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를 못 봐서 이러는 건 아니구요. ㅋㅋㅋ

봐 놓고 글은 안 적은 영화가 아직 세 편이 쟁여져 있는데 뭔가 심신이 편치 않기도 하고. 또 이것저것 알아볼 것이 지천이라 하루 종일 뭐 검색하느라 작정하고 글 하나 적기가 어렵군요. 음... 그렇습니다! 그 뻘글들이 사실은 나름 '작정'씩이나 하고 적었던... ㅋㅋㅋㅋ



2.

문제는 아들래미입니다.

이 놈이 아토피가 있고 그래서 늘 피부 상태가 좀 안 좋아요.

그런데 이사를 하니 당연히 새 집에는 새 집 냄새가 진동을 하죠. 

뭐 인테리어 업자는 자기네들은 친환경 재료만 쓰니 걱정 말라고 하지만 친환경 재료라는 게 결국 독성 물질이 '적은' 재료일 뿐이고.

다 떠나서 그냥 제가 들어가 있어도 아직 장시간 있으면 좀 컨디션이 메롱해지고 그렇습니다. 

인터넷 보고 열심히 공부해서 이삿날 당일부터 성실하게 '베이크 아웃'인지 뭔지 흉내를 내고 있긴 한데 아직 뭐가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군요.


암튼 그러한 가운데 새 가구를 몇 개 들여놔야 해서요.

부엌용 수납장 하나에 책장 둘... 그리고 어쩌면 일반 수납장 하나를 더 사야할 수도 있구요.

그런데 아들 상태와 집 상태를 생각하니 아무래도 유해 물질 걱정이 덜한 제품을 사야겠다... 하고 알아보고 있는데요.



3.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역시 세상은 구라 천국이라는 겁니다. ㅋㅋㅋ

일단 독성 물질 적은 거... 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원목 가구들을 찾아봤는데요.

와 다들 참 아름답습니다. 제품 설명 페이지를 보면 막 광활하고 아름다운 숲속 사진들이 짜장~ 하고 떠오르면서 "100% 원목만 고집!" 같은 문구들이 적혀 있어요. 소중한 고갱님과 가족들을 위한 선택! 장인들의 손길!! E0 등급의 친환경 제품!!! 뭐 이런데...


일단 원목이라는 게 그 원목이 아닙니다. 진짜 원목 제품은 거의 안 보이지만 가격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어요. 0이 하나 더 붙어 있거든요. ㅋㅋㅋ

그럼 세상에 넘쳐나는 저 원목 가구들은 뭐냐... 하면 집성목이라는 거더라구요. 작은 나무 판을 접착해서 만드는 거고 당연히 접착제가 쓰입니다.

근데 뭐 그래도 합판보단 덜 유해하다니 저는 상관 없습니다만. 원목이 아닌 걸 저렇게 '원목만 고집한드아!!!!!' 라고 광고하는 건 분명히 문제가 아닌가 싶더라구요.

목살을 뼈에다 식용 접착제로 붙여서 파는 돼지 갈비 생각이 났습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선 집성목도 원목인 걸로 익스큐즈가 되었나 보죠.


더 재밌는 건 그 기나긴 제품 설명을 다 지나치면 맨 아랫 부분에 수줍게 숨어 있는 세부 정보란입니다.

이 '원목 가구'들 거의 대부분의 제품에 합판이 쓰여요. 그것도 그 중 독성 끝판왕이라는 MDF, PB가 들어간 제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니 뭐 이것도 이해할 수 있어요. 가성비 문제도 있고 또 서랍 바닥이나 책꽂이 뒷판 같은 데는 이런 걸 써야 할 이유도 있구요. 다만 '100% 친환경 소재!', '원목 100%!!' 같은 드립을 스크롤 내리는 내내 반복해놓고 이렇게 슬쩍... 하는 건 역시 사기가 아닌가 싶은 거죠.


그냥 좀 정직하게 장사하도록 법을 정비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안 되겠죠.



4.

덧붙여서 이 친환경 소재 등급이란 게, 해외나 한국이나 같은 등급제를 사용하는데 한국은 세부가 다르다는 기사를 봤네요.

E0, E1, E2 이런 식인데 일단 요 이름을 붙이는 기준이 다르답니다. 그래서 한국의 E1은 외쿡의 E2랑 겹치는 범위가 좀 있다고. ㅋㅋㅋ

참고로 E2는 실내 사용이 금지된 등급입니다. ㅠㅜ


그러다 문득 이케아가 떠올랐습니다.

오래 전에 이케아는 국제적으로 장사하는 기업이다 보니 국제 스탠다드에 맞춰 만들어서 같은 등급이라 해도 믿을 수 있다! 뭐 이런 얘기였는데요.

그래서 이케아 가구를 폭풍 검색하다가 걸린 어떤 기사에 한국 이케아 높으신 분이 대충 이런 말을 했더라구요.


"아 뭐 어쨌든 우리는 한국에서 장사 하니까 한국 기준에 맞추고 있습니다."


하하하하하.



5.

근데 이렇게 하루를 다 보내며 일생 관심도 없었던 분야를 막 공부하다가...

문득 또 새로운 깨달음이 왔네요.

결국 아들래미 피부가 문제이고 접착제 유독성이 문제라면...


그냥 철제 제품을 사면 되잖아?


그래서 다시 폭풍 검색을 하다가 지쳐서 지금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ㅋㅋㅋ

과연 방학 끝나기 전에 가구를 살 수는 있을까요!! 과아연!!!!!



6.

근데 매우 솔직하게.

조금은 이 삽질들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런 것도 나름 공부는 공부인지라 재미 같은 게 조금은 있네요. ㅋㅋㅋ

베란다에 널부러져 있는 이삿짐들 보면서 수납장이 어떤 게 필요할지, 저 중에 얼만큼을 내다 버려야 할지 등등 계획 짜는 것도 그렇구요.

그래서 다 좋은데,

유일한 문제는 이제 출근이 (개학 말고 개학 전 출근!) 다음 주라는 겁니다. 우하하하하.


내 방학.................. ㅠㅜ



7.

언제나 그렇듯 무의미한 bgm으로 마무리합니다.



제 또래 오락실 고인물들은 코나미 올림픽 게임으로 먼저 접한 경우가 많았던 곡이죠. 

이 시절에 제가 많이 좋아했던 반젤리스의 곡이기도 한데... 영화는 아직도 안 봤습니다. 그 시절에 티비에서 해 줄 때도 안 봤어요. 이야기가 워낙 건전하지 않습니까... ㅋㅋㅋ

어쨌든 별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얼마전 알 수 없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저를 이 곡으로 인도해서 그 후로 하루 한 번씩 듣고 있거든요.




 + 아. 근데 가구들을 며칠간 계속 훑다가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가구 디자인 쪽은 저작권 법 같은 게 적용이 안 되나 보죠?

 정말 완전히 똑같은 디자인을 수십 군데 업체에서 만들어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필요한 특정 옵션 몇 가지를 넣어서 검색하면 디자인이 별로 다양하지가 않더라는 거.



 ++ 그리고 그렇게 똑같이 평범한 디자인들 쭉 보다가 어쩌다 걸리는 인상적이고 예쁜 디자인의 제품들을 보면... 허허. 그래요. 사람은 돈을 벌어야죠!!!

 일단은 신포도를 우적우적 씹으며 정신 승리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어차피 나에겐 저런 거 필요 없다고!!! (엉엉.)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39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1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888
125630 [웨이브바낭] 잘 만들었고 재밌기도 한데... '보이 비하인드 도어' 잡담입니다 로이배티 2024.03.02 243
125629 아이돌, 오타쿠 애니, 스포츠 catgotmy 2024.03.02 147
125628 프레임드 #722 [4] Lunagazer 2024.03.02 74
125627 Paolo Taviani 1931-2024 R.I.P. [2] 조성용 2024.03.02 119
125626 "건국전쟁" 감독의 실소 유발하는 "파묘" 비하.. [6] 으랏차 2024.03.02 707
125625 파묘 흥행 장난아니네요. [9] LadyBird 2024.03.02 811
125624 음바페 얘는/파브리지오 로마노 돈 받는다는 미디어 고발 [2] daviddain 2024.03.02 87
125623 David Bordwell 1947 - 2024 R.I.P. [1] 조성용 2024.03.02 144
125622 [EBS1] EIDF걸작선 - 시마스 씨의 도약 [1] underground 2024.03.02 150
125621 [넷플릭스] 재밌을 것 같지 않았는데 재밌게 봤습니다. '젠틀맨' [2] S.S.S. 2024.03.02 342
125620 [슬기로운 작가 생활] [4] thoma 2024.03.01 271
125619 [왓챠바낭] 재밌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재밌게 봤습니다. '퍼펙트 겟어웨이' 잡담 [9] 로이배티 2024.03.01 310
125618 갠적인 궁금증 [3] 라인하르트012 2024.03.01 203
125617 디즈니 노래 catgotmy 2024.03.01 78
125616 프레임드 #721 [4] Lunagazer 2024.03.01 57
125615 사운드 오브 뮤직 액션 버전 예고편 [2] 돌도끼 2024.03.01 154
125614 '棺속의 드라큐라' [4] 돌도끼 2024.03.01 168
125613 사건 후에 마주친 정보가 사건의 기억을 왜곡시키는 적절한 예시는 무엇일까요? [4] 산호초2010 2024.03.01 200
125612 조성용의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예상 [2] 조성용 2024.03.01 347
125611 지나가다 의미불명 펀딩 이야기 하나 좀… [1] DAIN 2024.03.01 17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