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사지 않고는 절대 지나치지 못하는 물건들'이 있으신가요?

 

 

.... 충분함의 지점인 만족곡선의 정점을 지난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잡동사니(clutter)들이다! '잡동사니란 뭐든 필료 이상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그다지 소용이 되는 것도 아니면서 우리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것들이다. .....

 

... 잡동사니를 왜 사들이는가. ... 사람들이 '많을수록 좋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즉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무언가를 소유함으로써 내면의 만족감을 찾으려는 물질주의에서 비롯된 질병이다. 인간은 어렸을 때부터 뭔가 불편하면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는 습관에 익숙해 있다. 우유병, 담요, 자전거, 더 나아가 고급 승용차 등등의 다른 위안책을 찾는다.

 

무의식중에 생긴 습관이기도 하다. "사지 않고는 절대 지나치지 못하는 물건들이 있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걸 갖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소형 전자계산기나 아주 작은 스크루 드라이버, 혹은 펜이나 초컬릿 같은 것들이다. 마치 쇼핑 로봇처럼 매주 백화점에 가서 서성인다. 그러다가 사지 않고는 지나치지 못하는 물건들이 모여 있는 판매대 앞에서 갈등한다.

 

'어 저기 분홍색이 있네. 나한테 분홍색은 없는데... 어, 저건 태양전지로 작동하는 거네. 휴대하기 편하겠군. 이런, 방수기능도 추가 됐다고? 내가 쓰진 않더라도 누구 주면 좋아할 텐데. 음, 이건 헤이즐넛이 들어간 거잖아. 거기다 코코넛이랑 아몬드 향까지. 전엔 이런 걸 먹어 본 적이 없어.'

 

그리고 미처 본인이 깨닫기 전에 팔을 뻗어, 그 물건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집에 돌아와서는 그 물건들을 서랍에 쑤셔 넣고 (그 서랍 속엔 같은 종류의 물건들이 다섯 개 혹은 열 개 정도씩 들어가있다.) 까맣게 잊는다. 다시 백화점에 가면 또 그 코너에 가서 서성인다. 늘 그런식이다.

 

 

 From <돈 사용 설명서 - Your Money Your Life> by 비키 로빈, 조 도밍후에즈, 모니크 틸포드 지음..

 

 

'사지 않고는 절대 지나치지 못하는 물건들'을 모든 사람이 다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좀 많은 세대 분들의 상당수, 그리고  (지름)신내림따위 받지 않은 건실한 정신상태의 젊은 분들 역시 안 가지고 계시더군요.  불행히도 저는 정신상태가 글러먹었고..그래서 '사지 않고는 절대 지나치지 못하는 물건'이 있답니다. 대표적인 녀석이, '귀고리', 그리고 이 보다 좀 덜 하지만, 역시 비정상적인 소비를 하는 '책'..

 

이 품목들을 소비 할 때 저의 특징은, 저 책에서 잘 묘사해 놓은 것 처럼 '필요하지도 않은데 산다'를 기본으로, '소비를 의식이 나가 있는 상태에서 한다' (정신 차리고 보니 이미 내 손에 물건이..ㅠㅠ),  '사고 난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흥미가 사라져서 쳐다도 안 본다.' 네요. 그나마 귀고리 자체를 꽤 잘 하고 다니고(악세사리 중 유일하게 귀고리만 하거든요.), 책도 미미한 비율이나마 읽어 치우기는 합니다만.. 그래봐야 과하게 소비하고 있는건 확실하죠.

 

 

 

현재 가지고 있는 귀고리입니다. 55개네요 (-_-;;;) 그냥 버린 것들도 많고, 사촌동생이나 달라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준 것도 많으니, 아마 그간 산 것들까지 합치면 100개가 넘을 것 같아요. 저 녀석들 중 제가 자주 하고 다니는 것들은 10개 미만이에요. 그나마도 안 하고 다닐 때가 더 많고요.

 

 

 

2.

 

왜 갑자기 저 사진을 찍었냐..  이야기가 좀 길어요.

 

이 전에 읽었던 책인 <소비바이러스 어플루엔자>에서, '과소비, 필요 이상의 소비는 이렇게 끔찍하고 정신병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교육 받은 후,  '그래, 끔찍하다는거 알았으니, 어플루엔자에서 치유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하는 궁금증에 책의 마지막 '치유법' 편을 읽은 저는, 좀 실망했습니다. 과한 소비 패턴을 줄이는 실제적인 방법론 대신, 다 좋은 소리고 맞는 소리지만, 지나치게 큰 토픽들 -자연과 자주 접촉하라, 소모임에 참석하라, 삶의 방식을 환경친화적인 쪽으로 바꾸라..-을 나열해 놨더라고요.  백번 맞는 소리고, 실제로 그게 소비 해결을 위한 해결책들이기는 하지만, 이건 현재 삶에 회한을 느껴 새로운 인생을 향한 변화를 모색하려는 사람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착하게, 열정적으로, 사랑하며 살아라.' 따위로 이야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맞는 이야기지만, 의미가 없죠. 정말 중요한 것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어떻게' 바꾸냐 하는 구체적인 방법론 인걸요.

 

<돈 사용 설명서>는 바로 그 '어떻게'하면 '막 나가는 소비에 제동을 걸 수 있나'에 대한 책입니다. 이 책은 '돈=생명력 (혹은 인생의 시간)'이라는 기본 철학 하에,  재정자립을 위해 밟아가야 할 9단계를 제시하고 있어요. 굉장히 고전적이고 상식에 근거하여 고리타분하게 까지 보일만한 방식이면서도, 막상 따라하려면 막대한 양의 작업을 요하는 방법론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9가지 방법론 중 1단계는, 지금까지 인생에서 벌어들인 돈을 최대한 정확히 계산해보는거에요.  지금까지 내 손에 들어 왔던 모든 돈들을 계산하는거죠. 부모님께 받은 용돈 (헉;;), 일하며 번 임금, 비정기적인 아르바이트비, 이 때 받은 팁, 벼룩시장을 열어 얻은 수익, 복권 당첨된 돈  등등 모조리 다요. 완벽히 계산하는건 불가능하겠지만, 최대한 정확하게요. (통장 다 뒤지고 세금내역 다 뽑아보고 각종 돈 관련 문서란 문서는 다 뒤져야 한다고 충고하더군요.) 그리고 현재 보유중인 현금이나 예금 주식 등 유동 자산 부터 시작해서, 부동산 차 등 딱 봐도 '고정자산'이다 싶은 물건 뿐 아니라  '돈 될 만한' (벼룩시장이나 중고 시장에 현물로 내다 팔아 돈이 될 만한 것은 모조리 다!) 보유 물건들, 그리고 친척에게 빌린 돈 각종 대출 마이너스 통장 등 부채까지 모두 다 종합해서 계산해야 하고요. (그 후 대차대조표도 만들고요.)

 

그냥 들으면 '뭐 그런가보다..'하고 말 일인데, 막상 하라는대로 따라하려고 생각하면 말도 안되게 할 일이 많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과거를 다 회상해보며 그 당시 내가 뭔 일을 했는지 생각을 해봐야 하니까, 누군가에게는 좀 괴로울 수도 있을테고요. (그 돈 다 어디다 썼냐 ㅠㅠ 하면서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강박적일 정도로 '부끄러워하지도, (스스로를) 비난하지도 말 것'을 강조합니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 없이, 그저 있는 그 사실을 마주하려고 노력하라고요. 안 되면 종교 만트라 같은거라도 되우면서라도.. (그런게 없으면 '부끄러워하지도 비난하지도 말자'는 말을 만트라 삼아서 마음을 다잡으며..) 

 

 이 단계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정확성'이에요. 앞으로 돈에 대한 습관을 들이는 첫 단계이니 만큼 어림짐작 하지 않고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더 큰 이유는, 이런 일을 하는 것은 '현재의 내 (돈) 상태'를  있는 그대로, 똑바로 마주하기 위함인데, 이 때 최대한도의 정확성과 진실함이 필요하다는 논리죠. 백번 동감...이긴 한데, 작업이 너무 방대하죠-,.-   어떤 사람은 6개월이 걸렸다 해요.  창고 들어가서 그간 질러놓고 쌓아만 놨던 물건들을 모조리 다 꺼내서 체크하고 현금으로 환산해보느라. 그래서 책 저자들도 1단계는 책 다 읽은 후에 하라고 충고하더군요. 

 

윽..책 요약정리하려는 목적은 추호도 없었는데;; 그러니까 핵심은 제목만 달랑 들으면 '간단하네?' 싶은데, 막상 하라는 그대로 실천하려면 생각 외로 일이 녹록치 않다는거죠. 2, 3단계도 비슷비슷해요. 하라는 것 자체는 참 간단한데, 막상 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들.  4단계 부터는 아직 못 읽었고요. 오늘 막 책 읽기 시작했거든요.

 

 

 

3.

 

하여간 1단계의 워밍업 겸, '지나간 내 과소비, 무의식소비를 반성'하는 뜻에서, 저의 '사지 않고는 절대로 지나치지 못하는 물건들' 중 하나인 '귀고리' 떼샷을 찍어본거에요. 총, 55개...1000원짜리도 있고, 몇 만원 짜리도 있는데...지금 와서 한개에 1000~3000원 씩 판다면 사갈 사람이나 있을까요. 저라면 귀고리 뒷 침을 다 바꿔준다고 해도 찝찝해서 안 살 듯. (팔 생각도 없긴 합니다만..) 하여간 귀고리 같은 녀석들은 당연히 자산이 안 되겠죠. 정말 자산가치도 없는 것에 돈을 얼마나 쏟은거냐.  책은 또 다 세보면 얼마나 될런지.. 책은 한 권에 1000원 씩 하면 팔릴지도-_-? 그래봐야 판다고 나서지도 않을테지만...

 

여러분도 '사지 않고는 절대 지나치지 못하는 물건들'이 있으신가요. 없으시다면, 정말 바른(??) 인생을 사신거에요.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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