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제작진들과 대니 보일이 다시 한번 뭉쳐서 만든 [127 시간]은 산악인 아론 랄스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보일은 블루 존 캐년의 협곡에서 바위와 함께 떨어져 바위에 손이 끼이는 사고를 당한 아론의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고 감동적으로 그려냅니다. 역시나 이번 신작에서도 보일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과 편집이 돋보였습니다.

 

화면을 분할하는 오프닝 시퀀스 부터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고, 광활한 자연의 풍광들을 카메라에 담아낸 안소니 도드

맨틀과 엔리케 세디악의 영상도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전작에 이은 A.R. 라흐만의 흥겨운 음악도 인상적이었고요. 보일의

스타일이 영화와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고립된 아론의 상황들이 절묘하게 그려지는데, 아론의 꿈과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들, 그리고 갈증 해소와 탈출에 대한 아론의 상상이 역동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와 영상으로 그려집니다.

 

무엇보다 절박한 상황에서도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을 잃지 않고 삶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던 주인공 아론 역을

맡아 훌륭한 원맨쇼를 펼친 제임스 프랑코는 그야말로 생애 최고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두려움과 후회, 그리움 등의 다양한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는데, 그가 아니면 누가 아론을 연기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탁월했습니다. 제가 프랑코의 팬

이라서 그런지 그가 연기하는 아론에게 더욱 애정을 가지면서 감정 이입을 한 것 같습니다. 꽤 많은 눈물을 흘렸답니다.

 

영화에서 간간히 터지는 유머스러운 부분들도 참 좋았습니다. 후반의 무서운 장면에서는 막 소름이 돋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사투를 벌이는 아론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끝가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론이 암벽을 쓰다듬는 모습과

그 느낌들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강렬하면서 따뜻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127 시간], 아주 만족스럽게 관람했습니다.

 

 

덧 - 시사회에 당첨돼서 서울극장 1관에서 봤는데, 어제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유난히 영화관이 춥다고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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