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두 권

2024.02.04 17:58

thoma 조회 수:333

[신이 되기는 어렵다] 

[노변의 피크닉]에 이어 읽은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sf입니다. 

지구는 행성간 왕래가 가능한 발전된 문명을 이룩했습니다. 문명인으로서 지구인들은 다른 행성의 후진적인 실정에 안타까움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파견대를 보내고 잠입시켜서 행성인들은 모르게 전근대적인 후진성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합니다. 

주인공은 원래 지구에서 역사학자인데 이 행성에서는 죽은 귀족의 신분을 차지한 후 암약하고 있어요. 역사학자가 파견이 된 이유는 이곳은 지구의 중세 시기와 같은 단계의 봉건 사회라 중세를 잘 아는 이가 역사적 단계에 맞추어 자연스러운 도움을 주려고 하거든요. 역사적 지식이 있으면 맞춰 살기도 편하고요. 주인공 이외에도 각 분야 수 백 명의 활동가들이 있어요. 

이 소설에서 겉바속촉의 겉귀족 속지구역사학자의 활동을 보고 있으면 쾌걸 조로가 떠오르기도 했고, 다른 행성이라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중세 때의 계층 구조와 살림살이를 그대로 살고 있는 거주민이 인류와 전혀 다를 바 없어서 그냥 시간여행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간 여행이라면 문명인이라 해서 굳이 발전에 도움을 주려고 안달할 필요가 없어서 이런 설정이겠죠? 시간이 가면 언젠가 자신들처럼 발전할 것이니, 이 소설 속 인물처럼 고민스러울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소설 속에서 주인공 귀족 비롯 지구인들은 앞으로 얼마나 악화될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곳 지배계층의 지식을 탄압하는 야만적인 정책과 억압적인 정치 행태를 매우 우려스럽게 보고, 무지한 민중과 특히 소수의 지식인 희생자를 구하려고 노력해요. 

미래의 지구인들은 엄청 오지랍이 넓었던(넓을 예정인) 것입니다. 

조상 문제가 얽힌 것도 아닌데 남의 행성 사람들의 운명에 이렇게 관심을 갖고 필사의 노력을 한다는 것이 좀 이해가 안 되어 무리수를 두는 느낌도 있었어요. 소설 속 지구인들은 다른 행성에 산다 해도 인류는 인류, 우주 차원에서 통크게 형제애로 엮는 교육을 받는지도 모르겠어요.  

얼마나 개입해야 하나 어떻게 개입해야 하나 이렇게 한들 민중들이 자유의 의미를, 필요를 알 것인가, 결국 진보는 엄청난 희생을 겪어가며 시간이 흐르면서 그 모든 과정을 밟아야만 오는 것일까...등등을 고민하는데 소설은 전체가 은유이자 풍자로 읽을 수 있습니다. 소련에서 스트루가츠키 작가들이 활동하던 시기에 자유로운 지식인 활동의 제약 같은 걸 생각하게 되는데 소설 뒷부분에 작가가 당시 분위기를 조금 소개하고 있습니다.

읽기 전에 이 소설의 소개만 보고 짐작하던 것과 달리 저는 [노변의 피크닉]이 더 좋네요. 제가 서양의 중세에 애정은 물론이고 관심, 호기심 같은 것이 별로 없어서, 그 이유가 큰 것 같아요. 소설 속 주인공도 생활 속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 것이 씻지 않고 옷을 안 갈아 입는 그곳의 문화였습니다. 몸종이 주인공에게 또 씻느냐고 투덜거리던ㅋㅋ 


[뱀이 깨어나는 마을]

샤론 볼턴의 영국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이 작가의 소설 중 세 편이 엘릭시르에서 번역되어 나와 있네요. 저는 처음 읽습니다. 리뷰에서 추천도 봤지만 이번에 읽게 된 건 김혜리 기자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잡지 [조용한 생활]에 초대 손님으로 정세랑 작가가 나와서 추천한 책 세 권 중 한 권이어서 바로 읽게 되었네요. (다른 두 권은 [화성과 나], [미국식 결혼] )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 소개를 읽다 보니 추천사 중에 '잠자기 전에 읽지 말고 캠핑장에서도 읽지 마시길' 라는 게 있어요. 어제 잠자기 전에 좀 읽었는데 꿈에 나올까봐? 재미있어서 읽느라 밤샐까봐? 여튼 두 경우에 다 해당되지 않았고, 지금 딱 중간 정도 읽었는데 재미있습니다. 뱀이 많이 등장하긴 합니다만 무섭거나 징그럽다는 느낌은 별로 없어요. 뱀기피증 같은 것만 없다면 괜찮겠습니다. 재미있게 읽고 있어서 가볍게 읽을거리 찾으시면 저도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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