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온지 며칠 안 됐구요. 로알드 달의 단편 네 편을 웨스 앤더슨이 하나씩 영상화 한 겁니다.

 그 중 세 편('독', '백조', '쥐잡이 사내')이 17분, 나머지 하나('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가 41분이어서 전부 다 봐도 92분 밖에 안 되구요.

 재밌게 봤지만 뭐 딱히 할 얘기가 있나... 싶어서 대애충 뭉뚱그려서 적습니다. 스포일러 같은 거 전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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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히 네 편을 하나로 묶어주는 포스터 같은 게 없어서 유일하게 포스터 이미지가 있는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로 대표를 시켜 봅니다.)



 -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말장난이지만 '비디오북' 같은 겁니다. ㅋㅋ 일반적인 '소설의 영상화'와는 많이 달라요.

 일단 등장 인물들 중 한 명이 쉴 새 없이 나레이션을 해요. 소설의 서술자 역할인 거죠. 근데 그걸 대놓고 카메라를 쳐다보며 합니다. 니가 독자야. 라는 듯한 느낌.

 그리고 나머지 인물들 역할을 배우들이 나와서 연기를 하구요. 배경은 언제나 웨스 앤더슨스러운 실내 셋트이고, 보기에 어떤 느낌일지는 설명도 필요 없겠죠? ㅋㅋ 암튼 그래서 나레이션이 오디오북 같은 기능을 하는 가운데 웨스 앤더슨스런 셋트와 배우들의 연기가 마치 책의 삽화처럼 작용하는 겁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굉장히 연극적이에요. 등장하는 배우가 직접 나레이션을 하면서 또 등장 인물 역할 하나를 맡아서 하구요. 상황에 따라 1인 2역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배경 세트 조작을 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는데, 아주 웨스 앤더슨스런 차림새를 하고선 그냥 화면에 튀어나와 조작을 합니다. 이거 갖다 놓고 저거 치우고 뭐 들고 있고 그러구요. 가끔 특수 효과가 들어가야할 부분도 cg도 쓰지 않고 이런 무대 담당자가 '나는 여기 없는 거니까'라는 식으로 무심하게 몸으로 때우거나 카메라 착시를 위한 소품들 같은 걸로 처리하고 그럽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논스톱 라이브로 찍어 내고 그런 건 아니구요. 그냥 영화인데, 이런 식의 연극 요소를 많이 넣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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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 위에 독사가 잠들어 있는 친구를 구출하려 애쓰는 친구와 의사 이야기,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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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을 든 동네 양아치들에게 수난을 당하는 선량하고 조숙한 소년 이야기, '백조')



 - 이야기들의 성격이 의외로 다양합니다. 시니컬한 블랙 코미디도 있고, 그냥 어처구니 없는 작은 소동극 같은 것도 있고, 먹먹해지는 슬픈 이야기도 있는가 하면 어린 애들 보여줘도 될 법한 건전 훈훈한 이야기도 있구요. 다만 만들어진 형식들은 모두 위에서 이미 설명한 바와 같아서 작품 별로 크게 다르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웨스 앤더슨 작품답게 배우들도 많이 겹치구요. 근데 뭐 어차피 웨스 앤더슨이 혼자서 다 만든 것이니 이런 부분은 그냥 '일관성'으로 봐야겠죠. 그리고 그게 좋았습니다. 


 사실 제가 웨스 앤더슨의 팬까지는 아닌데. 그냥 가아끔씩 한 번 보면 '아 이 양반 여전하시네 ㅋㅋㅋ' 이러면서 재밌게 보는 편이거든요. 이 시리즈(?)도 딱 그런 느낌으로 잘 봤어요. 여전히 같은 스타일의 그림이지만 여전히 예쁘고. 배우들도 이렇게 연극스럽게 연기를 하니 뭔가 대단한 장면 같은 건 없어도 은근히 실력 발휘들 해주는 편이구요. (솔직히 웨스 앤더슨의 '평소 영화'에 나왔을 때보다 연기할 건 많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ㅋㅋ) 로알드 달의 이야기들도 각자 다른 스타일로 재밌습니다. 네 편 모두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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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아주 괴상한 쥐잡이 아저씨에 대한 엽기적인 일화, '쥐잡이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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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할 말이 없는, 근데 이 짤만 봐도 모두 다 감독을 바로 떠올릴 것 같은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 뭐 더 덧붙일 말도 없구요. 그냥 '웨스 앤더슨이 만든 로알드 달 원작 단편 영화'라고 하면 다들 자동으로 머리에 떠오르실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웨스 앤더슨 스타일 좋으시면 보시고, 로알드 달 작품 좋아하시면 보시고... 그러시면 됩니다. ㅋㅋ

 그리고 만약 보실 거라면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를 마지막에 보시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게 런닝타임도 길고, 또 이 중에 가장 미술 쪽으로나 연출 쪽으로나 스케일도 있고 신경도 많이 쓴 느낌이라서요. 상대적으로 매우 소박한 나머지 셋을 먼저 보고 이걸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어쨌든 전 즐겁게 잘 봤네요.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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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중에 로알드 달 본인도 자꾸 나와요. ㅋㅋ 보시다시피 레이프 파인스가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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