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소설] 죽어라, 마왕, 죽어!

2011.01.20 21:20

최강검사 조회 수:2471

 

용사가 마왕의 몸뚱아리 위에 올라 타 한 손에 도끼를 들고 남은 손으론 어깨를 짓눌렀다. 마왕의 얼굴엔 아마도 태어나 처음 지어보는 듯한 억울한 표정, 겁먹은 표정이 떠올랐다. 용사는 어이가 없었다.

니가 뭘 했는지 잊었어? 남의 아내를 강간하고, 아이들을 사탕발림으로 꼬득여 악마 새끼들 식사거리로 만들고, 자기 자식을 헌신짝 내던지 듯 버렸잖아! 난 지난 오천년 동안 니 놈 새끼가 저지른 만행을 지켜봤어. 널 죽이면 내 불노불사도 끝이야. 널 죽이고 나도 잠들 거다! 다 끝이야! 끝났어!

용사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올랐다. 사람을 잡아먹는 악마들조차 두려워하는 웃음이. 씨익 드러난 송곳니가 빛나는 것만 같았다. 마왕의 쉬어터진 목소리가 들렸다.

잘못했어. 미안해.

그 직후 용사의 손에 들린 도끼가 내려왔다. 빠르게 내려와 마왕의 얼굴을 찍었다. 다시 들어올려 또 한 번 내리 찍었다. 이번엔 배에 박혔다. 흔들어 빼자 배때기에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용사는 그 동작을 몇 번 반복하고나서야 멈추었다. 마왕의 몸이 썩어 문드러지는 걸 보고 나서야 눈을 감고 영영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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