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애호가?들에 속하거나 그 언저리 비슷하게 걸친 분들에게 

 아주 아주 진입장벽이 낮은 후기입니다.


 애호가들도 종류가 아주 많은데.... 맛좋은 커피 만드는 카페를 찾아 다니는 그런 부류는 아니고

직접 손수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 원두를 찾아 자기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레벨의 분들에게 재미 있을만한 후기입니다.


 

 나는 대충 25년을 훌쩍 넘도록 핸드드립을 직접 내려서 마셔왔습니다.

 그 25년을 거치면서 처음 15년 정도는 나의 커피 취향을 발견해나가고 정착하는 과정이었고

 나머지 10년중 8년간은 나의 취향에 가장 부합하는 커피원두의 종류와 적당한 도구들과 브루잉 방식을 찾고 익숙해지는 단계였다면

 최근 2년간은 취향의 바운더리 안에서 다양함을 모색하는 단계였던거 같아요. 

 

 그러다가 올해초 어떤 커피페스티벌 행사장에서 꽤 괜찮은 커피를 우연히 맛보게 되었는데 

 다름아닌 온두라스에서 온  '위스키'라는 원두 였습니다. 

 태어나 처음 맛 보는 풍미였어요. 

 한국에서는 아직 상업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원두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략 반년전 기준, 지금은 아닐수도)


 서설이 길었습니다.

 자.... 20년 넘는 세월동안 핸드드립만 파던 사람이 어쩌다가 에스프레소 머신을 탐하게 되었는가?

 바로 이 원두 때문입니다.

 컵노트에 슬쩍 '위스키'가 들어가 있는 정도가 아니고 그냥 원두 포장 헤드라인이 '위스키'여서 호기심에 마셨다고 반한 커피입니다.

 내가 또 위스키 좀 좋아합니다. 

 커피 페스티벌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했죠? 다행히 제가 머물던 도시에 카페를 운영하는 로스터리 커피회사였고

 아주 아주 다행히 숙소에서도 가까운 곳에 가게가 있어 단골이 되었죠.

 한국에 갈떼마다 원두를 몇 봉다리씩 사가서 손수 내려 마시기도 했구요.

 그러던 어느날 그 카페에서 오더를 잘 못해서 핸드르립이 아닌 에스프레소 - 아메리카노로 마시게 되었습니다.

 어라??? 이 원두에서 처음 날 흥분 시켰던 그 맛이 에스프레소가 핸드드립보다 더 강하게 느껴지는거 아닙니까!!!

 우왁!


 사실 내가 핸드드립을 선호 한다지만 에스프레소와 담 쌓고 사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집에서 모카포트로도 커피를 즐겼었구요. 

 가끔은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같은 원두를 핸드드립과 에스프레소 두 가지 방식으로 각각 맛을 보게 되며 뭔가 깨달음? 비슷한 걸 얻게 된거죠.

 공부가 참 부족해서 그 전에는 그냥 핸드드립용 원두와 에스프레소용 원두가 따로 있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말하는 업자들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요. 모든 커피원두는 모든 방식으로 다 만들어 낼 수 있다!

 다만 그 추출방식에 따라 고유한 풍미가 더 강조될 수도 있고 부드러워질 수도 있고 약점을 보완 할 수도 있고 등등....뭐 고수의 세계에선 상식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사실을 혼자서 우연히 알게된거죠.


 암튼 그렇습니다.  전 지금까지 커피를 반만 즐기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장만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고 몇 일전 드디어! 두두둥!!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중에서는 하이엔드급이라는 소리를 듣는 브레빌920 이라는 아이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가정용 머신이지만 한국에서는 200만원이 넘어가는 사악한 가격(호주에서 직구로 구입하면 120 정도?) 때문에 널리 보급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만

 업소의 3구짜리 에스프레소 장비가 고장 나는 바람에 집에서 사용하던 이 아이로 겨우 위기 탈출했다는 전설의 장비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 아이는 고작 1구짜리입니다.  무슨놈의 1구짜리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이 하루에 샷을 200번을 만든답니까? 

 이 말도 안되는 전설을 갖고 있는 머신이 바로 이 아이입니다.

 그리고 분명 자동 머신이 아님에도 개똥손이 뽑아도 기본은 하는 그런 놀라운 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와 에스프레소 정말 어려운거네요 -_-;

 원두가 바뀔 때마다 분쇄도도 조정을 해야 하고 원두량도 조정해야하고 압력도 만저줘야 하고;;;

 아 분명 같은 원두로 진득하니 걸죽하게 잘 나왔었는데; 사흘지나니 얼레?  바로 폼이 바뀌네??


 업소에서는 한봉다리 오픈해서 당일이나 그 다음날 정도면 다 소화가 되니까 문제가 안되는데

 가정에서는 200~250그람 소량이라고 해도 일주일정도는 마시게 됩니다.  산패방지를 위해 당연히 아주 신경 써서 보관을 하지만....

 미세한 수분유입과 가스 유출 등은 막을 수가 없다 보니 -_-;;

 여하간 머신으로 뽑는 에스프레소는 이거 숙달되는데 커피 수킬로는 써야 할거 같습니다; 

 핸드드립은 원두분쇄도와 원두-물 비율 그리고 물 온도만 대충 맞춰주면 아무렇게나 내려도 그럭저럭 즐 길 수 있습니다. 

 도저히 망할 도리가 없는 그런건데....

 에스프레소머신은 와.... 정말 모 아니면 도 느낌이네요 -_-;


 그래도 너무 너무 좋습니다.

 핸드드립에서는 할 수 없었던 여러가지를 가능하게 해주거든요.

 어제는 나른한 오후 늦은 시간이라  냉장고에 있던 오렌지쥬스를 꺼내서 오렌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마셨어요.  이런거 너무 너무 쉽습니다.

 아마 몇 달 뒤면 완전히 숙달이 되어 내 몸처럼 다루고 원하는데로 척척척 추출해 마시게 되겠죠?

 그 때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그 과정 또한 얼마나 재미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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