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필름게임스/루카스아츠는 누구나가 다 알고있는 대로 영화사에 딸려있던 자매회사ㅂ니다. 근데 그런것 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영화와 관련된 게임을 거의 내질 않았었어요. 무슨 정식 사규같은 게 있었던 건 아니지만, 회사내에서 루카스필름의 IP로 게임을 만드는 걸 암묵적으로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 같아요.

80년대 통틀어서 루카스에서 영화를 게임으로 만든 게 '라비린스'하고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이렇게 어드벤처 게임 두개뿐이었습니다. 둘 다 영화 개봉에 맞춰서 분위기 띄우기용으로 냈던 것들인데, ('라비린스'는 지금은 그런게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도 거의 없을 정도로 잊혀졌고...) '인디아나 존스'는 영화 개봉에 맞춰서 급하게 결정된 기획이라 시간에 쫓겨가면서 만들었다는데 그런것 치고는 놀라울 정도의 완성도여서 지금은 소년소녀세계명작게임의 반열에 올랐죠.
그만큼 당시의 루카스는 소수정예의 괴수들이 모여있던 집단이었던 것 같아요. 진짜... 뭐 내기만 하면 무조건 명작이었으니...

'최후의 성전'이 예상 이상으로 대성공하자 속편 함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나봐요. 그때까지 루카스는 속편도 낸 적이 없었어요. 그니까 이 두번째 인디아나 존스 어드벤처 게임은 루카스아츠가 처음으로 루카스필름 IP를 활용해서 만든 오리지날 게임이 되는 셈인데, 영화화되지 못한 인디아나 존스 각본을 가지고 날로 먹어보자 한건가 봐요ㅎㅎ

그치만 루카스가 명성에 비해 생각보다 작은 회사라서요. '원숭이섬' 등 다른 프로젝트 하느라 바빠서 인디 2편을 맡아 일할 사람이 없자 외부인사를 영입해왔고, 그렇게해서 조지 루카스의 친구라고 하는 할 바우드가 프로젝트를 맡게됩니다. 루카스의 친구라니 당연히 영화계 사람이겠죠. [슈가랜드 특급] 각본 썼고, 다크 환타지 [용과 마법구슬]이나 코로나 시절 추천영화인 [워닝 사인]등을 감독한 사람입니다. 게임도 한두개 만든게 있긴 했었다는데 게임업계 사람이라기엔 좀 애매한 분이었죠.

루카스에서 만들려던 인디 속편 기획은 영화 3편 시나리오로 제출되었다 빠꾸먹은 건데, 크리스 컬럼버스가 쓴 손오공 나오는 이야기였다나 봐요. 바우드는, 본인이 각본가이기도 하니까 컬럼버스의 각본을 (또) 폐기하고 완전히 새로 시나리오를 씁니다. 인디아나 존스에 딱 어울리는 건수, 아틀란티스를 소재로 해서요.

92년에 출시된 '인디아나 존스와 아틀란티스의 운명'은 전작 이상의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냥 히트작 정도도 아니고 사상 최고의 어드벤처를 뽑을 때 후보로 단골로 올라갈 정도죠.

게임이 나오고 1년뒤에는 CD롬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왔습니다. 게임 자체는 자잘한 텍스트 수정 정도에 그친 원래 그대로였지만 사운드가 대폭 업그레이드되어 풀음성지원에 이런저런 디지탈 효과음들이 추가되었습니다. 플로피 버전은 애드립 사운드로 진행했을 시 사운드가 그렇게 인상적인 게임은 못되었거든요.

이때부터 루카스가 사블을 본격지원하기 시작해서 음성데이터를 PCM으로 압축저장했기 때문에 '룸' 처럼 용량이 모자라 단축/삭제되는 참사는 없었습니다(CD 오디오에 비해 음질이야 떨어지겠지만 뭐 알아듣는데 이상은 없었던 것 같으니까...ㅎㅎ)
당시 게임업계 환경에서는 해리슨 포드를 성우로 데려다 쓸 수는 없었지만 더그 리라는 성우가 포드의 분위기를 나름 잘 살렸습니다. CGW 잡지에서는 이 CD롬 버전을 플로피 버전과 비교해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가 된 것 같다는 평가를 했었죠. 그니까 뭐 지금 해보겠다는 사람은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이 CD롬 버전을 하면 됩니다.(팔고 있는 것도 이 버전 뿐이지만ㅎㅎ)

'아틀란티스'는 사람들에게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새로운 에피소드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순서로 치면 인디아나 존스 어드벤처 2탄인데, 사람들은 이 게임을 인디 시리즈 4편으로 간주해 인디4라고 불렀죠. ('최후의 성전 실행파일명이 indy3.exe였던 영향도 있겠지만ㅎㅎ) 그만큼 인디아나 존스의 스피릿을 잘 캡쳐한 게임이었습니다. 영화는 3부작으로 일단락되었다고 하니 더이상 극장에서는 볼 수 없게된 인디의 모험을 컴퓨터에서 계속하는 기분.

제작 초기부터 영상화되지 못한 영화 시나리오를 게임으로 만든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에 그걸 '시리즈가 종결되어 제작되지 못하는 4편 시나리오'로 지레짐작-오해하고 진짜로 '아틀란티스'가 시리즈 4편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꽤 많았습니다. 언젠가는 이게 영화로도 나올거라는 기대를 품고 기다린 사람들도 많았죠. 진짜 4편이 나올 때까지 쭉...
글고 진짜 4편이 나온 다음에도, 4편이 욕을 바가지로 먹게되면서... '차라리 '아틀란티스'를 4편으로 만드는게 더 좋았겠다는 소리도 꽤 나왔었습니다. 그만큼 게임의 완성도를 인정받았다는 거죠.

팬들만 그런 건 아닌것 같습니다. 인디아나 존스 영화 4편을 보면, 캐릭터나 장면등에서 '아틀란티스'에서 가져왔구나싶은 것들이 있어요(특히 메인악역의 캐릭터.)
5편은 또 기본 줄거리부터 그리스 시대의 유명 철학자와 관련된 고대유물을 찾는 이야기인데다 여기 나오는 유물이 게임에 나왔던 것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영화 중간쯤에는 게임에 나왔던 것과 유사한 잠수복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그러죠.
특히 5편은 기존 시리즈들을 재구성해서 패러디한 성격이 강한 영화인데 거기에 '아틀란티스의 운명'까지도 포함이 되어있는 거죠. 그러니 영화 제작자들도 사실상 '아틀란티스'를 반쯤은 정규 시리즈 취급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어요ㅎㅎ


이 '아틀란티스의 운명'이 '최후의 성전' 어드벤처와 더불어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전체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기여했다고 생각해요. 영화시리즈는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안되는 장면들과 비논리로 점철된 영화들인데, 머리통 터지도록 논리를 쥐어짜서 풀어가야하는 어드벤처 게임을 했던 기억이 세월이 지나는 동안 머리속에서 영화의 이미지와 뒤섞여 영화까지도 지적인 내용이었던 걸로 왜곡된 기억을 갖게된 사람들이 꽤 있지않았나 해서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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