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관련 이야기는 듀게에서도 참 오래된 ‘떡밥’입니다. 주로 군가산점에 대한 찬반 문제와 징병제-모병제 논쟁이 되겠는데요, 

그 과정에서 항상 나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군가산점은 지금으로서는 유일하고 가장 현실적인 보상”이라는 주장입니다. 

그 주된 논거는 보통 “군가산점 외의 다른 보상이 가능했으면 지금까지 안 했겠느냐”는 것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이 주장이 

얼마나 사실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딱히 할 일도 없고 나른~한 오늘 오후, 이 문제를 한번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분명히 해 두고 싶은 것은 제가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밀리터리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고, 행정이나 경제, 조세제도, 통계 등에도 무지합니다. 따라서 저의 검토는 극히 평범한 지적 능력을 지닌 일반인이 상식적인 

차원에서 시험삼아 해 본 작업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관련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갖고 계신 분들은 오류가 보이더라도 너무 비웃지는 

마시고, 친절하게 지적해 주셨으면 합니다.




1. 문제의식: 정말 징병제에선 병사를 싸게 부려 먹는 게 옳은 건가?


    그러면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보통 징병제-모병제 논쟁의 양상은 재원의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진행되곤 합니다. 그 전제는 징병제는 돈이 적게 들고, 모병제는 돈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저도 으레 

그러려니 여겼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다른 각도에서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라는 측면

인데요. 만약 어떤 사람이 수행한 노동이 70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70에 해당 하는 대가를 받고, 어떤 사람이 수행한 노

동이 100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면, 마땅히 100에 해당하는 대가를 받는 것이 정의에 부합할 것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100의 가치를 지닌 노동을 제공하였는데, 5나 10의 대가밖에 지불받지 못 하였다면 이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흔히 ‘착취’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합니다.



    어떤 사회이건 간에 인간의 노동에는 그에 합당한 대가가 지불되어야 한다, 이는 좌파와 우파, 남녀와 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단순하고 기본적인 명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착안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병역과 관련한 논의에서 

우리는 누구나 모병제 하에서는 병사들의 노동력에 걸맞는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인식하지만, 징병제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전제해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것이 과연 정당한 전제인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현역 병사들과 예비역들에게 끝없는 상실감을 안겨 주는 근본적인 원인이 사실은 여기에 있습니다. 징병제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 병사들도 아예 무상으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죠. 봉급을 받기는 받습니다. 그런데 그 액수가 매우 비상식적

입니다. 통계청 자료를 참조하면 10년 전인 2000년 당시 병장 월급이 1만 8,200원, 이등병의 월급은 1만 3,200원이었습니다. 일급도, 시급도 

아닌 월급 액수가 이러했습니다. 놀라운 일이지요.



    다만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 그 자신이 병사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는지 병사 봉급에 대해 나름 ‘획기적’인 개선조치가 취해져 몇 년간

연 30~40%의 임금상승이 이루어졌고, 2010년 현재 병장의 월급은 9만 7,500원, 이등병의 월급은 7만 3,500원이 되었습니다. 퍼센티지로만 보면 

임금이 매우 크게 상승하였으나 병사 월급 액수는 여전히 사회인들의 일급 수준과 비슷한 정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참고로 ‘안보를 엄청 

중히 여기시는’ 현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경제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현역병의 임금을 깔끔하게 동결시키는 화끈한 지도력을 보이기도 하셨습니다)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라는 앞에서의 기준을 상기했을 때, 저는 모병제가 바람직한가 징병제가 바람직한가를 논하기에 

앞서 과연 징병제 하에서 현역병들에게 지불되어야 할 합당한 임금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또 그 금액의 부담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검토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통령 1인의 인식에 따라 

불과 몇 년 사이에 수 배에 이르는 임금 상승이 가능해지고, 또 간단하게 동결되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을 보면, 현재 책정되어 있는 병사 봉급 

액수가 치밀한 분석이나 합의에 의해 나온 필연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단지 관성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설정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지요.


  (글이 길어서 나누어 올립니다. 2편에서 계속)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37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0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859
109178 (듀나인) 어른들 쓰기에 좋은 스마트폰 뭐가 있을까요? [5] lonelylune 2011.01.10 2689
109177 (바낭성)방금 서울 생활 중에.. [5] 라인하르트백작 2011.01.10 2006
109176 도움요청 ) 이쁜 귀걸이 추천해주세요^^ [9] 챙피해서 익명 2011.01.10 2060
109175 아래 무릎담요를 못쓰게 한다는 글에 이어... [3] Bizet 2011.01.10 2583
109174 이승환+서태지+신해철 합동 공연 보고 싶은 분? [15] 자본주의의돼지 2011.01.10 3035
109173 만퀴 열풍속 고양이 자랑질 + 재채기 질문 [15] 유음료 2011.01.10 2252
109172 저도 면퀴... 난이도 하 [12] 푸른새벽 2011.01.10 1573
109171 으악 버스 안에서 폰으로 듀게질 ㅠㅠ [9] 할루키게니아 2011.01.10 1564
109170 이제와 뒷북 치는 만화퀴즈 입니다. ㅠㅠ 때리지 말아요~ 여러 개 있습니다. 12시가 되어서 정답 공개합니다) [44] 필수요소 2011.01.10 2151
109169 드림하이 3회 [4] 아이리스 2011.01.10 1929
109168 MB “한국판 주커버그 나올 환경 만들것” [17] niner 2011.01.10 2779
109167 부끄럽게 살짝 만화퀴즈 (외국어 대사 달랑 하나): 멀티태스킹하다가 문제를 잘못냈어요 죄송-_-;;; [16] loving_rabbit 2011.01.10 1458
109166 [황해]보고 왔어요! (스포있어요) [5] sunshine 2011.01.11 2181
109165 저도 매우 간단한 면(麵)퀴. [16] maxi 2011.01.11 2167
109164 놀러와..를 보고 [11] 라인하르트백작 2011.01.11 3917
109163 H&M 세일 갔다 왔어요. [4] 자본주의의돼지 2011.01.11 3863
109162 저도 만퀴 내보고 싶어요. [19] Planetes 2011.01.11 1274
109161 서울아트시네마 시네클럽 : 영화 감독들의 시네레슨 [3] Wolverine 2011.01.11 1487
» 군 복무에 대한 적절한 대가는 과연 얼마일까? (1/2) [5] 칸막이 2011.01.11 1881
109159 나도 할래요! 나도 만퀴!! [3] 최강검사 2011.01.11 121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