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작 5분 만에 나가고 싶은 영화는 오랜만이었습니다.

 

엄청 호평 받았다는 것 말고는 영화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던 터라 영화가 시작했을 때 홈비디오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영화가 장면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것 같더군요. 사실감을 주기 위해 그렇게 했다, 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평소에 카메라 흔드는 영화 보면서 느끼는 사실감을 이 영화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숏들의 연속이었고 보고 있는 게 괴로웠습니다. 포스터보고 기대했던 스산한 겨울 풍경 같은 것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요. 그냥 영화가 시나리오 따라 찍기 바쁜 느낌이었습니다. 막상 이야기 자체에 궁금증도 전혀 생기지 않았고, 연출이 이상해서인지 배우들의 연기도 전혀 와 닿지 않더군요.

 

이 영화가 엄청나게 좋은 평을 받은 것은 저에게 미스터리로 남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좋아하는데 나만 안 좋아하는 영화’들은 그냥 내가 여러 가지 이유로 안 좋아했을 뿐이지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고 호평하는 이유는 알 수 있었는데, 이 영화는 그냥 모르겠어요.









반면 <환상의 그대>는 아주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디 앨런이 찍은 걸작들(애니 홀, 맨하탄 등등)은 훌륭한 영화지만 어딘지 모르게 영화의 야심이 버거운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지는 않는데, <환상의 그대>는 너무나 편하고 간단하게 찍은 것 같은 영화입니다. 우디 앨런이 자기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영화의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조화시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우디 앨런 영화중에 <스쿠프> 다음으로 좋아하는 영화가 될 것 같고, <윈터스 본>과는 반대로 왜 <환상의 그대>는 평가가 미적지근했는지 이해되지 않는군요. ^^

 

 

(스포일러)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래도 샐리가 등장인물 중에 가장 희망이 많은 인물 같아요. 이혼한 타이밍은 기가 막혔고, 돈만 어떻게든 엄마한테 빌리면 되잖아요. 엄마가 광신도가 돼서 힘들긴 하겠지만(나오미 왓츠의 눈 튀어나오는 연기).

 

본인이 선택했지만 가장 불쌍한 캐릭터는 디아였고, 본인이 선택했지만 하나도 안 불쌍한 캐릭터는 로이와 알피.

 

그리고 콜걸로 나온 배우 캐스팅이 좋더라고요. 샐리가 그 여자 싸구려라고 뒷담화하는 장면 다음에 콜걸 나오니까 주변 사람들이 “진짜 싸구려야”라며 웃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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