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는 아들이 있습니다.

  학부모라면 아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나이스 학부모라는 곳에 들어갔습니다.  교육청 사이트로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하면 자녀의 학교 생활기록부와 성적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당사자 것만 가능하고, 선생님이 쓰신 내용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2학년 말 우리 선생님이 쓰신 내용입니다.

 

  "...학습 태도가 바람직하고 과제학습을 잘 하려는 모습이 엿보이나 자신의 완벽한 행동을 믿고 친구들과 어울려 작업할 때 이해가 부족하여 마무리 하기 어려워 함"

 

   이 내용을 보면 아이가 문제가 있거나 엄마만 모르고 있는 것 아닌가, 별로 심하지 않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우리 애가 방학식 할 때 표창장을 받았습니다.  소위 '모범 어린이 상'이라고 하는 거죠.  보통 임원들이 받아가지만 우리 아이는 임원이 아닙니다.  그 외에 2학기 각종 상은 다 받아 왔습니다.  성적표 다른 부문에 다 잘한다고 합니다.(자랑이 아닙니다)  그런데, 표창장 받아왔대서 칭찬해 줬더니 자기가 잘 해서 받은 게 아니라 줄 사람이 없어서 받았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했더니 상 주기 전에 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 그렇게 말씀하셨답니다.  나이스 학부모 내용을 보고 답답해서 아이에게 친구들과 평소에 너 하고 싶은대로 하냐고 물어봤습니다.  2학기엔 모듬 활동 자체를 별로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가 모를 수 있지요.  아니면 자기에게 불리한 내용을 말하지 않을 수 있지요.  반에서 아는 엄마들에게 전화해서 혹 우리 아이에 대한 친구들의 불평이나 장난이 심하다거나 왕따를 당하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그런 일 없답니다.  현장 학습 가면 2명 이상 우리 아이 옆에 앉으려고 합니다.  방과 후 학습 없는 날에는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놀고 옵니다.  그렇다고 대장 노릇하는 아이도 아닙니다.  힘 센 아이 부하 하는 걸 즐겨하지만 용기가 없습니다. 

 

  물론, 제가 우리 아이 학교 생활을 모두 다 아는 것이 아니니 선생님이 보시기에 문제가 있다 하면 할 말이 없지요.  하지만 우리 선생님, 좋게 말하면 너무 원칙에 충실하시고 일관성이 있으시며 아이들을 객관적으로 보시고, 나쁘게 말하자면 아이들의 장점을 키우기보다는 스스로 스트레스 받고 듣는 사람 생각 않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아이가 그림을 좀 잘 그립니다.  키워 주고 싶은 마음에 1학년 때부터 이름 있는 미술 학원에 보냈습니다.  1학기에 선생님이 미술 학원 보내냐 하시더군요.  그렇다 하니 학원 다닌 티가 나서 상 안 준다 하십니다.  나중에 아이에게 선생님께 학원 다닌다 했냐 하니 선생님이 물어보셔서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아이에게 넌 학원 다니니 상 안 준다고 하셨답니다.  어떻게 티가 나냐고 했더니 2학년 짜리가 생각할 수 없는 표현을 하니 틀림없이 학원에서 배운 거라 하십니다.  2학기에 알림장에 선생님께서 주의 사항을 적어 보내셨습니다.  아이가 수업 시간에 화장실을 가니 병원에 가서 검진해 보랍니다.  수업 시간에 화장실 가는 건 잘못된 것이고, 제 때 챙겨주지 않은 제 잘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주의 주시면 될 걸 바로 병원 가서 검사해 보라고 하시니 뭔가 조치가 심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자 반장 엄마랑 친합니다.  방학 전날 남자 반장, 부반장, 여자 반장, 1학기 여자 반장 엄마가 모여 청소를 하는데 선생님께서 그러시더랍니다.  이 반 남자애들 때문에 너무 힘든 한 해였다고, 교사 생활 중 이렇게 힘든 때는 처음이었고 남자애들이 너무 힘들게 한다 했답니다.  선생님이 남자애들 때문에 힘들다 소리를 너무 하셔서 우리 반에 말썽쟁이들이 다 모인 줄 알았습니다.  다른 반 엄마들 만나니 각 반에 힘든 아이들 다 있더군요.  운동회 연습 전에 반 여자애가 팔이 부러졌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좀 잘 돌봐주십사 말씀드리려 그 여자애 엄마가 전화했더니 선생님께서 아예 운동회 끝날 때까지 급식비 제하려고 막 전화하려 했다 하더군요.(그러니까 그 때까지 학교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죠)  다른 반 애도 팔이 부러졌는데, 그 반 선생님은 급식 때 연습 때 항상 그 아이를 가장 배려해 주십니다.  남자 부반장이 ADHD라서 매우 산만하고 장난꾸러기인데 엄마가 이혼하셨다 하더군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알았냐 하면 선생님께서 다른 엄마들에게 말씀하셨다 합니다.  이 엄마에게 저 엄마 이야기 하시고, 저 엄마에게 이 엄마 이야기 하시고 이른바 뒷담화를 하신다 하더군요.

 

  1학기에는 청소 때나 학부모 상담 갈 때마다 좋은 말씀 한 마디 하신 적이 없어 너무 속상했습니다.  주변 아이들을 불편하게 한다, 자기가 똑똑하다고 자기식으로 하려 한다 하시길래 왕따냐, 산만하냐 하면 저보고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2학기엔 아예 발길을 끊었죠.  그러니 편했습니다.  상도 많이 받아오고, 표창장도 받아오길래 성적이 1학기 때보단 나이지지 않을까 했지요.  그런데 총평이 이렇네요.  이해가 안 되는 건 그럼 아예 상을 주지 않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요?  아님 아무리 맘에 안 드는 아이가 상을 받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기분 좋게 내가 잘해서 받겠거니 하고 생각하게 해 주면 안 될까요?  2학기 총평은 평생 남는다는 걸 오늘 초등 교사인 친척 언니와 전화하다 처음 알았네요.  알고 나니 처음 저 글을 봤을 땐 단지 힘 빠지는 정도였는데, 이젠 정말 기분이 안 좋습니다.  어떤 선생님들은 아이가 장난이 심하고 벌을 많이 서고 해도 좋은 점을 많이 보시고 평가를 남겨 주신다는데, 우리 선생님은 물론 우리 아이가 단점도 많겠지만, 어쩜 저리 장점보다 단점만 부각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사인 친척 언니는 제가 알기로 정말 촌지와는 관련이 없는 사람인데, 올해 서초구의 한 학교에 발령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 언니는 저에게 그러네요.  선생님께 인사하지 않는 제가 잘못이래요.  명절 때 친척들에게 인사하듯 싫은 선생이었어도 제가 인사했었어야 했답니다.  그래서 제가 운동회 날 시어머니께서 주신 과일 찬합을 드렸는데, 정말이지 차가운 얼굴로 내뱉듯이 '저기다 두세요'하길래 진짜 기분이 안 좋았다 했더니 그건 또 잘못한 거랍니다.  도대체 뭐가 이렇게 힘든 걸까요? 저처럼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은 학부모도 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촌지란 절대 안 하는 게 좋은 줄 알았는데, 촌지는 안 해도 인사를 해야 하는 거고, 그 인사도 공공연히 하면 안 된다 하고, 그렇다고 아예 아무것도 안 하자니 아이가 단점만 지적하는 서슬 퍼런 선생님 때문에 1년동안 스트레스 받고 소심해지는 게 보여요.  3학년 때 그 선생님이 또 담임 되면 무조건 이사가야겠습니다.

 

  (더 짜증나는 건 우리 선생님은 작년에 퇴임하신 교장 선생님께서 오케스트라 때문에 다른 학교에서 일부러 데리고 오신 선생님이시라네요.  그러니 앞으로 적어도 5학년 때까진 우리 학교에 계실 거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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