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작이구요. 체감 시간 3시간 50분에 앱 표시 런닝타임은 1시간 47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결말만 흰 글자로 짧게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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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왜 아직 '발레리나'도 안 봐 놓고 이걸 덜컥 봤을까요...)



 - '다치바나 란' 이라는 미모의 젊은 여성 복서가 나옵니다. 원래 유명한 길바닥 싸움꾼이었다가 맘 잡고 복싱을 시작해서 3전 3 KO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래요. 과거 행실 논란은? 이 분이 이렇게 열심히 권투를 하는 이유는 부모 잃고 둘이 살다 경제적인 문제로 고모네 집에서 학대 받으며 살고 있는 금쪽 같은 친동생을 데려와 함께 살기 위해서죠.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쌩뚱맞은 장소에서 쌩뚱맞은 상황으로 동생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습니다만. 시신의 상태가 육안으로 확인해도 자기 동생이 아닌데 경찰은 안 믿어주고요. 결국 직접 여기저기 다니며 알아보다가 매우 수상한 클럽을 알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 곳은 어둠의 대기업 뭐시기 회사가 남 몰래 운영하는 불법 투기장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뭐가 어찌됐든 동생을 구하려면 주인공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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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위해 근육도 만든 듯 하고. 또 나름 액션 장면들 이것저것 열심히 연습해서 찍으신 듯... 하지만 '잘' 하지는 못하셨구요. 연출로도 커버가 잘 안 됐구요...)



 - 저 아직도 아마존 프라임 해지 안 하고 있는데요(...) 간만에 뭐 하나라도 봐야지! 하고 켜봤더니 신작이랍시고 이 영화 썸네일이 딱 뜨더라구요. 일단 천하무적 여성 파이터 액션류를 좋아하는 편이고. 이걸 보니 '아 맞다 발레리나를 아직 안 봤네? 얼른 봐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무심코 재생 버튼을 눌러 버렸습니다. 그리고 전 일단 시작해버리면 어지간하면 끝을 보자는 주의라 그냥 그대로 쭉 봤어요. 그리고 그 결과는 이미 글 제목으로 모두 알고 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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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스 인 보더랜드. 에서 미모의 박사님으로 나오셨던 분이죠. 그 때 눈에 확 띄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비주얼은 훌륭하십니다만. 이게 영화의 유일한 장점이라는 게 문제.)



 - 근데 못 만들어도 '정도'란 게 있잖습니까. 이 영화에는 그런 게 없습니다. 

 아니 뭐 때깔은 좋아요. 아니 그게... 그러니까 기술적인 때깔은 좋아요. 미술은 구리지만 화면빨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배우가 예쁘죠. 네. 딱 여기까지. 그 외의 거의 모든 것이 구린데. 그렇게 거의 총체적으로 구린 영화들도 만든 상태에 따라 재밌게 볼 수도 있는 것인데 이 영화는 그게 안 돼요.


 가장 큰 문제는 만든 사람들이 자기들이 손을 댄 이야기의 컨셉과 장르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천하무적 싸움꾼 미녀가 동생 잡아간 나쁜 놈들 떼찌해주는 이야기에요. 그럼 다른 건 다 개판을 쳐도 꼭 챙겨야 할 게 뭡니까. 주인공이 짱짱 세다는 걸 최소 1분에 한 번씩은 보여줘야죠. 나쁜 남자들 신나게 두들겨 패야죠. 그리고 그냥 패는 게 아니라 아주 간지나고 기발하고 재밌고 화려하게 패 줘야죠. 그러다 마지막엔 혼자서 다 두들겨 패고 동생 구하고 미소 한 번 지어줘야죠. 이게 이런 이야기, 이런 소장르물의 핵심이자 근본 아닙니까. 스토리 구려도 괜찮아요. 배우들 연기 못해도 좋아요. 그냥 딱 저것만 성의 있게 챙겨주면 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어떤 식이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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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근육 만들고 찍은 액션 장면들의 절반에서 주인공이 이런 상태입니다.)



 - 일단 런닝 타임 절반이 지날 때까지 액션이 거의 없습니다. 당연히 주인공도 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럼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되냐면, 이 사건에 얽힌 양심적인 형사님이 전개하구요, 운 좋게 만난 컴퓨터 천재 해커(ㅋㅋㅋㅋㅋㅋㅋ) 남자애가 전개하구요, 양복 입고 똥폼 잡으며 '이거시 나의 필살 카리스마 비정 미소닷!'을 연발하는 빌런 아저씨가 전개합니다. 그동안 주인공은 하는 일이 거의 화내고 우울해하는 것 밖에 없어요. 그러다 전남친 캐릭터까지 등장하네요. ㅋㅋㅋㅋ


 그러다가 액션이 시작... 되는데. 음? 컴퓨터 천재 해커 젊은이도 주인공만큼 잘 싸웁니다. 전남친 캐릭터는 주인공보다 잘 싸웁니다. 그리고 중간보스랑 1:1 대결 벌이던 주인공은 몇 대 때리지도 못하고 칼 맞아 죽을 뻔 하다가 아군들에게 도움 받아서 구사일생으로 도망쳐요. 왜죠. 어쩌자는 거죠.


 이렇게 영화가 도대체 주인공에게 집중을 못 해요. 주인공과 주변에 우글거리는 남자 캐릭터들을 아주 동등하게 대하는 양성이 평등한 영화... 를 왜 만듭니까 이 스토리로? ㅋㅋㅋㅋ 그냥 무조건 주인공이 짱 세고 짱 멋져야죠. 설마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런 걸 몰랐을 리도 없는데 이런 꼴로 만들어 놓은 걸 보니 괜히 이 분들 마인드까지 의심스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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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뜬금 등장하는 전남친도 주인공 보다 세서 이렇게 트레이닝이나 받구요.)



 - 또 한 가지. 이런 부분 말고도 그냥 총체적 난국이거든요. 액션 안무도 별로에요. 사실 이 장르에서 이걸 지적하면 얘기 끝난 거지만 그래도 몇 가지 덧붙여 보자면 개연성도 구리구요. 대체 왜 서기 2023년까지 저런 환타지 컴퓨터 해커가 계속 영화에 등장하는지도 모르겠구요. (사실상 중요한 일은 얘가 다 합니다. ㅋㅋ) 캐릭터는 모두 평판에 클리셰. 당연히 드라마는 기대도 하면 안 되고. 거기에 덧붙여 미술이 진짜 구립니다. 뭔가 20세기 한국 SF 미술을 다시 보는 것 같더라구요. 이렇게 모두모두 구린 가운데 그 구림의 절정은 클라이막스와 엔딩이에요. 스포일러니까 마지막에 따로 적겠지만, 지금까지 언급한 모든 구림을 한 방에 능가해 버리는 압도적, 초월적인 구림이 마지막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말 그 장면을 보니 제가 KO를 당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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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스트라들이라도 조금 쥐어 패다가 네임드 몹을 만나면 바로 또 이렇게....)



 - 덤으로 보는 내내 정말 해괴했던 것이, 되게 한국산 조폭 영화 느낌이 납니다. 악당들 졸개들이 우다다 달려드는 장면들 보면 딱 한국산 조폭 액션 영화 보는 기분이구요. 악당의 높으신 분들도... 그러니까 일본 영화의 악당들도 클리셰 스타일이 있잖아요. 근데 그게 아니라 되게 한국적인 빌런들이 나와서 한국적인 대사를 치고 그걸 한국적인 컷으로 잡아냅니다. 그래서 대체 이게 뭔가... 했는데요.


 어라. 감독이 한국인이네요. 그리고 원작이 한국 웹툰입니다. 그 외의 스탭들도 대략 절반 정도는 한국인인 듯 하구요. 그래서 대체 이게 뭔가... 하고 검색을 해 보니 한일 합작 영화였어요. 일본 스튜디오에서 만들었는데 원작과 감독을 한국 것을 택해서 만든 영화... 라는 희한한 상황이었군요. 뭐 암튼 한 방에 의문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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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남는 건 배우님 비주얼 뿐인데 그렇담 차라리 이미지 검색을 해서 한 시간 사십분 동안 사진 구경을 하는 게 낫습니다.)



 - 더 적어서 뭐하겠습니까. 구립니다. 일본을 너무 싫어하는 한국인 감독이 '일본 애들 자본으로 아주 구린 영화를 만들어서 데미지를 남겨주겠어!'라는 의지로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구려요. 정말 절대로 보지 마시구요.

 딱 하나... 영화의 장점을 들자면 주연 배우가 예쁩니다. 끝. 정말로 끝. 이거 말곤 없습니다. 끝.




 + 다짜고짜 스포일러입니다.  마지막 대결입니다. 설명하자니 그럴 시간과 에너지가 아까운 스토리 얘긴 다 생략하고 암튼 마지막 대결만.


 상황은 이렇습니다. 보스가 주인공더러 제발 한 번 싸우자고 졸라요. 싫다니까 자기 오른팔 부하를 시켜 주인공 동생 머리에 총을 겨누고 싸우자고 합니다. 그래도 싫다니까(!?) 보스가 다짜고짜 주먹을 날리면서 싸움이 시작되는데...

 ...그냥 막 팹니다. 악당 보스가요. 주인공은 한 대도 못 때리고 계속 맞아요. 그러다 쓰러지구요. 그럼 뒤에 뭐가 더 있겠죠? "언니! 일어나아아아!!!!" 하면 갑자기 투지를 불사르며 부활한다든가 하는 유치한 연출!!! 도 없어요. 그냥 일방적으로 맞고 깔끔하게 뻗습니다.

 근데 그걸 보고 눈깔이 뒤집힌 동생이 자길 붙들고 있던 보스 오른팔의 권총을 빼앗아서 갸를 죽여 버리고 보스를 쏴요. 보스는 왼쪽 어깨에 총알 한 발을 맞고는 쓰러져서 정신 못 차리고 고통스러워 하구요. 우리의 주인공은 그제서야 어기적 어기적 간신히 일어나 너클 낀 주먹으로 보스의 총 맞은 부위를 딱 한 대 때립니다. 그러자 보스는 무력화. 주인공은 얘를 죽일까 한 대만 더 칠까 고민하다가 그냥 안 때리고 주먹을 내려요. 그때 경찰들이 도착하고, 이걸로 상황 종료입니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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