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on-5.jpg


이 영화를 스포없이 설명하기가 참 애매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등장인물은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인 영미는 경리 일을 하다가 어이없는 죄로 감옥에 가게 됩니다. 출소한 이후에는 자신이 짝사랑하던 남자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 유진을 만나게 됩니다. 본래 영미는 사촌오빠와 함께 살았지만 사촌오빠가 집을 팔아버려서 갈 데가 없습니다. 돈은 당연히 없습니다. 이제 영미는 유진의 집에 얹혀살기로 합니다. 왜냐하면 유진도 마침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이렇게만 써놓으면 코메디 같지만 마냥 코메디는 아닙니다. 물론 군데군데 웃기는 장면들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 두 여자의 이상한 동거를 통해 보다 복잡한 드라마를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감정적이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멀찍이 인물들을 바라보며 곤혹스럽거나 난감한 순간에 처한 여자들을 바라보죠. 원래 세상이란 건 무심하고 적당히 싸가지 없는 인간들과 그런 인간들을 부대끼며 다정이 파산나버린 사람들이 섞여 흔들리는 밥통 같은 게 아니겠습니까. 


영화 속에서 제대로 사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똑 부러지지만 그걸 실천할 힘이 없거나 흐물흐물한데 또 난데없는 강단을 부리거나 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았던 건 주요인물들이 저마다 적당히 야비하고 뭔가를 해처먹으면서도 염치는 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수많은 정치적 구호를 두고 소리치거나 비웃는 영화들 속에서 제가 조금 피곤해졌었는지도 모르죠. 유진의 꼿꼿한 캐릭터는 정말 보는 맛이 있습니다. 출소한 영미가 두부 대신 뭘 먹는지 궁금하시다면 극장에서 다들 확인해보시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64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19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341
126053 커피를 열흘 정도 먹어본 결과 [1] catgotmy 2024.04.24 247
126052 [넷플릭스바낭] 몸이 배배 꼬이는 3시간 30분. '베이비 레인디어' 잡담입니다 [7] 로이배티 2024.04.24 573
126051 프렝키 더 용 오퍼를 받을 바르셀로나 daviddain 2024.04.24 64
126050 넷플릭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감상 [6] 영화처럼 2024.04.24 278
126049 "韓, 성인 문화에 보수적"…외신도 주목한 성인페스티벌 사태 [7] ND 2024.04.24 494
126048 오펜하이머를 보다가 catgotmy 2024.04.24 148
126047 프레임드 #774 [4] Lunagazer 2024.04.23 88
126046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5] 조성용 2024.04.23 1463
126045 잡담) 특별한 날이었는데 어느 사이 흐릿해져 버린 날 김전일 2024.04.23 181
126044 구로사와 기요시 신작 클라우드, 김태용 원더랜드 예고편 [2] 상수 2024.04.23 341
126043 혜리 kFC 광고 catgotmy 2024.04.23 272
126042 부끄러운 이야기 [2] DAIN 2024.04.23 425
126041 [티빙바낭] 뻔한데 의외로 알차고 괜찮습니다. '신체모음.zip' 잡담 [2] 로이배티 2024.04.23 363
126040 원래 안 보려다가 급속도로.. 라인하르트012 2024.04.22 278
126039 프레임드 #773 [4] Lunagazer 2024.04.22 75
126038 민희진 대표님... 왜그랬어요 ㅠㅠ [8] Sonny 2024.04.22 1565
126037 미니언즈 (2015) catgotmy 2024.04.22 99
126036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스위트 아몬드, 라떼 catgotmy 2024.04.22 101
126035 최근 읽는 책들의 흐름. [8] 잔인한오후 2024.04.22 442
126034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물휴지 2024.04.22 5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