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상 의료가 제공되는...아니 실제 무상은 아니죠, 주 정부마다 다르지만, 밴쿠버 같은 경우엔 한달 일인당 7만원 정도를 내면 무상의료가 제공됩니다. 

 어쨌든 무상 의료가 제공되는 나라에서 살다보니...이게 또 좋은 것만은 아니더군요.


 무상이어서일까요. 한국에서 평소에 누려왔기에 기대할만한 의료서비스를 제 때, 그리고 경험적으로 적정하다 싶게 받기가 힘이 들더라고요.

 한국서도 물론 대학 병원 외래에 가면 대기 시간이 길겠지만, 여긴 큰 병원도...작은 병원도..다 대기 시간이 깁니다.

 무상 의료 서비스로 병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 대가로, 효율과, 편의, 그리고 시간을 희생했달까요.


 한국의 뛰어나고,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의료 서비스는 솔직히 의료진의 노동력에 대한 저렴한 대가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 의료가 도입된다면...글쎄요. 의료 인력 쥐어짜는 소리가 들려온달까요; 

 간호사는 좀 괜찮을 수 있을 겁니다만...의사들 같은 경우엔 글쎄요.


2. 아내님과 저는 트론을 무지하게 재미나게 봤습니다. 

 일렉트로니카를 그럭 저럭 좋아하는 저는 열광하면서 봤고, 평소 제가 듣던 일렉트로닉 장르의 음악들에 심드렁하던 아내님은 어쩐일로 트론에서의 다프트 펑크만은 오히려 저보다도 열광하며 신나하더군요.

 영화의 긴장감은 눈씻고 찾아봐야 겨우 찾아볼 수 있지만, 내러티브가 약하면 어떻습니까. 설득력이 떨어지면 어때요. 

 난 게임 속 세상이라며 외치는 CG로 눈이 즐겁고, 다프트 펑크의 음악으로 귀가 즐거운 데요. 

 아내님은 3D로 트론을 본 후 정말 자기가 21세기에 사는 걸 실감한다면서 좋아하더군요.

 그래서 재관람 했답니다. 


3. 아내님과 저는 한 가지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품은 보고 또 보고 또 보는 거요.

그래서 본 영화를 또 보러 가는 걸 싫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아해요. 

근데, 2010년에 본 영화들 중에서 극장에서 재관람한 영화는 흔하지 않아요. 우선 아내님과 저, 둘 다 그 영화를 좋아해야하니까요.

 2010년 재관람 영화 목록은 아바타, 토이 스토리 3, 인셉션, 그리고 트론이 있네요.

 사실 탱글드(한국 개봉 제목은 라푼젤이죠?)도 재관람 하고 싶었습니다만, 3D 상영이 생각보다 일찍 내렸더군요. 아름다운 3D가 인상적인 영화라...물론 이야기 자체로도 재밌습니다만 그래도...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재관람은 포기했죠.


3. 블랙 스완은 트론 재관람 시 함께 봤던 영화입니다. 사실, 아내님이 무척 이 영화를 진작부터 보고 싶어 했었는데, 저는 살짝 마땅찮았습니다.

 끔찍한 걸 전혀 못 보는 사람이라, 제가 좋아하는 좀비물은 함께 보지도 못하고, 밴쿠버 국제 영화제에 초대된 아저씨 보러 가자고 졸라서 보고 나선, 잔인한 장면들로 펑펑 울었던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뭔가 예고편부터 호러틱하기도 하고, 리뷰 같은 데서도 제가 지레 겁을 먹게 되더라고요. 아내님은 나탈리 포트만이 나오는 뭔가 멋진 발레 영화! 이런 이미지만 가지고 있어서...무서워하지는 않지만, 혹시나 싶어 제가 그 영화를 피했습니다. 영화 보고 아내님이 스트레스 받을까봐요.

 그래서 스포일러 게시판에 귀찮다카포님이 올려주신 스포일러를 부부가 함께 예습하고...아, 참 감사하게도 귀찮다카포님께서 신체 훼손 스포일러와 내용 스포일러를 따로 올려주셔서 내용 스포일러는 당하지 않은채 단단히 맘의 준비를 하고 보러 갔죠.


 뭔가 끔찍한 장면이 나올 듯 하면 아내님은 곧바로 눈을 감고 손으로 눈을 가리고, 좀비물을 좋아하던 저는 아내님께 감화를 받아서인지, 아니면 블랙스완의 그런 부분이 제 약한 부분을 제대로 건드린건지, 눈은 감지 않았지만 오만상 찌푸리며 화면에서 최대한 멀어지려는 포즈로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아...그런데 이 영화 참 좋더군요! 그리고 제 두려움보다 끔찍함은 훨씬 덜 했습니다. 괜한 걱정이었던 게죠. 아, 아내님 같은 경우엔 자체 검열로 인해 영화 감상을 덜 하면 덜 했지(눈을 감았으니까요), 예전 아저씨 관람 후처럼 펑펑 울거나, 밤잠 못 이루는 그런 부작용이 없었습니다.

 부작용도 없었을 뿐더러...둘 다 영화에 홈빡 빠져서 봤어요. 생각해보니 2010년 극장 관람 마지막 영화가 되었고, 다행히 정말 좋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4. 글이 쪼매 잡다하네요. 갑자기 생각났는데 제가 염장하려고 일부러 모든 주제에 아내님을 끼워맞추는 건 아닙니다. 아내님과 정말 거의 모든 일상을 공유하니, 아내님에 대한 생각을 따로 분리할 수가 없어요; 

 오늘 아내님이 몸이 안 좋아서, 요리 담당인 저는 평생 처음으로 죽을 끓여보기도 했답니다. 인터넷 레시피 보고 따라한 건데..4인 가족 기준 레시피였나봐요; 냉장고에 3그릇이 남겨졌지요.

 지금 자고 있는 아내님이 내일 일어나서 자기 허락 없이 자기 얘기했다고 혼내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은 됩니다만, 뭐 흉도 없고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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