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에 나왔죠. 애니메이션 주제에(?) 런닝 타임은 2시간 19분이나 되구요. 스포일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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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더'버스를 꿋꿋하게 '유니'버스라고 번역하는 한국 수입사의 꿋꿋함은 일면 이해가 가기도 하고, 좀 쓸 데 없어 보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전편에서 이제 행복하게 잘 살 것 같던 우리 마일즈 모랄레스군은 새로운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아무에게도 정체를 밝히지 못하니 외롭다는 거죠. 그래서 전편에서 만난 멀티버스의 동료들을 그리워하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요. 그리고 그 와중에 스파이더 그웬에겐 더 큰 고민이 생겼습니다. 갑자기 나타나 난동을 부리는 빌런 하나를 물리쳤는데 그 과정에서 이 놈이 자기 혼자 어디 부딪혀서 중상을 입고 죽었어요. 근데 알고 보니 이 놈이... (스포일러라서 생략;) 암튼 그 와중에 아빠와의 관계도 최악이 되었구요. 외롭고 고독하고 슬프며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갑자기 번쩍! 하며 이상한 놈이 나타나요. 얘길 해 보니 어느 멀티버스인가의 스파이더맨이 다른 세계의 스파이더맨들을 규합해서 조직을 만들고 멀티 버스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을 수습하고 다닌다네요. 나 거기 갈래!!! 하고 그웬은 자신이 살던 세계를 버리고 떠납니다.


 그리고 얼마 후. 여전히 빡세게 히어로질하며 브루클린을 지키던, 그러면서 부모님과 슬슬 갈등이 깊어지고 있던 마일즈에게 그웬이 찾아 오구요. 자기가 왜 왔는지, 뭘 하고 있는지는 비밀이지만 둘은 나름 교감의 시간을 가져요. 하지만 그웬은 자기는 할 일이 있다며 떠나고, 그웬을 붙들고 싶었던 마일즈는 허락도 안 받고 몰래 그 뒤를 따라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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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와 그웬에겐 슬픈 전설 아닌 전통이 있는데... ㅋㅋ 그웬의 비중이 전작보다 커져서 이번엔 마일즈와 함께 공동 주인공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 일단 비주얼이 쩝니다. 전편과 같은 스타일 맞는데, 훨씬 현란, 화려, 거대해졌어요. 

 단적으로 말해서 보는 내내 이런 생각을 했어요. "아니 이렇게 0.1초 지나가는 장면까지 이토록 사람 갈아 넣으며 그렸나. ㄷㄷㄷㄷ" 

 보통의 애니메이션 작품이란 아무리 퀄이 쩔어도 '제작자들 좀 숨 돌리고 가는 구간' 같은 게 보이게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런 게 없어요. 아무 장면에서나 랜덤으로 멈추고 스크린샷을 찍어도 공식 스샷으로 모자람이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거의 모든 장면들이 다 격하게 훌륭합니다. 다음 편은 무조건 극장 가서 봐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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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편의 메인 빌런 '스팟'님이십니다. 별 거 아닌 듯 가볍게 다루면 척 하면서 캐릭터의 변화를 은근 설득력 있게 잘 그렸어요.)



 - 여지껏 나온 마블 히어로들 관련 멀티버스 작품들 중 그 멀티버스라는 것을 가장 잘 활용한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언하지 못하는 이유는 제가 최근의 마블작들을 거의 안 보고 스킵 중이라서요. ㅋㅋ 


 이 시리즈 특징이 서로 이질적인 그림체를 장면마다 갈아 끼워가며 전개를 하고, 또 그런 이질적인 그림체들이 한 장면에 어울리기도 하고... 그러는 건데요. 또 그 '이질적인 그림체'는 대체로 상업용 애니메이션들이 잘 쓰지 않는 뭔가 단편 예술 애니메이션(...) 같은 게 많거든요. 그래서 이 작품이 뭔가 고급진 느낌도 들고 그렇죠. 근데 만약에 '그냥' 이런 식으로 그려냈으면 이게 허세로 보였을 텐데, 그 멀티버스 핑계를 대면서 그림체를 갈아 치워대니 이야기에 맞는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또 이야기 측면에서도 참 잘 써먹었어요. 대충 '다른 세계의 피터 파커는 좀 다르게 산다더라'는 식으로 해도 될 것을 수백 수천의 스파이디들을 마구 때려 박아 버리니 거대한 스펙터클도 되고, 개그로 써먹기도 좋고, 뭣보다 이야기가 굉장히 거대하게 느껴집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2편에서의 멀티버스 표현과 비교하면 느낌이 딱 그렇지 않습니까.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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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다른 마블 작품들도, 심지어 이 작품의 전편도 써먹은 아이디어라지만 이 정도 스케일로 키워 버리면 새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구요. ㅋㅋ)



 - 그리고 액션이 말이죠.

 사실 히어로물의 액션 연출은 이제 더 뭐 새로운 게 나올 구석이 없어 보입니다. 워낙 많이도 나왔잖아요. 게다가 스파이더맨만 따져도 샘 레이미 이후로 극장용 영화만 몇 갭니까. ㅋㅋ 그리고 이 영화의 액션도 사실 액션 안무 자체는 그다지 새로운 건 없어요. 

 근데 다른 건 다 실사 영화였잖아요? 그리고 전 마블 영화들 액션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특유의 뭔가 실사도 아니고 애니메이션도 아닌 것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그랬는데 그걸 아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애니메이션에 어울리는 과장과 연출들을 팍팍 넣으니 이게 대단한 볼거리가 되네요. 허허. 비교를 하자면 '엔드 게임'의 마지막 전투가 스케일과 볼거리 면에선 마블 영화들 중 거의 최상이 아닌가 싶은데요. 개인적으론 이 작품의 액션이 그보다 몇 배는 더 즐거웠습니다.


 아. 그리고 덧붙여서 이 작품 특징이 또 컷을 엄청 잘게 나눠서 쉴 새 없이 장면이 바뀐다는 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션이나 드라마의 흐름을 절대 끊어 먹지 않고 귀신 같이 이어가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막 현란하면 애들은 보다가 나가 떨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냥 되게 좋아하더라구요. 감독님 넘나 능력자이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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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가 바뀌고 캐릭터가 달라질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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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매번 새로운 스타일이 나오고, 그게 하나 같이 다 고퀄이구요. 또 영화 내내 이런 식이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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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판에 멀티버스와 관계 없이 주인공들 감정 표현하게 위해 튀어나오는 또 다른 그림체까지도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즐기게 됩니다.)



 - 거기에 드라마 & 유머도 정말 히어로물들 중 탑클래스가 아닌가 싶었네요.

 마일즈와 그웬의 각자의 애절한 사연들... 은 사실 되게 클리셰 사연들인데요. 그걸 캐릭터들 디테일과 장면 연출로 극복하고 몰입하게 만들더라구요. 또 이런 이야기와 관련 캐릭터들의 감정을 충분히 깊이 보여주면서도 이야기 흐름을 전혀 끊어 먹지 않는 것도 훌륭했구요.

 또 그 와중에 유머들이 정말 타이밍 좋게 들어갑니다. 중간에 마일즈가 매우 심각 진지 우울한 상황을 겪은 후 바로 이어지는 추격전에서 다짜고짜 개그부터 튀어나오는 걸 보고 감탄했습니다. 방심하고 있다가 깔깔대고 웃어 버렸어요. 분하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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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놈들이 가장 좋아했던 장면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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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놈들이 두 번째로 좋아했던 장면입니다. ㅋㅋ 이게 아마 1편의 쿠키로도 나왔죠.)



 - 암튼 뭐 거의 완벽한 볼거리에 아주 훌륭한 이야기였습니다.

 애초에 히어로물 자체를 안 좋아하신다면야 이것도 결국 원 오브 뎀이니 굳이 시도해보실 필요까진 없겠습니다만. 히어로물에 특별한 악감정이 없는 분들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니 꼭 보시기 바라구요.

 정말정말 유일한 단점이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엔딩인데요. 그것도 뭐 작품이 이 정도 퀄로 나와 버리니 불평할 수가 없더라구요. ㅋㅋㅋ 매우 즐겁게 잘 봤습니다. 다음 편은 반드시 극장에서!!!




 + 사실 제 주요 관심사는 '스파이더 햄이 다시 등장할 것인가!!!' 였는데 말입니다. 음. 결과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ㅋㅋㅋ 스파이더햄 너무 좋아요...



 ++ 아무리 생각해봐도 소니 픽쳐스가 창사 이래 가장 잘 한 일은 마블로부터 스파이더맨 판권을 산 것이고. 두 번째로 잘 한 일은 이 시리즈를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ㅋㅋ 



 +++ 시기 적절하게 플레이스테이션 독점 게임 '마블 스파이더맨2'가 근래에 발매되었는데요. 아... 뭐랄까. 애니메이션 뽕(?)이 워낙 강렬해서 굳이 게임을 해보고 싶단 생각도 안 드는군요. 어차피 게임 1편을 해봐서 알지만 이 시리즈와는 분위기도 전혀 다르구요. 또 이 작품 속 액션씬들 같은 건 애초에 게임 플레이로 번역되기가 불가능이라...



 ++++ 매번 디즈니 플러스보다 넷플릭스에 먼저 올라오는 게 좀 웃겨요. 어차피 스파이더맨은 소니 것이니 상관 없다는 건 압니다만.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인지 괜히 궁금하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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