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죽었다 (2024)

2024.05.22 02:38

DJUNA 조회 수:975

그녀가 죽었다 (2024)


[그녀가 죽었다]를 보았습니다. 감독 김세휘는 이 영화가 데뷔작인데, [인천상륙작전]과 [화려한 외출]의 각본 작업에 참여했더군요. 감독에 대한 어떤 정보도 주지 않는 경력입니다.

주인공 구정태는 공인중개사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그 집에 침입해 사소한 물건을 훔쳐오는 게 취미인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전형적인 히치콕 남자주인공인데 그들 표준보다 살짝 더 불쾌한 인물입니다. 정태의 최근 타겟은 SNS 인플루언서인 한소라인데, 어느 날, 이 사람이 방을 내놓겠다면서 구정태의 사무실로 찾아옵니다. 그리고 어느 날 한소라의 집에 몰래 들어간 정태는 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 있는 한소라를 발견해요.

그 뒤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요? 예측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전 예고편을 보면서 존 딕슨 카의 모 단편을 떠올렸는데, 정말 그 예상이 맞았습니다. 그 단편을 모르더라도 다음 단계를 추정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히치콕 스릴러니까 정태는 당연히 누명을 쓰고 쫓기겠지요. 그리고 캐스팅 경제성의 법칙이 있습니다. 한소라를 연기한 신혜선이 이렇게 짧게 등장하고 퇴장한다면 신혜선 팬들은 섭섭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몇 가지 다른 단서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는 그렇게 쉽게 지워지지 않는 물질이라는 것 말이죠.

이 정도면 대충 결말이 보이는데, 그렇다고 크게 김이 빠지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진상이 아니라 진상에 도달하는 과정이니까요. 그리고 영화는 이야기를 꽤 재미있게 풀어갑니다. 진상이 짐작이 가더라도 서스펜스는 남지요. 상투적인 결말이 좀 아쉽긴 합니다. 그래도 두 주연배우의 연기가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주고 있어요.

무엇보다 영화는 캐릭터들을 잘 다루고 있습니다. 정태와 소라는 모두 좋아하긴 힘든 사람들인데, 그렇다고 영화는 이들의 단점을 감추거나 과장하지 않고 냉정하게 들여다 봅니다. 그리고 이엘이 연기하는 오형사가 정말 모범적으로 영화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윤리적으로 엄격한 영화예요.

영화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는 SNS 시대의 유명세와 그 허상에 대한 비판입니다. 그런데 전 이런 소재의 영화를 볼 때마다 제가 도저히 적응하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24/05/22)

★★★

기타등등
위에 언급한 존 딕슨 카의 단편은 [투명 인간 살인]입니다.


감독: 김세휘, 배우: 변요한, 신혜선, 이엘, 윤병희, 박예니, 지현준, 장성범 다른 제목: Following

IMDb https://www.imdb.com/title/tt32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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