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문제는 '작년의 나'였습니다.

3년간 쭉 같은 학생들을 만나다가 졸업을 맞았는데.

졸업식이 워낙 단촐해서 아쉽단 생각을 하다가, 3년간 이놈들 행사, 활동 사진들 직접 찍어 놓은 게 있으니까 고별 영상이나 하나 만들어 볼까?

해서 그간 찍은 사진들 정리하고, 고르고. 3년간 그 녀석들 담임을 했던 분들 인사 영상 같은 걸 받아서 정말 저열한 얼기설기 영상 하나를 만들어서 졸업식에 틀었거든요.

계획에 없던 깜짝 이벤트 같은 거라 생각 외로, 기대 보다 반응이 좋아서 잘 했구나. 보람차구나. 이러고서 흐뭇하게 인생 1회 이벤트를 마무리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올해 또 졸업반을 맡아 버렸고. (원래는 신입생들 맡을 거라 모두 예상했는데!!!)

이놈들이 작년 졸업식 때 그걸 다 봐 버려서 졸업이 다가오니 '올해도 해주실 거죠?' 라고 맡겨 놓은 것 내놓으라는 듯이...

게다가 윗분들까지도 당연한 듯이 '올해 영상은 언제 주시나요?' 라며 기한까지 정해주네요;


사실 안 해도 되거든요. 이건 업무 분장에도 없고 원래 행사 식순에도 없는 거라.

근데 애들 보기가 무서워서 결국 또 해야겠구나... 했는데. 거 한 번만 더 하지 뭐. 라고 결심하고 나니 작년에 만들었던 그것의 저열한 퀄리티가 신경 쓰이는 겁니다.


그래서 그래, 기왕 하는 거 이번엔 좀 더 성의 있게 해 보지 뭐. 

라고 결심하고 야심차게 어도비 1년 구독을 질렀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 때 월 1,8000원으로 세일을 하길래 덜컥. 하고.

그러고 대략 열흘 동안 배경 음악 정하고, 곡 길이랑 구성에 맞춰 사진 골라내고... 한 게 엊그제까지구요.

마침 지인들 중에 디자인으로 먹고 사는 분이 계셔서 '대충 이러저러한 영상 하나 만들려는데 뭘 어떻게 하는 게 좋나요?'라고 물으니 어도비 애프터 이펙트란 걸 추천해주네요.

프리미어 프로는 들어봤어도 이건 또 뭔데... 했는데 뭐 암튼 니가 만들려는 건 거기 더 맞다고 그걸로 하래요.

그래서 선생님이 시키는 말은 들어야지... 하고 엊그제 그 프로그램을 구동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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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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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하하. 이게 뭐죠. ㅠㅜ



그래도 작년의 그 괴작을 만드느라 심플한 영상 편집 툴은 써봤는데. 그리고 사실 오래 전에도 다른 무료 툴을 몇 번은 써봤는데요.

이건 뭐가 뭔지 진짜 하나도 모르겠더라구요. ㅋㅋㅋㅋ 완전히 시작부터, 그러니까 사진 불러오는 것부터 헤매다가. 불러온 사진 배열하고 넘기는 것까지 가는 데 몇 시간이 걸렸구요.

이제 그 사진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느낌으로 배치를 하려고 하니... 키 프레임 이게 뭔데. 아니 이건 왜... 저건 뭐... 어라 되네? 어? 됐던 게 안 되네? 

그래서 추천자님에게 아니 이게 뭔가요!! 라고 물으니 그 분 대답이 



 "우하하 현업들이 밥벌이로 사용하는 툴을 우습게 봤단 말이더냐!!!!" 라고.



 아니... 너님께서 추천해주신 거잖아요.......... ㅠㅜ



그래도 "님하께서 원하시는 그 수준으로 만드는 데는 그렇게 많이 공부하실 필요 없어요" 라며 격려를 해주길래 네네 감사. 이러고서 고민하다가,

결국 독학을 포기하고 블로그, 유튜브를 열심히 검색해서 필요한 내용들을 찾아 보는데,

댓글들은 다들 참 상냥하고 쉽게 가르쳐주신다고 찬양들을 하고 있는데 제 눈엔 싹 다 밥 로스 같은 놈들인 겁니다. "이건 이렇게 하면 됩니다!" 라는데 난 그 "이렇게"가 뭔지 모르겠다 이놈아!!!!!



그래서 또 한참을 멘붕에 빠져 있다가...

결국 매우 심플한 진리를 깨달았네요.

원하는 부분만 얼른 샥 습득하려고 하지 말고 완전 쌩초보를 위한 시작 가이드부터, 맘대로 스킵하지 말고 알려주는대로 순순히 따라가며 공부를...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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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이란 놈이 어디서 날로 먹으려고!!!)



그리하여 오늘(아니 어제) 퇴근 후에 양순한 학생 모드로 영상 두어개, 블로그 포스팅 몇 개를 학습한 결과 드디어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ㅋㅋㅋ

그렇게 간신히, 전혀 안 다듬어진 얼기설기 버전 영상을 23초 정도 만들고 오늘은 이만하면 되었다... 하고 접었네요.

그래도 뭐라도 되는 듯한 느낌이 드니 희망찬 기분!!



뭐 아직 한 달 넘게 시간이 남았으니 어떻게든 완성은 되긴 하... 겠죠? ㅋㅋㅋ

그리고 나이 먹고 일생 안 써 보던 프로그램을 시작부터 공부하려니 빡세고 짜증나긴 하는데 동시에 재밌기도 해요.

아 이래서 사람들이 나이 오십 되면 갑자기 뭘 만들고 화분 심고 그러는구나... 라는 늘금의 깨달음이 옵니다. ㅋㅋ

어차피 대단한 결과물을 기대하고 하는 작업도 아니고, 또 작년에 한 번 보고 올해 또 볼 사람들 눈엔 작년 거나 올해 거나 똑같아 보이고 그러겠습니다만. 어차피 인생 자기 만족이니까요.

시작한 김에 열심히 한 번 해봐야지. 라고 결심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재미 붙이면 취미 삼아 꾸준히 해 볼 수도 있는 거고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어쨌거나 새로운 걸 배운다는 건 재미가 있구나.

그리고 뭔가를 만드는 취미라는 게 이래서 좋은 거구나.

라는 인생의 진리를 깨달았다는 데 의의를 두고 이제 잠이나 자야겠습니다.


오늘도 쓸 데 없이 긴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




 + 아마 그래서 당분간은 영화 뻘글은 좀 띄엄띄엄... 뭐 그렇게 될 듯 합니다. ㅋㅋ


 ++  그리고 덤으로



 영상에 넣으려다 포기한 곡이나 올려 보구요.

 이런 걸로 영상 만들면 윗분들도 졸업식 참석 손님들도 경악하고 참 즐겁겠다고 생각하다가... 그 전에 졸업생들이 안 좋아할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아무리 자기 만족 작업이라지만 고갱님들 생각도 해야겠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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