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0 15:55
제가 '간지 난다'라는 말을 처음 본게 어렸을 때 본 '시티헌터'에서였습니다.
그때는 제가 '시티헌터'에 미쳐있어서, 국내에 나오던 해적판이 일본에서 출간된 원본을 따라잡아버려 더 못나오게 되었을 때부터는 아예 일본책을 사다가 봤었더랬죠(그때는 환율이 높지 않았고, 일본은 책값이 싼 나라였어서 우리나라 책 사는 거랑 별 차이가 없거나 더 쌌었더랬습니다.)
'칸지 데루', '칸지 데테루' 등등의 표현이었고... '칸지'는 대충 '느낌(感)', '데루'는 '난다(出)'였죠. 사용되는 의미상 대충 '느낌이 좋다' '멋지다' 정도의 뜻이구나 싶었구요.
별 중요한 표현도 그렇게 자주 나오는 표현도 아니고 해서 잊고 있었는데 그러고 나서 한~참이 지난 다음에 한국 인터넷에서 이 말이 맹렬하게 유행하는 걸 보게된 거예요. 참 뜬금없었다 싶었습니다. 이제와서 이게 왜?
대충 '폼난다'라는 말을 쓸수 있는 상황에 '간지난다'를 쓰더군요. 그런데 맹렬히 쓰이더니 아예 사람들 언어생활에서 폼난다를 밀어내버리고 그자리를 간지난다가 차지해버리는 거였습니다.
글고는 지상파 방송에서도 거리낌없이 나오게 되었죠. 뭐 방송국 놈들은 인터넷에서 뭐 하나 뜬다싶으면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바로 갖다쓰는 넘들이긴 합니다만...
'어 우리말 폼난다가 간지난다로 완전 바뀌어버렸네?' 보통 한국어에 스며든 일본어를 우리말로 되돌리자는 경우는 많이 봤어도 우리말이 아무 저항없이 일본어로 대체되는 건 드문일인데...('츤데레' 같은건 우리말에는 대응되는 적절한 개념이 없으니 어쩔수 없다쳐도...)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알고보니 폼도 우리말이 아니더라구요ㅎㅎ. 어렸을때부터 하도 자연스럽게 써와서 우리말이라고만 알고있었는데 그게 'form'이었다네요. 그러니 영어가 일본어로 대체된 거죠.
근데 그것도, 우리말에 스며들어있던 일본어가 영어로 대체된 경우는 아주 많아도 우리말에 스며든 영어가 일본어로 대체된 경우 역시 드문 일이긴 한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간지란 말을 안좋아합니다. 일본어라서는 아니고, 걍 그말의 어감이 마음에 안들어요('간뇌도지'가 생각나서)ㅎㅎ
2024.04.10 16:11
2024.04.10 17:34
'폭 풍 간 지' 이 표현을 아직도 많이 즐겨쓰는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개쩐다, 초대박 뭐 이런 거나 비슷하게 거의 생활용어처럼 되어버린 비속어 같네요.
2024.04.10 19:25
곤조도 가고 엣지도 이젠 옛날말 되었으니 간지도 곧 사라지겠지요 ㅋㅋ 저도 되게 싫어하는 단어입니다.
2024.04.10 21:38
아 이 말 너무 입에 붙어요 ㅋㅋㅋㅋ멋있다고 하면 뭔가 좀 의복이나 도덕성에 관한 말 같은데 간지난다는 정말 스타일링이 독특하고 개성있다는 뉘앙스를 더 잘살리는 거 같아요
2024.04.11 00:47
사실 저도 자주 쓰는 입장에서 이 글을 읽고 뜨끔... (쿨럭;)
스켈링턴님 말씀처럼 일반적인 의미의 '폼난다'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라서 그런 사례(?)에 즐겨 씁니다.
근데 생각해 보니 처음엔 저도 이 표현 되게 싫어했었네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하하;
2024.04.11 01:05
간지라는 말이 인터넷에 유행하게 된 계기는 2000년대 초중반에 네이버재팬인가 하는 서비스를 통해서 일본-한국 네티즌들이 서로 양국가의 사이트나 뉴스를 보며 교류하는 일이 있었는데 거기서 들어온 게 퍼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24.04.11 14:23
어 저 요즘 '내 나와바리'란 말이 입에 짝짝 붙어서 기회있을때마다 입에 올리는 중인데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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