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이 도사리고 있을 때]는 아르헨티나 호러 영화입니다. 전주보다는 부천이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상영에서도 관객들 반응이 상당히 좋긴 했습니다만. 검색해 보니 감독인 다미안 루냐는 2007년부터 꾸준히 호러 장르의 영화들을 만들어 오고 있는 거 같은데, 제가 본 건 없는 거 같습니다. 아마도요.

영화의 주인공은 이혼한 뒤 동생 지미와 함께 농장에서 살고 있는 페드로라는 남자입니다. 둘은 어느 날 토막난 시체를 발견해요. 그리고 근처에 살고 있는 이웃집 남자가 악령에 들렸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두 사람은 다른 이웃집 남자와 함께 그 사람을 멀리 갖다 버립니다. 하지만 이미 악령은 전염병처럼 마을에 번지고 있었고, 페드로는 이혼한 아내 집으로 찾아가 아이들과 함께 달아날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과연 아내가 페드로의 미친 소리를 들어줄까요?

영화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일이 계속 틀어지고 있는 상황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계획대로 되는 일이 단 하나도 없어요. 어떤 건 그냥 통제불가능한 상황 때문입니다. 일부는 페드로가 최악의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이 남자는 화면 위에서 벌어지는 죽음 상당수에 책임이 있습니다. 어떤 건 잘못된 선택을 했기 떄문이고 어떤 건 순전히 과거에 제대로 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당연히 기분 나쁘고 징그럽고 오싹합니다. 이 영화 감독이 [곡성]을 봤다면 썩 재미있게 봤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두 영화를 묶어주는 공통되는 기분나쁨이 있어요. 단지 [악이 도사리고 있을 때]는 비교적 상황을 장르적으로 깔끔하게 묶어주고 있습니다. 엄청 명확한 답을 주는 건 아니지만 설정도 친절하게 정리하는 편이고. 그러니까 '악령이 들인 존재는 총으로 죽여서는 안 된다' 같은. 하여간 종종 익숙한 그림이 이어지더라도 상당히 힘 있는 호러입니다.

팬데믹을 겪은 관객들에게 이 아르헨티나 악령 대소동은 전염병에 대한 비유로 보입니다. 일단 페드로가 친 가장 큰 사고도 이 남자가 위생수칙을 대충만 따랐기 때문입니다. [해피 버스데이] 두 번 부를 시간 동안 손을 씻어야 하는데, 그냥 물칠만 하고 끝냈다고 설명하면 될까요. (24/05/08)

★★★

기타등등
검색해 보니 루냐는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아르헨티나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살충제 사건에서 얻었다고 합니다.


감독: Demián Rugna, 배우: Ezequiel Rodriguez, Demián Salomon, Luis Ziembrowski, Silvia Sabater, Marcelo Michinaux 다른 제목: When Evil Lurks

IMDb https://www.imdb.com/title/tt16300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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