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흔적 남깁니다. (추가)

2011.01.04 13:59

Damian 조회 수:1254

1. 처음 듀나 게시판에 들락거리기 시작한 것이... 어디 보자... 90년대 말부터였던 것 같네요. 당시 듀나님은 PC통신계의 스타였고, 씨네21 칼럼부터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초기에는 게시판에 큰 싸움질도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하여간, 왠지 고급스러워 보이는 정보와 교양 있어 보이는 글들이 주로 올라오던 시절이었어요.


2. 그러다가 이 게시판이 잘 알려지면서 들르는 분들이 늘어났고, 사회적인 이슈나 논란이 되는 영화가 있을 때마다 비교적 심각한 싸움이 벌어지곤 했죠. "원빠"라고들 아시는 지? 원더풀데이즈라는 국산 애니메이션이 개봉했을 때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예고편이 멋져서 보려고 했으나, 그 작품의 골수 지지자들의 분탕질(죄송하지만, 이 표현밖에 달리...)에 기가 질려서 보지 않았습니다. 평단의 악평과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원빠"님들이 내뱉는 분노의 사자후는 한동안 지속됐지요.


3. 이른바 "심빠"님들도 별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디워 개봉 때에는 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이 난리인가 싶어서 극장에서 보고 나와 일주일동안 심형래 감독을 저주했습니다. 저, 트랜스포머 1편을 아이맥스에서 두 번 볼 정도로 영화보는 눈이 높지 않은 사람입니다. 디워는 정말 재미가 없었어요. 말이 안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너무 심각하더란 말입니다. 그냥 LA 때려 부수는 장면만 잘라 개봉해서 3000원 정도 받으면 그나마 그렇게까지 실망하지는 않았을 거에요. 아마 이 대목에서 분노감에 치를 떨 분들이 있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유치한 건 유치한 겁니다.


4. 이번에 개봉한 영화도 처음 기획부터 어이가 없었죠. 말론 브란도 초상권이 그렇게 비싼 줄 몰랐다느니... -.-; 기본적으로 예전 남기남 감독의 영구 씨리즈 수준에서 조금도 발전하지 못한 스토리에... 좋아요. 그건 그렇다 칩시다. 심형래 감독이 무작정 맨땅에 헤딩하며 도전하는 정신은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감독의 영화가 유치원생, 초딩 저학년 수준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거죠.


5. 하비 케이틀 옹이 왜 이 영화에 출연했나 했더니, 그가 했다는 말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내 아이가 볼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다." 네, 이 양반은 그 유치함을 보고 출연한 것이었어요. 어느새 라스트 갓파더가 관객 100만을 돌파했다죠. 아마 상당수가 어린이들일 겁니다. 심형래 현상에서 우리가 논해야 할 것은 그의 영화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논할 것도 없이 그의 영화는 유치해요. 하지만, 그 유치함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영화가 너무 적었습니다. (굳이 140억원이라는 세금을 들였어야 하느냐는 논외로 하죠...) 그래도 최소한 인기 개그맨을 섭외해 싸게 대충 찍어내던 예전의 방학용 어린이영화들보다는 낫겠죠. (물론, 140억원어치 만큼 더 나은가 하는 문제도 역시 일단 논외로 하죠...) 저도 이제 아이가 커가니, 내가 보기에 좀 유치하더라도 아이가 보고 즐거워할 수 있는, 괜찮은 국산 어린이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심감독님이 영화를 참 못 만들 지 몰라도, 그의 영화는 아이들에게 먹힙니다. 불행하게도 심감독님은 자신의 영화를 성인용이라 생각하고 홍보하니 문제인 거죠.


6. 문제는, 심형래 외에 심형래  이상의 수준높은 어린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우리 나라에 있느냐는 겁니다. 유치하지만 어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어린이 영화는 커녕,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들은 사람을 찢어 죽이고 때려 죽이고 찔러 죽이고 쏴 죽이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아요. 해리 포터 수준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아이들에게 보여 줄 게 디즈니와 일본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져 밖에 없는 현실은 좀 안타깝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39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1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880
109786 굿다운로더가 되어본 결과 (다음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 [4] 점양 2011.01.04 3594
109785 나가시마 테츠야 감독의 <고백> 2월 개봉, 에브리바디 올라잇 사진 몇 장 [7] Wolverine 2011.01.04 2557
109784 수출보험공사의 자금이 세금 맞습니까? [6] 새우눈 2011.01.04 2084
109783 한나라당 사무처 5급 당직자 합격 스펙이 어떻게 되는지? [2] 오키미키 2011.01.04 3040
109782 (뻘글) 와우 대박입니다.. [8] 사람 2011.01.04 2120
109781 CBS 뉴스에 나온 로저 이버트 옹 [3] 조성용 2011.01.04 1501
109780 박지선 트위터 [18] 바다참치 2011.01.04 5362
» 오랜만에 흔적 남깁니다. (추가) [4] Damian 2011.01.04 1254
109778 [벼룩] 경품으로 받은 mp3 플레이어 2개 팝니다.(Yepp RB DMB 4G , Sorian U-100 4G) 엽기부족 2011.01.04 1344
109777 바낭) 정수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네요. [6] 샤넬 2011.01.04 2051
109776 고현정 , creep [8] GREY 2011.01.04 3875
109775 새해 첫 옷 사기 ( 쇼핑성 바낭) [5] 에이프릴 2011.01.04 2433
109774 서울에 동남아풍(또는 중화권?) 디저트를 잘하는 곳이 있을까요? [6] 부엌자객 2011.01.04 1802
109773 듀나인) 길고양이의 몸에...기생충? + 잡글 [10] dimer 2011.01.04 2685
109772 GD&TOP 뻑이가요 뮤직비디오. [21] 자본주의의돼지 2011.01.04 4114
109771 유령 작가를 봤습니다(노스포) [3] 샤유 2011.01.04 1529
109770 [시국좌담회] 오는 토요일 오전 11시 반에 시작합니다. 장소는 토즈 대학로점. [1] nishi 2011.01.04 1397
109769 술집 처자님들 수입 [21] 무비스타 2011.01.04 5711
109768 [기사펌]장하준 교수 인터뷰 라인하르트백작 2011.01.04 2117
109767 여러 가지... [72] DJUNA 2011.01.04 563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