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드라마를 보며 잡생각입니다.

2023.10.31 11:34

thoma 조회 수:278

'더 프랙티스' 3시즌 중반을 보고 있어요. 그리고 벤야민 평전을 몇 페이지씩 찔끔찔끔 읽고 있고요. 아마 그래서 이런 밑도끝도 없는 잡생각을 하나 봅니다. 


현실에서 어떤 사람의 범죄 행위가 일어납니다. 특정 시간과 공간에서 일어난 개별 인간의 행위란 점에서 유일무이한 사건일 수 있어요. 수백 가지 요소들이 작용한 매우 우연적이고 물렁물렁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이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 경찰이 수사하고 사건이 되고 변호사, 검사들이 붙어서 재판을 하면서 우연과 물렁물렁함은 어떤 형태를 갖춥니다. 어떻게든 기존의 케이스를 찾고, 아는 지식으로 분류를 해서 유무죄와 형량을 정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듭니다. 그 특정한 형태로 갖추어진 사건이 판결을 받습니다.

이렇게 판결을 받은 실제 사건은 1차로 다듬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제작진에 의해 어떤 사건이 선택되어 드라마가 만들어지면서 2차로 다듬어집니다. 쳐내고 잇고 붙이고 드라마 캐릭터의 허구적 성격도 더하여 현란한 언어적 공수로 재무장된 사건사례가 되는데, 두 번 다듬어진 그것을 우리는 시청합니다. 


저는 책, 영화, 드라마로 현실을 배운다는 생각을 합니다. 재미도 중요하지만 현실 경험과 감각이 부족한 저에게는 책과 영화가 배움의 통로로도 큰 역할을 하니까요. 하지만 이는 참 허약한 생각이기도 합니다. 책, 영화, 드라마에서 제시되는 것은 현실인 것처럼 정제된 가공된 무엇이라고 해야 맞겠죠. 현실에 대한 견해라고 해야 맞겠습니다. 하지만 '배우다' 라는 단어를 쓰자면 허약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현실 자체는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닌 거 같아요. 말로 옮기는 순간 많은 것이 빠져나가고 애초에 말로 옮길 수 없는 것들도 많고요. 느끼고 체험할 수는 있겠지만요. 글로든 영화로든 써야만 배울 수 있는 무엇이 될 거 같아요. 

글도 영화도 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대부분의 날을 그냥 치이며 사는 저 포함 많은 이들이 반복 실수의 날을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느끼고 체험한 것에 대한 생각을 써야 배울 가능성이 생기는 거 같습니다. 다른 배움의 가능성은? 명상, 묵상, 기도 같이 물리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고 뇌에 아로새겨 쓰는(비우는) 것? '극장전'에선가 김상경이 생각, 생각을 해야 한다, 인가 비슷한 대사를 했던 것도 떠오르네요.

글이든 영화든 열심히 보기라도 하자 싶네요. 돌고돌아 결론은 언제나 비슷합니다. 내 우주가 그렇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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