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결과 이모저모

2024.04.11 12:15

Sonny 조회 수:1413

더민주가 승리를 하긴 했는데, 그래도 기분이 많이 안좋습니다. 일단 저희 옆동네의 나경원씨가 당선이 되어버렸고, 저희 어머니가 그렇게 낙선을 고대하던 안철수가 당선이 되어버렸고, 무엇보다 하버드 나온 똑똑한 우리 아들이 여태 국회의원을 못한다면서 엄마의 눈물유세라는 초현실적인 유세를 하던 이준ㅅ이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의당은 아예 0석이 나왔습니다. 당이 원내에서 아예 소멸해버린 것이죠. 저는 녹색정의당의 원내진입 실패가 그렇게까지 크게 다가오진 않습니다. 민주당이 국힘당에게서 충분히 의석을 못뺏어온 게 속이 쓰리죠.


이번 총선을 겪고 나서야 느끼는 건데, 제가 선거에 대해서 너무 순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국힘당을 뽑아주나 미스테리하게 여겼는데요. 그건 그냥 저의 세계관에서만 이해가 안되는 일이지 현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유권자들은 생각보다 원리원칙이나 입법부로서의 활동에 별로 신경을 안씁니다. 그냥 자신의 욕망을 대리실현해줄 가능성이 있는지, 욕망의 측면과 간단한 인상비평으로 표를 주죠. 만약 사람들이 정말로 윤석열 정부에 실망하고 국힘당을 역적취급했다면 지금처럼 야당이 밍숭맹숭한 승리를 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이준ㅅ? 택도 없죠. 양두구육일뿐인데. 그런데도 화성 을 사람들은 뽑아줬습니다. 그가 욕망의 대리인을 하기에 적합하다고 여겨졌으니까.


이건 단순한 정치이념의 격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민주와 국힘당 중 누가 나라를 살리고 잘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서 사람들이 딱 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정말 그렇게만 판단했다면 지금 국힘당은 한 4~50석으로 그쳤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윤석ㅇ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2년만에 수많은 예산삭감과 외교 실패와 잼버리 사태나 엑스포 유치 실패 등등 이 정부의 실패 사례는 차고 넘칩니다. 그냥 대한민국 과반수 이상의 사람들에게 빨간당이 되면 뭔가 개발도 될 것 같고 돈도 잘 벌 것 같고 승승장구할 것 같은데, 파란당이 되면 어쩐지 고루한 정의나 원칙 타령만 할 것 같고 돈은 하나도 못벌게 해줄 것 같다는 그런 인상이 아주 짙게 깔려있습니다. 강남 3구의 빨간당 승리와 용산쪽 승리, 동작구의 나경원 승리가 이를 보여주는 지표일 것입니다. 요지는, 욕망의 세계관이 기본으로 깔려있고 그 안에서 원칙이나 이미지나 다른 세부적인 정책들이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의 참패를 복기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의당은 욕망의 세계관에서 시민들의 욕망을 채워줄 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정권심판의 구호를 외치지도 않았습니다. 녹색정의당의 의제는 정말 시급한 것들이고 저도 개인적으로는 이 의제들이 조금 더 급하고 진지하게 다뤄지길 바랍니다만 최소한 이번 총선에서의 흐름에서 이 의제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유권자들의 위기의식을 전혀 건드리지도 못하고 하라는 정권심판 대신 다소 '생뚱맞은' 소리나 하고 있는 것처럼 유권자들에게 보였을 것입니다. 저도 비례로 표를 주긴 했는데 그게 맞는 선택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유권자들이 녹색정의당을 굳이 골라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 윤씨 정부만 고민해도 바쁜 판국에, 기후니 성평등이니 하는 관념적인(것으로 보이는) 가치관들을 지키기 위해?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해당 이슈에 그렇게 첨예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조국혁신당의 약진이 눈에 띕니다. 아마 이번 22대 총선에서 가장 돌풍의 핵심을 뽑으라면 조국혁신당을 뽑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당은 겉으로 봤을 때 조국이란 인물 말고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비례의석으로는 전체 당 중 3위를 차지했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비례 표를 여기에 줬습니다) 그만큼 정권심판의 의지를 잘 반영했고 시류를 잘 읽어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솔직히 민주당만으로는 이런 결과를 절대 얻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건 정말 조국이란 개인의 힘이 큽니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에 큰 빚을 졌습니다. 민주당은 앞으로도 선명성에 대해서 좀 고민을 해봐야할 겁니다. 이 두 당이 힘을 합쳐도 200석이 안된다는 게 좀 뼈아프긴 하네요. 


이 글을 쓰는 도중에 기재부가 23년 국가결산을 발표했습니다. https://v.daum.net/v/20240411093301320 재정적자는 87조이고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역대 최악입니다. 이 결과가 만약 총선 전에 발표가 되었다면, 이는 선거에 정말 크게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못해도 더민주가 2~3석은 더 가져갔지 않았을까요. 이건 완벽한 관권선거입니다. 국민들이 당연히 알아야할 결과를 선거 때문에 일부러 발표를 늦춘 결과이니까요. 정부 측의 변명도 정말 한심한데, 휴일이 끼어있으면 그 다음 평일에 내놓아도 '문제는 없다'는 식인데, 휴일이 끼어있으면 그냥 하루 전에 발표를 했으면 되는 일입니다. 이런 식의 장난질을 언제까지 칠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이 대놓고 돌아다니면서 선거 유세한 것도 그냥 덮이고 있구요.


다들 투표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녹색정의당의 완전한 궤멸과 갈수록 양극화되는 정당 사이에서 유권자의 주체성이 갈 수록 사라지는 것 같아 슬프군요. 이왕 이기려면 확실하게 개헌선까지 돌파했으면 좋았을텐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9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3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84
126145 레즈비언들이 뽑은 선호 여자연예인 순위 2011년 버전. [18] 자본주의의돼지 2011.06.07 14328
126144 혹시, 피곤하면 귀가 먹먹한 증상 겪어보신 분 계신가요? [13] 하프더즌비어 2012.04.19 14315
126143 설경구씨의 전부인은 언니가 없다고 하네요 [4] 필런 2013.03.23 14273
126142 왜 CGV상암 IMAX관은 자리가 널널 할까요? [18] 한영이 2012.08.02 14260
126141 프로포즈 반지랑 웨딩 반지랑 따로 맞춰야 되나요? [27] 꼼데 2013.01.19 14248
126140 성인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 [26] callas 2011.10.22 14227
126139 강부자 리즈 시절 [11] 가끔영화 2010.08.08 14222
126138 사람들은 손연재를 왜 싫어하는 걸까요? [104] house 2013.10.23 14198
126137 해피투게더 3에서, 김경란 아나운서의 터널 괴담. [14] 01410 2010.09.19 14191
126136 (강 스포일러 주의!!) 이끼의 결말에 대해 드는 의문점 [11] taijae 2010.07.16 14142
126135 어제 크리스틴 스튜어트 [9] magnolia 2012.09.08 14140
126134 [바낭급질] 커피에 꿀 타 먹으면 안되나요? [12] 웹미아 2011.06.28 14096
126133 김태용 감독 "탕웨이와 열애 사실무근..미안할 뿐" [19] 감동 2012.11.23 13952
126132 공포정치의 실체 [53] Bigcat 2016.11.18 13948
126131 논리학 및 형식언어 입문 스터디 그룹원 모집합니다. [11] nickel 2011.02.07 13944
126130 파워블로거 베비로즈의 <깨끄미 사건> 아시나요?? [23] 비네트 2011.06.30 13915
126129 누구나 바지에 똥 싼 기억 하나쯤은 있는 거잖아요? [25] 차가운 달 2010.08.13 13887
126128 슈퍼소닉 페스티벌 1차 라인업 [6] 슈크림 2012.05.31 13885
126127 [공지] 게시판 영화 투표 [22] DJUNA 2010.11.28 13882
126126 추파춥스 로고 만든 사람이 만든 영화+ 엔시블 님 쪽지 확인 바랍니다 [4] daviddain 2021.07.31 1387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