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을 보고 느낀

2010.06.11 10:30

메피스토 조회 수:4117

* 이번 학력 논란들을 보고 느낀 몇가지 편린들입니다. 그래서 정돈되지 않고 어수선할 수 있습니다.

 

 

- 성적증명까지 공개했다고 합니다. 네. 언론에선 종지부라고 했지만 전 대세가 기울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타블로가 졸업을 했는지, 석사를 몇년만에 마쳤는지에 대해 믿지 않는 사람들은 아직도 의구심을 품겠지만, 단지 "이렇게까지 했는데 믿지 않는 당신은 불신지옥"이라는 사람들의 비난이 두렵기때문에 별다른 얘기 없이 가만히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간헐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은 있을테죠.

 

- 논문 얘기를 보며, 그리고 '논문번호'를 요구하는 그 '근거'라는 글을 보며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논문을 썼다라는게 뭘 뜻할까요. 학부다닐무렵 산업은행(써놓고보니 이것도 긴가민가)에서 논문공모전이 있었습니다. 주제는 거창하지 않았지만 나름 열심히 썼었고, 자료수집도 꽤 해가며 80%이상을 썼죠. 하지만 아주 어이없게도 밤샘 삼일(네, 이걸 며칠이라고 표현하면 과장이겠죠?)로 모은 데이터를 다 날려먹어 의욕상실, 제출 이틀을 앞두고 논문을 엎었던 적이 있습니다. 사실 뭐 쓰다가 데이터 날려먹은게 한두번은 아니지만, 그땐 충격이 컸어요. 하지만 덕분에 공부를 많이 했었고, 이후 해당 주제와 관련해서 무슨 소린지는 대충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 만일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메피스토씨, 그 주제에 대해 어떻게 자세히 아셨어요?"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산업은행 논문쓰다가요라고 얘기하면 전 거짓말쟁이가 되는걸까요. 제출하지 않았지만 썼던건 사실이고, 그 내용은 고스란히 제 머릿속에 들어있으니 제가 공부를 하며 배우고 느낀걸 얘기했을 뿐인데요. 물론 타블로가 이런 일을 겪었는지 전 모릅니다. 어딘가에 타블로가 "나 석사논문 냈어요!"라고 얘기하는 장면이 캡쳐됐을지도 모르지만, 또한 정말 거짓말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그 짧은 잡문이 논문번호를 요구하는 근거 중 일부라는걸 보니 힘이 쭉 빠졌습니다. 그건 과장도 아니고, 허풍도 아니거든요.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말하기 애매한 주제나 표현이 있기 마련이고, 그 모든 것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 이야기가 상대방과 나 사이의 막대한 이익이 얽힌 일이 아니라면 알아서 걸러듣고, 설령 다소 과장됐다고 하더라도 이해해야죠. 우리가 발언하나하나에 자기 사상과 정책방향을 담는 정치인은 아니잖아요.   

 

 - 누군가의 험담을 할때 타인과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습니다. 남들도 그러니 내가 생각하는 것도 맞는 것 같죠. 정말 그런것도 있지만, 아닌것도 있죠.

 

- 어떤 경우, 논리와 근거란 참 쓸모없는 것입니다. 표현이 투박하건 정리가 되지 않았건, 사람들이 타블로의 학력위조설을 믿었던 이유는 그 근거가 그럴듯하다고 여기고 과정이 논리적;혹은 말이 된다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 입니다. 여기서 빠진건 근거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과정이지만, 의심의 조류에 흽쓸린 사람들이 그런 번거로운 과정을 할리가 없죠. 내가 관계한 일도 아니고, 일개 연예인, 씹어도 아니면 그만인 연예인의 학력논란을 얘기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고 여겼을 뿐이죠.  논문번호 인증을 요구하는 분들이었지만, 정작 그 의심의 발단 근거는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것입니다.

사실 이런 것들은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고난이도 낚시 스킬이죠. 공부를 오래해서 파고들어가야 하는 전문영역일수록, 잉여로운 시간을 가지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근거가 정확한지 파헤치기 보단 그냥 믿는 쪽을 선택합니다. 괜히 어설프게 달려들면 귀찮은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까요. 자칭 미국대학출신, 자칭 연구실 조교, 자칭 금융회사 펀드매니저, 자칭 대학교수, 자칭 영화감독. 자칭만 있나요. 지인이 미국대학출신이다. 지인이 연구실 조교다. 지인이 금융회사 펀드매니저다. 지인이 영화감독이다. 지인이 이명박이다. 물론 이들중에서도 어설픈 낚시질을 했다가 '진짜'들에게 걸려 호되게 당하는 쪽도 있습니다만, 인터넷 논쟁들이 진흙탕이 되는 원인이기도 하고요. 어찌되었건 그 근거가 틀리다해도 사람들은 "나는 그 사람을 믿었을 뿐이야"라고 얘기하면 되죠.  참 편리한 변명이지만. :-p. 혹시 졸업 및 성적 증명이 됐다는 얘기 이후 앞서 타블로 관련 게시물중에 게시자 본인 스스로가 삭제한 게시물이 있을까요? 제 느낌으론 두어개 정도 있는 것 같군요. 정확하지 않습니다. 느낌이거든요. 당연히 논문번호도 없죠.

 

- 어떤 분들은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요구를 굉장히 당연하게 여기시더군요. 이에 대한 글은 앞서 타블로 관련 글을 쓰며 슬쩍 내비췄죠. 전 연예인이 공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들이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를 활용하여 돈을 버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중이 연예인의 모든것들을 알아야할 권리따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냥 관음증의 돌연변이일 뿐이에요. 그들과 계약관계에 있는 회사가 그걸 요구할수있을지는 몰라도, 대중이 그런것까지 신경쓰는건 주제넘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제가 이런 장문의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앞서 언급했다시피 '대세가 기울었기'때문입니다만, 아마 타블로 학력이 위조된 것이라도 이런 글을 썼지 싶습니다. 전 여전히 타블로가 그 학교 학*석사학위를 가졌는지, 논문을 썼는지, 뭘했는지 같은건 모릅니다. 다만, 들킬경우 파장이 만만찮을;아니, 연예계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거짓말을 방송마다 이야기해야할 동기가 타블로에게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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