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ateral이 형용사일 경우는 '무고하게 희생되는'을 뜻하지만, 명사일 경우에는 '무고한 희생자'나 ‘범죄에 이용되는 소모품’, 즉 영어로 풀면 'an expendable person in the wrong place at the wrong time'을 뜻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흑인운전수인 맥스가 바로 콜레트럴입니다. 맥스 자신이 "I'm collateral anyway"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전적이며 표면적인 의미에 불과합니다. 이 영화의 제목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마이클 만 감독은 이 영화의 제목을 처음에는 "Mr. Collateral"로 했고 빈센트(톰 크루즈)가 택시를 타서 운전수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I'm Vincent. Vincent Collateral"이라고 말하는 걸로 찍었는데 나중에 "Vincent
Collateral"이라는 부분을 삭제했다고 합니다(제목을 제작자가 바꾸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감독의 원래 의도대로라면 ‘Collateral’은 주인공 ‘빈센트’의 성입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볼 때 이 영화에서 ‘콜래트럴’(불운한 희생자)은 누가 보더라도 빈센트의 살인임무에 이용되는 운전수 맥스인데 왜 감독은 빈센트의 성을 'Collateral'로 하려고 했을까요? 이 물음에 대한 해답 속에 바로 이 영화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일부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연히 범죄에 말려들어 엉뚱하게 피해를 입는 맥스같은 인물도 ‘콜래트럴’이지만 감독이 볼 때에는 빈센트와 같은 청부살인업자나 전문킬러가 바로 우리 사회의 진정한 콜래트럴(소모품)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콜래트럴>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 맥스가 아니라 빈센트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빈센트라는 인물은 어릴 적에 받은 학대와 인간에 대한 불신 등으로 인해서 냉혹한 킬러가 되었지만 맥스를 만남으로써 그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인간적인 면이 영화 곳곳에 드러납니다. 인간적인 빈센트, 이는 곧 빈센트가 폭력적인 환경과 비인간적인 사회의 희생물임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성을 말살하는 사회와 자본의 구조적인 모순(삭막한 LA, 마약 등)은 빈센트와 같은 범죄자를 낳고 이러한 범죄자는 더 큰 범죄집단의 소모품으로 전락하여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밤이며 어둠에 덮힌 도시는 악을 양산하는 사회의 축도로 읽을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빈센트는 폭력적인 사회와 자본의 무고한(또는 불운한) 희생물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환경의 희생물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상당히 자연주의적입니다. 환경은 빈센트의 성장과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맥스와 같은 평범한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맥스 역시 빈센트와의 만남을 통해서 폭력에 무뎌지기 시작합니다. 맥스는 택시라는 인간적인 공간을 벗어나면 도시환경을 닮아갑니다. 인간적이었던 맥스는 마지막 장면에서 무정하게도 빈센트의 시신을 지하철에 그대로 두고 떠납니다. 맥스의 이러한 변화는 빈센트가 환경의 희생물임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콜래트럴이 누구인가는 마지막 지하철 장면에서 죽는 사람이 맥스가 아니라 빈센트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맥스가 콜래트럴이 될 뻔했다가 살아남는 반면에 빈센트는 환경에 농락당하는 콜래트럴이 됩니다. 삭막한 도시 환경이 길러낸 한 마리의 회색늑대였던 빈센트(빈센트는 회색 염색을 한 킬러임)는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죽었다고 해서 알아줄 사람은 없겠지?”라는 인상적인 말을 남기며 죽습니다. 회색도시라는 사회적 공간은 빈센트를 회색 늑대로 만들었지만 도시는 빈센트의 죽음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빈센트의 시신은 지하철에 실린 채 지하세계로 영원히 사라집니다. 결국 빈센트는 환경에 농락당한 희생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엔딩장면인 맥스와의 대결에서 빈센트가 죽는 부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어쩌면 이 아쉬움의 상당 부분은  매력적인 악역연기를 선보인 톰 크루즈에 대한 개인적 호감이나 연민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만일 맥스가 죽는 것으로 영화가 끝을 맺었다면 이 영화는 범죄에 의한 무고한 양민의 희생이라는 그야말로 진부하기 그지없는 3류 이야기가 되고 말았을 겁니다. 따라서 환경의 희생물이라는 자연주의적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서 감독은 필연적으로 빈센트의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이 영화의 주제는 미학적으로 한층 세련되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감독이 제목을 "Mr. (Vincent) Collateral"에서 "Collateral"로 바꾼 것은 이 영화의 의미를 보다 풍성하고 복잡하게 하기 위해서인 걸로 보입니다. 제목을 "Collateral"로 함으로써 ‘불운한 희생자’ 외에 ‘평행한’, ‘부수적인’ 등의 의미를 연상케 함으로써 네오님, speakaloud님이 언급한 것과 같은 해석을 가능케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참고로 빈세트가 쓰러져 죽는 장면에서 지하철 광고를 보면 “인생이란 긴 이름을 갖기에는 너무 짧다”(Life's too short for long names)라는 문구가 비치는데 이 문구가 제목 변경과 대사(‘Vincent Collateral') 삭제에 대한 감독의 변명이라는 글이 imdb에 올려져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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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트럴은 마이클 만의 위대한 작품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라 심도있는 작품감상을 위해 참고자료로 올려봅니다.

이 글은 제블로그에 올린 펌글인데 누구의 글인지는 모릅니다..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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