책 리뷰도 써서 올리지만 책 잡담, 일상 잡담을 쓰는 페이퍼 기능도 있어서 회원이 어떤 책을 언급하면 해당 책 판매글 아래에 본인 글이 같이 나타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이 그 글을 읽고 쓴이의 다른 관심 서적을 알고 싶다면 서재로 연결되어 있어서 가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 서재를 근거지 삼아 꾸준히 글을 올리는 이용자들이 많습니다. 댓글을 통해 사교도 하고요. 다 아실 텐데 쓰다 보니 길어졌네요. 하여튼.

책구매에 참조하며 책을 따라가다가 만나는 글 중에는 참 재미나게도 쓰는구나 싶은 분들이 보입니다. 그런 글이나 듀게에서 지난 글들을 간혹 읽다 보면 글을 이렇게 유머 섞어가며 핵심을 놓치지 않고 적절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말도 참 잘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통설에 '글쟁이들이 말하는 건 어눌하다' 란 말이 있는데 어눌한 경우가 오히려 예외적이지 않나 살아갈수록 깨닫고 있습니다. 

저는 조리있고 재미나게, 특히 길게 얘기를 잘 못하는 편입니다. 말하는 중에 '이거 길게 할 얘긴가, 말하는 내가 지루하네, 듣는 이도 관심사일까...' 이런 것이 떠오르고 그러면 대충 흐지부지, 급마무리해 버리는 것입니다. 타인의 말을 들을 때 곧잘 그런 느낌을 갖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서도 의식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 글도 그렇거든요. 글이라 봐야 듀게에 한 번씩 쓰는 것이지만, 그런 것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조리와 재미, 뚝심의 부족. 종합하자면 길게 쓰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이것은 지식의 부족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냥 생활 잡담, 생활 글도 해당이 되니 무지만이 전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훈련의 부족과 동기 부여의 부족, 그리고 약간은 성격의 측면도 있다,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더 분석해 보아야겠으나 잘못하면 일기가 될 것이니 혼자 고민하는 걸로 하고...으으, 이 지점에서 또 급마무리하고 싶어집니다. 저는 언제쯤 게시판 한 화면 가득 글자로만 채우는 걸 예사롭게 할 수 있을 것인지.


됐고. 

저는 또 책을 샀습니다. 

조르주 페렉 '나는 태어났다' 이분의 책 '인생 사용법'이 오래 책장 차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존재감 있거든요. 작가의 책이 요즘 문학동네에서 많이 나오는데 저는 책세상에서 나온 900페이지 분량의 구간을 가지고'만' 있습니다. 암으로 일찍 돌아가셨지만 매력적인 책을 여럿 쓰신 분이라 알고 있어요. 제목만 봐도 그러합니다. '인생 사용법'에 '나는 태어났다' 라니. 가장 최근에는 '파리의 한 장소를 소진시키려는 시도'라는 책도 나왔어요. 제목 재밌죠. 새로 책이 많이 나오고 있었는데 얇은 책으로 작가에게 접근해 보고자 요 책을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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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함락 1945'는 리뷰를 읽다가 책소개가 너무 사고 싶게 되어 있어서 사 두는 책입니다. 책 표지에 박힌 언론사들의 극찬을 보십시오. 

사실 얼마 전에 읽은 '죄와 속죄의 저편'의 영향 때문인 거 같습니다. 다루는 내용이나 책의 성격은 매우매우 다르지만요. 장 아메리의 이 책에 수록된 '원한'이라는 글은 참으로 소개해 드리고 싶었는데 잘 소개하기 힘들어서 때를 놓쳤습니다. 그냥 통째로 타자를 쳐서 옮길 수도 없고... 고문과 수용소를 겪은 이후 언어와 이름까지 바꾸며 독일과 관련된 모든 것을 떠나고자 한 작가는 세상이 독일을 품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영화 '밀양' 생각도 나고 광주 사람들에게 지겨우니 그만하라는 치들도 생각나고 시체팔이 운운하는 말종들도 생각나고 그랬습니다. 일신하여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독일을 지켜 보며 과거를 묻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거나 '용서'를 언급하는 유대인 윤리학자들, 가담하지 않았던 우리가 왜 유대인에게 아직까지 속죄해야 하느냐고 항의하는 글을 신문에 투고한 독일 젊은이, 이러한 대세에 몸을 던지듯 저항하며 쓴 글이었어요. '나는 지금도 원한에 차 있다'

아래 책은 독일의 패전 직전직후 상황을 상세하게 전개시킨 대중역사서입니다. 

글항아리에서 논픽션시리즈를 내고 있는데 논픽션에 관심 있으시면 고마운 시리즈가 아닌가 합니다. 아래 주소 붙입니다.

https://www.aladin.co.kr/shop/common/wseriesitem.aspx?SRID=38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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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의 위대한 강연'은 예전에 관심가는 신간이라며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 들여왔습니다. 먼저 읽은 분들이 재미있다고.

그 자리에 앉아서 들을 수는 없었으나 책으로라도 '한 말씀'을 들을 수 있으니 게으름을 극복하고 시도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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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를 샀어요. 누워서 읽으려고 전자책으로. 

앞에 몇 페이지 봤는데 맞다, 잭 리처가 195센티 110킬로의 거구였죠. 저런 덩치에 훈련된 사람이면 떠돌이 생활에 최적이네요. 뭣이 두려우랴 싶고 부럽습니다. 다음 생이라는 게 있다면 저도 거구로 함 태어나 봤으면 좋겠습니다. 거침없이 오지나 낯선 곳을 혼자 여행하고 새벽에 문득 산책하고 싶을 때도 거리로 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잭 리처가 버스타고 어딜 가는데 대중교통 자리가 편하진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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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작가는 가능한 것을 쓴다. 진짜 위대한 작가는 불가능한 것을 쓴다. 안나 아흐마토바, 프리모 레비, W. G. 제발트가 그렇다.' -뉴욕 타임즈

이런 식으로 제가 참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 두 분의 이름 앞에 자리한 안나 아흐마토바라는 이름을 또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이분 책은 번역된 것이 한 권 뿐이며 그마저 품절이네요. 

북펀딩했던 제발트의 책이 도착했어요. 기한 내에 읽고 100자 평을 쓰면 펀딩한 사람에게 2% 적립금을 준다고 합니다. 

제발트의 인터뷰와 제발트에 대해 쓴 에세이를 모은 책입니다. 작품을 많이 남기지 못 한 작가라 인터뷰라도 이렇게 모아 볼 수 있으니 소중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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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다가왔습니다. 날은 선선하고요. 

저는 최대한 편한 옷을 입고 개를 돌보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겁니다. 즐겁고 편하게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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