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턴트맨 The Fall Guy (2024)

2024.05.12 16:04

DJUNA 조회 수:1325


1970년대 한국 사람들에게 리 메이저스는 가장 유명한 미국 남자 배우 중 한 명이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겐 폴 뉴먼이나 로버트 레드포드보다 더 유명했을 수도 있습니다. 바로 전설의 [6백만 달러의 사나이]였으니까요. 단지 당시 텔레비전 스타의 유명세는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지금이야 영화와 텔레비전의 경계선이 흐릿하고 배우와 감독들은 자연스럽게 양쪽을 오가지만 당시엔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히트 텔레비전 시리즈의 배우가 명성을 이어가려면 다음 히트 텔레비전 시리즈가 나와야 했죠.

메이저스에게 그 시리즈는 [스턴트맨]이었습니다. 콜트 시버스라는 스턴트 연기자가 아르바이트로 현상금 사냥꾼 일을 한다는 내용이에요. 당연히 이 시리즈의 액션에는 스턴트 연기자의 특기가 개입됩니다. 5시즌까지 이어졌으니 그 정도면 성공작이었어요. 단지 지금 이 시리즈를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군요.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 데이비드 리치의 이번 영화 [스턴트맨] 후반부엔 리 메이저스와 공연배우 헤더 토머스의 카메오가 있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치챘을지? 영화에 은근슬쩍 삽입된 [6백만 달러의 사나이]의 효과음과 이 영화의 연결고리를 눈치챈 관객들이 몇이나 될지?

드루 피어스가 각본을 쓴 [스턴트맨]의 각본 내용은 따지고 보면 원작과 그렇게까지 큰 상관은 없습니다.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남자주인공은 콜트 시버스라는 스턴트맨이고 그게 연결점의 전부입니다.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한 촬영감독 출신의 영화 감독이고 콜트의 전 여자친구인 조디 모레노는 원작에서 헤더 토머스가 연기한 조디 뱅크스의 캐릭터로부터 이름 절반을 물려받았는데, 캐릭터의 유사성은 없어요. 그냥 독립된 영화라고 해도 넘길 수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어린 시절 보았던 텔레비전 시리즈에 대한 향수를 소중하게 여겼던 모양입니다. 감독인 리치의 전직이 스턴트 연기자였다는 생각하면 원작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충분히 이해가 돼요.

영화의 기본 이야기는 매우 히치콕스럽습니다. 촬영 중 부상을 입고 여자친구인 조디와 헤어진 스턴트맨 콜트 시버스는 멕시코 식당에서 발렛 파킹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번 영화를 찍은 제작자로부터 게일 메이어로부터 조디의 첫 장편 감독작에 출연하라는 제안을 받습니다. 하지만 조디는 이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메이어는 콜트에게 실종된 스타 배우 톰 라이더를 찾아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앞에서 히치콕 이름을 언급했을 때부터 눈치채셨겠지만 콜트는 살인누명을 쓰게 됩니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fall guy'가 된 것입니다.

영화는 많은 장르들이 섞여 있습니다. 스턴트가 잔뜩 동원된 액션물이기도 이기도 하고, 누명 쓴 남자가 주인공인 서스펜스물이기도 하고, 로맨틱 코미디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영화촬영담입니다. 이게 이야기 속에서 잘 엮였는가? 글쎄요. 이 영화의 각본은 그렇게까지 정교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정도 분리된 상태에서 로맨스와 액션을 동시 진행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그 때문에 종종 각각의 장르가 다른 장르의 발목을 잡는 일이 일어나곤 합니다. 농담이나 로맨스를 구성하는 대사들이 그렇게 잘 짜여진 거 같지도 않고. 당연히 개연성은 밥 말아먹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의외로 이 모든 것들에 진지합니다. 이런 영화에서 로맨스는 종종 곁가지로 빠질 수 있는데, 조디와의 로맨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콭트에게 가장 중요한 무언가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조율에 실패했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그 진지함은 부정할 수 없으며 그게 영화의 힘으로 남습니다.

당연히 온갖 종류의 스턴트가 나옵니다. 오리지널 때도 그랬지만 이걸 볼 때마다 스턴트 더블을 연기하는 스타의 스턴트 역시 전문 스턴트 연기자가 연기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라이언 고슬링이 직접 한 스턴트도 꽤 있지만 영화는 고슬링의 대역을 한 스턴트 연기자들을 감추지 않습니다. 엔드 크레딧 시퀀스에서 그들의 활약을 직접 보여주고 홍보에도 이용하죠.

여기서 머무는 게 아니라, 영화는 스턴트 연기자라는 직업의 애환과 전문성을 보여주는 데에 진심입니다. 그리고 이건 단지 멋지고 위험한 액션을 보여주는 전문가의 기량을 보여주는 데에 그치지 않죠. 이런 액션은 모두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는 전문가 집단의 협업 안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 영화 악당의 가장 큰 잘못은 바로 이들에 대한 존경심이 없다는 것이죠.

불필요하게 거대한 세계관 같은 건 없는 명쾌하고 단순한 스탠드얼론 영화입니다. 요샌 이런 영화들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최근 관객들은 이런 영화들이 굳이 영화관에서 볼 가치가 없는 부류로 여겨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24/05/12)

★★★

기타등등
스테파니 슈가 작은 역으로 나오는데,, 언제 캐스팅된 건지 모르겠어요.


감독: David Leitch , 배우: Ryan Gosling, Emily Blunt, Aaron Taylor-Johnson, Hannah Waddingham, Teresa Palmer, Stephanie Hsu, Winston Duke.

IMDbhttps://www.imdb.com/title/tt1684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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