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럼프라는 춤을 보며

2023.09.26 12:13

Sonny 조회 수:392


스우파를 리뷰하는 스맨파 멤버들의 리뷰 영상을 보다가, 그 중 한명인 트릭스라는 사람이 스맨파에 나오는 영상을 보고 크럼프라는 춤에 좀 흥미가 생겼습니다. 직관적으로 말하면 크럼프는 다 때려부술 것처럼 추는 춤이고 특정한 안무가 있다기보다는 아주 강한 힘으로 팝핑을 하는 춤에 가까습니다. 아마 춤의 모든 장르를 통틀어서 가장 남성적이고 파괴적인 장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코리오 씬의 유려하고 화려한 안무들과 다르게 의도적으로 뚝딱거리면서도 쾅쾅거리는 춤이랄까요. 


설명을 찾아보니 왕국을 찬양하는 춤이라고는 하는데, 제가 이 크럼프라는 춤을 보며 느끼는 건 다른 종류의 감정입니다. 분노, 원한, 끓어오르는 충동 같은 마이너스의 감정들이 이 춤에 담겨있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프라임킹즈의 저 메가크루 영상 때문에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춤출 때 주로 하는 동작들이 허공에 휘두르는 주먹질처럼도 보이고, 유인원들이 자기과시를 하면서 내딛는 발걸음처럼도 보입니다. 음악들도 소리지르는 힙합이나 사운드가 쎈 일렉트로니카를 쓸 때가 많죠. 배틀을 붙을 때도 상대를 향해 팔꿈치로 치는 듯한 움직임도 자주 보이구요. 


여러 영상을 보면서 크럼프라는 춤이 시체가 추는 춤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춤을 다 못추고 죽은 사람이 춤에 대한 집념과 춤을 못추게 한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다시 부활한거죠. 하지만 무덤 속에서 이미 부패가 진행되었으니 중간중간 힘줄도 끊어져있고 뼈도 부숴져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걸음걸이도 뚝딱거립니다. 중간중간 동작에 적응이 되었다 싶으면 힘조절을 못해서 너무 세거나 빠르게 팔을 휘두르고 통제가 안되죠. 크럼프에서 신발트릭이나 모자 트릭이 유난히 많이 보이는데, 저는 이게 시체가 자기 머리나 발을 따로 떼서 노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시체의 익살이랄까요.


춤은 세상을 재해석하는 몸짓이죠. 어떤 춤은 무중력을 가정하거나 관절이 없다거나 자신의 육체가 로봇인 것처럼 몸을 씁니다. 크럼프는 자신의 몸을 뭔가 강하게 붙들어매고 있어서 거기에 저항하는 몸짓처럼 느껴집니다. 저 혼자만의 상상이지만 언젠가 해골 분장을 하고 춤을 춰주면 좋겠군요ㅋ




물론 크럼프도 다른 장르에 추려면 얼마든지 출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6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23
124823 2023 청룡영화상 수상 결과(씨네21 트위터발) [4] 상수 2023.11.25 557
124822 [왓챠바낭] 듣보 호러의 턴이 돌아왔습니다. 지수원 안 나오는 '배니싱 트윈' 잡담 [2] 로이배티 2023.11.25 232
124821 프레임드 #623 [4] Lunagazer 2023.11.24 76
124820 블랙핑크 영국 MBE 수여 상수 2023.11.24 193
124819 김강민 한화 행 [1] daviddain 2023.11.24 161
124818 로이베티님 글 받아서/ 사서 고생 [4] 김전일 2023.11.24 311
124817 발 마사지 후기 [4] catgotmy 2023.11.24 258
124816 김고은과 신승호, 엘리자베스 테일러 catgotmy 2023.11.24 230
124815 [핵바낭] 사서 고생, 인생의 진리 [17] 로이배티 2023.11.24 573
124814 프레임드 #622 [4] Lunagazer 2023.11.23 75
124813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크래시]를 보고 [2] Sonny 2023.11.23 1727
124812 다크나이트 용산 아이맥스 재상영. 상수 2023.11.23 194
124811 넷플릭스 요금제 catgotmy 2023.11.23 242
124810 홀로코스트 관련 영화들 보는 중, 이-팔 갈등 단상 [4] 산호초2010 2023.11.23 251
124809 새해준비(플래너, 일력, 피트니스 짐은 1월 전에 예약하는 게 좋다) 상수 2023.11.23 146
124808 #서울의봄 호 후기 [3] 라인하르트012 2023.11.22 774
124807 [넷플릭스바낭] 아주 건전하고, 아주 아트한(?) 영화네요. '아틀랜틱스' 잡담입니다 [10] 로이배티 2023.11.22 418
124806 프레임드 #621 [4] Lunagazer 2023.11.22 70
124805 이 구역의 미친 X (2021) catgotmy 2023.11.22 195
124804 김강민이 한화라니/우규민 kt [6] daviddain 2023.11.22 21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