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요즘은 아이에 대해 가끔 생각해 보곤 해요. 아이의 용도는 뭘까? 인류를 이어가기 위한 인류 관점에서의 용도 말고, 낳아서 키우는 사람에게 있어서 말이죠. 일단 뭐 득 되는 게 있어야 아이를 낳을 거니까요.


 옛날에는 아이의 용도가 어쨌든 낳아놓으면 5살 즈음부터 부려먹을 수도 있고 팔아먹을 수도 있는 자산이었죠. 그리고 나중에 자신의 노후를 책임지는 투자재이기도 했고요.


 

 2.요즘은 아이가 소비재예요. 드는 돈과 시간, 정성은 더 많은데 금전적인 리턴은 없기 때문에 인류의 존속에 기여하는 보람을 느끼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키는 대상으로 존재하죠. 아들보다 딸이 더 선호되는 이유는 그래서이지 않을까 싶어요. 인간에게서 투자재의 성질을 빼고 소비재의 관점으로 딸이 더 나으니까요.


 딱 잘라서 옛날에는 아이가 투자재, 현대에는 소비재라고 할 순 없겠지만 어쨌든 대체로 그렇죠. 일반적인 사람들의 기준에선요.



 3.어쨌든 아이의 용도는 그렇게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고 볼 수 있는데...그래서 예전부터 아이를 키워서 보람을 얻는 목적이라면 입양이 제일 낫지 않나 싶어요. 입양은 서로에게 좋은 거거든요. 아이의 입장에서는 원래 본인에게 주어진 인생보다 좋은 인생을 사니까 좋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낳아서 책임져야 하는 아이만큼의 혹독한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점이요.



 4.휴.



 5.왜냐면 입양해서 키우는 아이는 상위 0.1%정도의 케어와 투자까지 해 주고 안 되면 할 만큼 한 거거든요. 하지만 낳아서 키우는 아이는 그렇지가 않단 말이죠. 상위 0.1%급의 투자를 해 줬는데 그래도 안 되면 상위 0.05%, 0.01%로 올려야 해요. 그런데 그러고도 안 되면 그냥 평생 십자가 지고 살듯이 책임져줘야 하고요. 


 하지만 입양해서 키우는 아이라면 상위 1%, 그래도 안 되면 상위 0.1%레벨의 투자까지 해 주고 아웃풋이 안 나와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는 거죠. 그래서 부모 입장에서는 입양이 좋은 선택지가 아닌가 싶어요.



 6.그러고보니 예전에 이 얘기를 꺼내니 뭔가 엄청 선비정신으로 무장하고 발광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아이를 한번 입양했으면 낳은 아이만큼 무한책임을 져야지 그게 뭔 소리냐고요. 그런 말을 지껄이는 사람은 본인이 일단 0.1%의 투자를 해줄 수는 있는 건가 궁금하긴 해요. 



 7.어쨌든 사람에게는 아이가 있거나 아이 비슷한 게 있어야 해요. 아이가 없어도 되는 인생은 불행한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없는' 인생이 불행한 건 아니지만 '아이가 없어도 되는' 인생은 확실히 불행한 거 아닐까 싶단 말이죠. 결혼을 안한 사람이 불행한 건 아니지만 결혼을 못한 사람은 어느 부분에서는 불행한 것처럼 말이죠. 물론 때로는 결혼이 더 큰 불행을 불러올 수도 있지만 그거야 아무도 모르니까요. 





 ------------------------------------------------------





 뭐 어쨌든 그래요. 인간에게는 책임이 필요하단 말이죠. 어떤 사람에게는 그게 자식같은 회사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게 자식같은 작품일 수도 있죠. 평생을 걸쳐 써온 이야기가 있는데, 맨날 놀고 다니느라 그 이야기를 완결짓지 못하면 자기 자식을 불완전한 상태로 세상에 내놓은 채로 끝난 거니까요.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회사나 작품이 아니라, 자기 자식이 책임일 수도 있고요.


 어쨌든 나이가 드니 사람에게는 책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자신의 역량에 맞는,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힘들지만 아슬아슬하게 버티며 살아갈 만한 무게의 책임이 말이죠. 


 왜냐면 사람이 나이가 들면 힘들게 사는 것과 편하게 사는 것 중에서는 힘들게 사는 게 그나마 낫거든요. 힘들게 살아도 행복하지 않고 편하게 살아도 행복하지 않지만, 인간은 적어도 힘들게 사는 동안에는 불행하다는 사실을 잊을 수는 있으니까요. 편하게 살고 있으면 불행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되기 때문에 힘들게 살아가는 삶이 훨씬 나은 거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35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89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848
125313 에피소드 #73 [2] Lunagazer 2024.01.23 45
125312 프레임드 #683 [2] Lunagazer 2024.01.23 41
125311 푸바오는 3월초까지, 강추위라 장갑을 새로 샀습니다, 뭐더라(...) [2] 상수 2024.01.23 232
125310 인디아나 존스에 영향을 준 영화들 돌도끼 2024.01.23 214
125309 멍청한 일 [2] catgotmy 2024.01.23 154
125308 세인트 세이야 봤어요 [1] 돌도끼 2024.01.23 141
125307 인디아나 존스와 아틀란티스의 운명 [1] 돌도끼 2024.01.23 180
125306 Norman Jewison 1926 - 2024 R.I.P. [3] 조성용 2024.01.23 176
125305 [왓챠바낭] 그냥 보고 싶었던 그 시절 B급 영화, '다크 앤젤' 잡담입니다 [21] 로이배티 2024.01.23 383
125304 제 7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 리스트(홍상수&이자벨 위페르) [1] 상수 2024.01.22 294
125303 프레임드 #682 [4] Lunagazer 2024.01.22 57
125302 축구 ㅡ 포르투갈 듀오 daviddain 2024.01.22 72
125301 촛불집회 다녀왔습니다. [4] Sonny 2024.01.22 390
125300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3] 물휴지 2024.01.22 125
125299 시대별 소설 [4] catgotmy 2024.01.22 231
125298 [영화바낭] 그 시절 어린이 영화는 참 거칠기도 하죠. '구니스' 잡담 [18] 로이배티 2024.01.21 468
125297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부산공연, 많이 별론가보네요. [4] S.S.S. 2024.01.21 413
125296 프레임드 #681 [4] Lunagazer 2024.01.21 61
125295 1월의 책들 [2] thoma 2024.01.21 254
125294 "고려 거란 전쟁"은 더이상 못보겠네요 [6] 산호초2010 2024.01.21 81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