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년에는 4년간 맡았던 보직을 그만두고 담임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라는 것을 몇 주 전에 알게 되었죠.

그래서 하던 일이 올해가 마지막이구나... 싶으니 뭐 한 번 빡세게 불필요한 일들(?) 질러 볼까? 라는 맘으로 이것저것 손을 댔다가... 어떻게든 진도는 꾸역꾸역 나가지긴 하는데 이래갖고서 애들 졸업 전에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구요. 그래서 한 이틀 정도만 듀게 멀리하고 작업에 집중해 보자... 했다가 그만 닷새가 지났습니다. 네, 사실은 5일 밖에 안 돼요. ㅋㅋㅋ 일주일도 아니고!


그래도 그렇게 한 보람이 없지 않아서 저질러 놓은 일 세 가지 중 둘은 끝냈고. 다른 하나도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아직 시간, 품은 많이 들겠지만 그냥 시간과 노가다의 문제이고 어려운 문제는 다 해결 됐어요. 덕택에 마음이 좀 편해지네요.



2.

겨울 방학이 정말 며칠 앞으로 닥친 상황이라 학교 일도 미쳐 돌아가거든요.

근데 이런 상황에서 퇴근 후에 먹고 자고 조는 시간 빼고 다 때려 박아서 일을 하다 보니... 


재밌습니다? ㅋㅋㅋ


생각해 보니 그렇더라구요.

저는 고3 때도 대충 살다가 운 좋게 얻어 걸려서 대학 가고 그랬던 인간인데.

뭘 이렇게 열심히 해 본 적이 없어요. 물론 다 늙어서 약 먹은 병아리처럼 삐약삐약 졸며 열심히... 이긴 합니다만.


일단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꼭 해야 할 일도 아닌데 (지금 작업 둘 중 하나는 직장 사람들은 아예 모릅니다 ㅋㅋ) 걍 열심히 한다.

라는 게 은근 기분 좋아지게 하는 거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것만 끝내면 다 때려치우고 다신 안 할 거에요. 이미 잉여롭게 OTT와 보내던 세월이 그립습니다. 

뭣보다 한 번 해 버리면 이제 사람들이 '쟤 또 그거 하는 거 아냐?'이렇게 짐작을 할 거잖아요. 거기 부응하기가 싫으네요. 인성... ㅋㅋㅋㅋ



3.

오늘 눈이 왔잖아요.

늘 그렇듯 애들이 눈 뭉쳐서 만든 뭔가를 들고 교무실에 자랑을 하러 왔는데.

뭐 또 오리겠지... 하고 봤더니 헬로 키티네요?

근데 퀄리티가 꽤 좋네요??


허헐 이게 뭐야!? 하고 보니 눈오리랑 마찬가지로 눈헬로키티를 만드는 물건을 파는군요. 정식 라이센스인가 보구요.

라이센스 값도 있고 아무래도 금형도 좀 더 정교해서 그런지 쇼핑몰 가격이 거의 여섯배입니다. ㅋㅋ

사 주면 자식놈들이 되게 좋아하겠다 싶어요. 눈이 또 언제 얼마나 올진 모르겠지만 뭐 두 개 사도 만 몇 천원 돈이니 걍 사는 걸로.



4.

이제 졸업이 코앞이라 학생놈들은 각자 자기 취미 생활에 매진을 하더라구요. 인생 끝났냐? 라고 갈구긴 합니다만

근데 이럴 때 보면 그동안 몰랐던 학생들 면모가 보이는 게 신기해요.


오늘 한 놈이 소금빵을 구워와서 손편지까지 써서 교무실에 돌렸구요.

그거 뜯어 먹으며 감탄하고 있는데 다른 녀석은 버터바를 3종 세트로 구워서 예쁜 배달 종이 용기 같은 데다 담아서 메모지에 '버터바 맛있게 먹는 법'까지 일일이 그림과 함께 적어서 갖다 주고요.

또 어떤 놈은 맨날 공부만 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고퀄의 선생들 캐릭터 그림을 그려와서 하나씩 하사하고 가시고...

또 한 녀석은 맨날 춤만 추는 캐릭터로 알고 있었는데 오늘 졸업 영상 만든다며 학교에 맥북을 들고 와서 프리미어 프로를 돌리고 있었...;


뭐 이러는데요.

정말 신기한 건 이 놈들에게 이런 능력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이런 능력들이 있는데 다들 먹고 살 걱정에 수시, 정시 고민하면서 안 나오는 성적을 붙들고 번뇌하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뭔가 잘 먹고 잘 사는 길이 지금보다는 훨씬 다변화가 되어야 사람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그런 뻘생각을 했구요.



5.

그 능력자들 중에 정말 웃기는 능력자 녀석이 하나 있는데요.

이 놈은 그림을 잘 그립니다.

근데 늘 사람만, 그것도 자기 주변 사람들만 그려서 선물로 주는데, 받는 사람들이 항상 화를 (진지하겐 아니고) 냅니다. ㅋㅋㅋ

이유가 뭐냐면 이 녀석 그림의 특징이 이래요


 1) 무조건 못 생기게 그린다.

 2) 근데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분명히 대상 특징이 그대로 박혀 있어서 확실하게 "닮았다".


이 녀석은 이 능력을 어떻게 살려야 이걸로 먹고 살까요. 만평? ㅋㅋㅋㅋㅋㅋ



6.

일단 컴백(?)하긴 했지만 마지막 작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 아마 이번 연휴까진 계속 듬성듬성할 것 같구요.

예기치 못하게 연말 시즌(??)을 느슨~하게 보내게 됐지만 암튼 듀게 지박령 생활은 계속될 겁니다. ㅋㅋ

다들 이제 열흘 남은 연말 건강하게, 훈훈하게 마무리하시길 빌며.



오늘의 뻘곡(?)입니다.

나온 그 시절에도 좋아했고 지금도 종종 듣고 그래요.

정말 딱 그 시절 갬성 가득한, 요즘엔 나올 리가 없는 스타일의 곡인데요. 역시 그래도 젊을 때 갬성이라 그런지 지금 들어도 좋게 들리네요.

멜로디와 전혀 안 어울리는 중간의 벌스(맞나요 ㅋㅋ) 마저도 정겹고 좋습니다. 하하.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3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0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460
125263 방금 TV에서 본 만화 <레고 닌자고> 빛나는 2011.02.04 8129
125262 지하철 애정행각 [72] Solo? 2011.07.21 8128
125261 노스페이스 히말라야급 패딩이 다른 브랜드에 뭐가 있나요? [11] 늦달 2012.12.07 8126
125260 여고생과 SM플레이 즐긴 일본 노인 [10] 나나당당 2013.09.25 8121
125259 암웨이 제품이 정말 퀄리티가 좋은가요? [14] 루이스 2011.06.01 8121
125258 봉준호가 <조디악>에 대해.. [23] toast 2011.05.06 8121
125257 악마를 보았다 김옥빈 [5] fan 2010.08.16 8120
125256 [듀9] 30대 초반 강남역 소개팅, 블루밍가든과 마노디셰프 [8] 잠시잉명 2010.06.25 8116
125255 자살한 중2 남학생의 유서 전문. [33] 나는클리셰다 2011.12.23 8107
125254 여러분, 저는 정말 폭발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39] art 2010.08.04 8107
125253 여자 혼자 1층 길가에 바로 난 원룸에 사는 것 괜찮을까요? [19] 심연 2014.06.25 8106
125252 날씨묘사나 문장이 수려한 소설 추천 부탁드려요 [7] 재클린 2016.05.03 8099
125251 듀9 김용호 기자라는 사람 어떤 사람인가요? [18] prankster 2012.07.31 8095
125250 결혼식에 못 가면 결혼예정자가 밥 쏠 때 가면 안되나요? [28] 회사원A 2016.07.05 8092
125249 싸이 젠틀맨 떴습니다 (뉴질랜드 때문에...) [31] nixon 2013.04.11 8090
125248 예전에 점례 닉네임 쓰시던분한테 tm이나 하는 망한 인생 어쩌고 하는 쪽지를 받았습니다. [102] ML 2012.12.09 8089
125247 아이허브 히알루론산 부작용이 있을까요? [5] 서버에 요청중 2012.08.28 8089
125246 아래 한예슬씨 출연거부와 이순재옹의 잔소리질 [40] soboo 2011.08.14 8086
125245 1회부터 장안의 화제가 된 드라마. [30] 자본주의의돼지 2013.01.07 8085
125244 이시영 이 처자는 확실히 뭔가 아는 처자네요. [24] 자본주의의돼지 2011.03.25 808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