쟉 파란스의 공포의 드라큐라

2024.02.20 20:22

돌도끼 조회 수:176


드라큐라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여긴 아마 없을 것 같지만ㅎㅎ)에게는 스포일러 지뢰밭인데... 코폴라 영화를 보신 분이면 상관없을겁니다.



1974년 댄 커티스 감독작품

73년에 제작되었지만 공개예정시기에 마침 워터게이트가 흥행 정점을 찍는 바람에 몇달 밀려 74년에 발표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74년 여름에 개봉했습니다. 그 당시 한국의 영화 시장은 해외 영화의 상품가치가 거의 다해서 떨이로 팔릴 때 쯤에야 수입해오는 곳이었더랬는데 공개 후 얼마 지나지도 않아 바로 들어왔으니 당시로선 상당히 빨랐던 편입니다. 이 영화가 TV 방영용으로 만들어진 거라서 떨이가격이 아니어도 사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그치만 당시 우리나라 형편으로는 그닥 싸게 산 건 아니었던듯...)

TV 영화다 보니 역대 드라큐라 영화들을 나열할 때 이 영화는 별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게 애매해요.

영국영화인데 미국 CBS TV에서 먼저 공개되었고 제작국가인 영국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는 극장상영되었습니다. 그럼 처음부터 극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소리일텐데... 그래도 다들 TV 영화 취급이거든요.


댄 커티스는 TV용 호러물들로 이름을 날렸던 사람이죠. 잭 팔란스를 주인공으로 해서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찍은 인연으로 드라큐라 영화까지 찍게 되었다고 해요. 각본을 쓴 사람은 그 유명한 리처드 매서슨입니다. 매서슨과 커티스는 공동작업을 꽤 여러번 했죠.

원제는 [브람 스토커의 드라큐라]. 90년대에 나온 코폴라 영화와 제목이 같습니다.
코폴라 영화가 제목의 독점권을 사버려서 그 뒤로 이 74년작은 매체등으로 나올 때 껍데기 제목에서 '브람 스토커'란 이름은 빼고 나오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제목에 원작자 이름을 붙인 만큼 이 영화는 '그때까지 나왔던 드라큐라 영화들 중에서는' 원작에 충실한 편입니다. 원작이 영상화 난이도가 높은(=돈 많이 들어가는) 작품이었다보니 코폴라의 블록버스터 버전이 나오기 전에 나왔던 영화들은 거의 다 캐릭터만 빌려오거나 몇가지 요소들만 가져다 영화를 만들었었죠. 원작의 이야기를 그나마 따라가려고 노력했던 건 제스 프랑코 버전과 이 댄 커티스 버전 둘 밖에 없었던 것 같기도...(두 영화다 제작편의상 여기저기 많이 축소변형했지만요...)

그치만 제목에 작가 이름을 붙이고 있으면서도 스토커의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부분이 있는데, 드라큐라를 생전에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순정남으로 그리고 있다는 거. 드라큐라가 영국에 오게되는 주된 이유도 환생한 아내가 영국에 살고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니까 코폴라판 드라큐라와 같죠. 제목에다 '브람 스토커'를 붙이면 내용이 그렇게 되는 모양이죠. 정작 스토커가 그린 오리지날 드라큐라는 순정과는 한참 거리가 먼데... 제목도 같고 내용도 비슷하니 뭐 어쩌면 영향을 끼친 걸지도...

드라큐라 이야기를 오랜세월에 걸쳐 한 여인을 잊지 못하는 순정남의 로맨스 이야기로 개조한 게 이 작품만의 창작은 아닌게, 드라큐라 이야기를 빌려가서 만들었던 다른 영화들에 선례가 있어요. 그치만 그게 드라큐라쪽에 역수입되어 드라큐라 본인을 불멸로맨스의 주인공으로 만든  건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니까 당시로선 꽤 참신한 비틀기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지금이야 뭐 훨씬 더 영향력이 큰 코폴라 영화 땜에 드라큐라=순정남이라는 이미지가 아예 고정되어버렸지만요...

대략 그무렵쯤에 뱀피렐라나 블레이드 같은 흡혈귀 슈퍼히어로도 나오고 드라큐라 나오는 여러 코미디 영화들도 나오고 그랬던 걸 보면 70년대부터 흡혈귀라는 존재를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 것 같네요. 그 이전까지는 그저 때려잡아야할 괴물이었는데...

커티스 버전과 코폴라 버전이 결정적으로 다른 건 이 영화에서 드라큐라가 순정을 바치는 대상은 루시입니다. 드라큐라의 대표 여주인공이 미나니까... 루시는 그냥 중간에 드라큐라의 능력을 알려주기 위해 희생되는캐릭터(대략 거칠게 표현하면 전투력 측정기)로 그냥 지나쳐가는 조연 정도 취급이었죠. 여기서는 그와 달리 루시의 존재감이 더 크고, 미나는 거의 병풍이다가 후반에 드라큐라를 추적하기 위해 반헬싱이 이용하는 드론 정도의 역할에 그칩니다.

근데 적어도 로맨스 설정이라면 이 영화쪽이 더 말이 되는 것 같아요. 코폴라 버전에서는 드라큐라가 영국에 와서 곧장 한 일이 조강지처인 미나를 버려두고 루시랑 바람피는 거잖아요. 그러고는 나중에 가서 미나만 아는 순정남인 것처럼 가증스런 연기를...ㅎㅎ
이 영화에서는 드라큐라가 루시한테만 집중합니다. 루시가 반헬싱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모습을 본 후에야 빡쳐서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마구 해치는 괴물이 되고 그 이전까지는 적어도 화면상에 보여지는 범위 내에서는 그렇게까지 나쁜넘으로는 보이지 않아요.

'나는 전설이다'의 작가가 각본을 써서인지 원작의 초현실적인 요소들은 대거 삭제되어있습니다. 드라큐라는 변신도 못하고 죽어서도 연기가 되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상당히 위협적인 빌런입니다. 일단 외모가 잭 팔란스인걸요ㅎㅎ
그리고 드라큐라가 힘이 장사라는 묘사는 제법 살리고 있어서, 해머 드라큐라가 크리스토퍼 리의 압도적인 존재감과는 별개로 이런저런 제약만 많은 약체였던 거에 비하면 훨씬 강해보입니다.
비현실적인 요소를 제거하니 드라큐라가 가지고 있는 제약도 대부분 사라졌는데 그래서 더욱 위협적인 존재가 되죠. 집안에 틀어박혀서 문 안열어주고 버티는 전략이 안먹힙니다. 문을 뽑아버리고 쳐들어오니... 대략 70년대의 터미네이터가 아닌가 싶기도...ㅎㅎ

그니까 뭐 적어도 70년대의 한국 관객들에게는 많이 무시무시한 존재였을 것 같아요.

드라큐라 영화는 60년대 중반 이후 한동안 국내 극장에서는 볼수 없었다가 70년대에 들어 세편의 드라큐라 영화가 개봉했다는데 그중에 최고 히트작이 이 영화였다고 합니다. 실은 이 영화가 히트한 덕에 다른 영화 두편이 더 개봉할 수 있었던 거라고...
그래서 적어도 한국에서는 아주 큰영향력이 있었던 영화였던 것 같아요. 지금이야 뭐 거의 잊혀졌지만요...






사라 더글라스가 드라큐라 성의 세 여인네들 중에 하나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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