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들어 두번째로 세탁기가 얼었습니다. 베란다에 세탁기를 두고 쓰는데 창문을 닫아 놔도 구옥이라 베란다는 많이 춥거든요.

처음 얼었을 때 혼자서 드라이기로 녹여 보기도 하고 호스를 뜨거운 물에 담가 놓기도 했는데 해결이 되지 않아

서비스 센터에 전화해서 기사님 방문을 요청했었어요.

그랬더니 뚝딱뚝딱 오오!!! 순식간에 세탁기에서 호스를 분리해서 욕실로 가져간 다음 안에 들어 있던 얼음을 죄다 빼내고 다시 뚝딱뚝딱 마법의 손으로 10분만에 세탁기를 고쳐 주시지 뭡니까!

제가 원래 약간 기계치(이것도 해당이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_-)라 가전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머릿속이 청순해지는데

이런 맥가이버 같은 기사님이 방문해 주시다니..!! ..정말 감사했고 멋졌어요! 그래서 그 뒤로  서비스 별점 평가(?)를 해달라는 전화가 왔었는데 저는 당연 매우 만족으로 모든 체크 리스트를 채웠습니다.

매우매우 만족은 없냐고 정말 감사하다고 했더니 전화 하신 언니가 당황스러워 하시는 것 같았지만요..

아무튼 첫번째 방문 때 매우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아서 그런지 오늘 다녀가신 기사님이 조금은 미워집니다

처음과는 다른 두분 기사님이 함께 오셨더라구요. 세탁기가 있는 베란다로 가서 호스를 살펴 보더니 배수구가 언 것 같다고 물이 좀 흐를 것 같은데 괜찮냐고 하시더라구요

베란다 끝쪽에는 세탁기가 반대편 끝쪽에는 선풍기를 비롯한 여름 구두, 옷박스들이 잔뜩 쌓여 있어 얼른 걸레를 가져와 물이 흐를 곳을 막았습니다

그리고 베란다에는 따로 물 빠지는 곳이 없는데 물이 많이 나오나요? 했더니 그 정도는 아니니 온수를 좀 틀어 달라고 하셔서 방에 들어가 온수 전용으로 보일러를 돌려 놓고

잠시 밖에 서 있었는데..이런..!!

물이 콸콸 넘쳐 흘러 베란다 끝쪽까지 다 젖어 버린게 아닙니까.. 옷박스도 젖었고 한약상자도 있었는데 그것도 젖고 선풍기도 젖고 아아..기사님..ㅠㅠ

계속 물이 흐르냐고 막 걱정을 했더니 이제 다 끝이라며 쿨하게 온수를 꺼도 된다고는 하셨는데...이미 물바다가 된 베란다여.....

같이 온 한 분은 멀뚱멀뚱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저희집을 막 돌아 다니시면서 제 책장을 유심히 살피시는가 하면 현관 쪽에 있는 거울을 보고 넥타이를 고치고 계셨구요...

그리고 얼음을 다 녹인 기사분은 다음에도 또 얼면 어떻게 녹여야 하는지 저를 불러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설명 들어도 잘 모르거든요. 다음에도 또 문제 생기면 또 기사님 부르고 싶었는데 이렇게 베란다를 물바다로 만들어 놓으시다니.....

물론 대기업에서 사람 쥐어짜는 서비스 교육을 받고 나오신 분들이라 굉장히 친절 하셨어요. 제가 처음 이 집으로 이사 왔을 때 오셨던 기사님인데 기억 하고 계시더라구요.

제 아버지 뻘 쯤 되셨는데 저를 고객님 고객님 하고 부르시는게 민망했지요.

구두랑 옷이랑 다 젖었는데 어떻게 하냐고 말하기에는 수리를 해주신 기사님이 너무 친절했고 출장비를 드릴 때 손을 보니 제 세탁기에 언 얼음을 깨느라 손이 다 새빨개 지셨더라구요...

아아...

저는 아직 저녁도 못먹었는데 베란다 청소를 해야해요

기사님이 베란다가 젖은 걸 보고 아이구 일을 쉽게 하려다 이거 어떻게 하나요 하시는데 저도 모르게 괜찮아요 제가 치울게요..라고 대답하고 마구 후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다 한들 기사님이 어질렀으니 기사님이 치워 주고 가세요 라고 할 수도 없는거잖아요

소심한 복수로 나중에 서비스 평가 전화가 오면 불만으로 해버릴까, 조금 불만으로 해버릴까...생각 하다 그거 고과에 반영되는거 아냐?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닌데 진상 부리지 말자..ㅠㅠ 라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하네요

청소도 안해놓고 망연자실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타자를 치는데...베란다 너무 추울 것 같아요 으흑

그런데 지금 안치우면 구두고 옷이고 못쓰게 될 것 같은데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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