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1~2월에 관람했던 중대형 뮤지컬에 대한 간략한 후기를 올려봅니다.  올해는 특별히 눈에 띄는 대형 초연작들이 아직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작년 연말 공연들이 중대형 뮤지컬 극장에서 여전히 공연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초연의 반응이 좋은 재연 작품들이라 극의 안정감이나 재미라는 측면에서 큰 불안을 가질 염려는 없고 워낙 블로그나 리뷰글들이 많은 관계로 자세하게 시놉시스나 기술적인 측면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극을 보고 난 후의 전반적인 인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사실 공연이나 전시회를 좋아하긴 하지만 특별히 뮤지컬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은 아니므로 사실 관계의 오류나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두고 봤을 때의 관점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금발이 너무해 - 1월 9일 코엑스 아티움 ( 김지우/라이언/이성진)

 

금발이 너무해 초연 당시 제시카의 이름값으로 화제가 된 뮤비컬입니다. 뮤지컬의 바닥에서 이름을 알린 배우들이 나오기 보다 대중매체에서 이름이 알려진 배우들이 주인공을 맡고 있고 금발이 너무해의 유머코드가 서구식으로 번안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를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검증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초연 당시에는 그리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상대적으로 비싸게 책정된 티켓가격이 소셜 커머스를 통해 값싸게 구매할 수 있었으므로 부담을 줄이고 관람을 하게 되었습니다.  관람 후 한줄로 소감을 말한다면 몇가지의 태생적인 한계에도 불과하고 매우 유쾌한 에너지로 가득한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뮤지컬이 유쾌 발랄한 에너지로 가득 채우게 하는 힘은 주인공인 엘우즈의 힘이 큽니다. 원작 영화보다 더 과장되게 금발미녀의 과장된 캐릭커쳐를 만들어 내는 본작은 그로 인해 원작이 가지는 약간의 풍자성 마저 상실했지만 문화적 차이로 인해 유머의 갭을 개그 콘서트의 개인기에 가까울 정도의 과장된 캐릭커쳐로 극복해 냅니다. 마치 대학로의 재기발랄한 뮤지컬을 중형극장으로 옮긴 듯한 인상인데 무대가 켜졌음에도 불구하고 난잡함으로 나아가지 않은 깨알같은 유머와 군더더기 없는 속도감 있는 극의 진행은 김종욱 찾기의 장유정 연출의 장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탈렌트 출신으로 초연에도 엘우즈를 맡았던 김지우의 경우 연기력과는 별개로 노래실력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었는데 극의 유머와 스토리를 모두 담당해야 하는 편중된 비중에도 불구하고 과장된 백치미를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예상외로 안정된 딕션과 노래실력 마저 선보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가수 출신의 남배우들의 성량이나 연기실력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가질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작품이 특별히 앙상블이 필요한 부분은 보여주지 않았으므로 큰 단점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전반적인 극의 인상은 엘우즈 캐릭터만으로 결정되는 뮤지컬이고 때문에 극을 예매할 때 자신이 선호하는 엘우즈를 선택하면 되겠습니다.

 

특별히 머리속에 맴도는 감동적인 넘버도 부재하고 눈요기로 가득한 화려한 불거리도 덜한 편입니다. 다만 뮤지컬 초심자가 보더라도 부담이 덜할 짦은 러닝타임과 재기발랄함, 그리고 TV에서 알아볼 수 있는 연예인들이 나오는 익숙함, 그리고 코엑스 아티움이 가지는 깔끔한 무대는 흥겨운 유쾌함을 찾고자 하는 데이트용 뮤지컬로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머의 코드가 얄팍하여 자칫 유치해 볼 수 있고 성적인 유머도 다소 곁들여져 있으므로 특별한 이벤트를 위한 데이트 뮤지컬이라고 말하기에도 어렵습니다. 또한 본 극이 가지는 장기가 대학로 무대에서도 구현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본 뮤지컬의 정가는 다소 비싸다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각종 할인 혜택이 많으므로 할인 티켓을 통해서  구매해서 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엘우즈의 역활을 맡은 배우의 팬이라면 당연히 놓쳐서는 안될 듯 하고요. 작년 제시카의 경우 이미지가 캐릭터와 정반대일 텐테 어떻게 엘우즈의 역에 몰입했을 지 궁금하긴 합니다. 연습량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충체적 난국이 아니었을까 생각되어지는데 올해의 엘우즈로 신규 발탁된 루나의 경우 케이블에서 깨알같은 애교를 선보이고 있기에 조금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지요.

 

 

삼총사 - 1월 23일 충무아트홀 ( 엄기준/유준상/민영기/김법래)

 

 신규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가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는 과잉된 라이센스 지불에 따른 부담인데 이에 대한 대안으로 검증된 영미의 뮤지컬을 라이센스하기 보다 저렴한 유럽의 뮤지컬을 라이센스로 들여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리지널 캐스팅으로 인기를 모았던 프랑스 뮤지컬의 라이센스는 물론  오스트리아 작품을 라이센스했던 모짜르트 그리고 스위스 작품을 라이센스한 몬테 크리스토, 그리고 체코 뮤지컬을 라이센스했던 살인마 잭까지.  삼총사 또한 살인마 잭과 마찬가지로 체코 라이센스 작품으로 초연의 호응에 힘 입어 작년 연말 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공연이 계속되었고 앞으로 지방공연과 더불어 11월에는 다시 성남아트센터의 연간 기획 작품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이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자주 올려지는 흥행 뮤지컬이 된 연유는 본 뮤지컬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유연함에 기반합니다. 까다로울 수 밖에 없는 영미의 뮤지컬과는 달리 보다 자유로운 연출이 가능하고 4명으로 분산된 주인공 캐릭터는 스타캐스팅을 활용하는 것도 용이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뮤지컬 배우의 매력을 한 번에 보여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원작이 가지는 익숙함과 더불어  팝 넘버인  ALL FOR LOVE를 뮤지컬의 메인 테마로 사용하는 친숙함은 쉽게 뮤지컬에 몰입하게 하고 있고요. 연출의 자유도가 높으면서도 어떤 연출이더라도 관객들이 낯설지 않게 느끼게 한다는 점은 본 극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 극은 원작이 가지는 경쾌한 액션 활극이라는 측면을 극대화시킨 뮤지컬입니다. 극의 메인스토리를 담당하게 되는 아토스의 유준상과 극의 안내자 역을 하는 달타냥의 엄기준,  그리고 아라미스의 민영기와 포르토스의 김법래는 본 뮤지컬의 안정감과 더불어 테너와 베이스의 앙상블로 극의 매력과 재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유준상의 경우 극의 유쾌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캐릭터를 하나로 묶는 조율자의 역을 잘 수행하고 있고 엄기준의 경우 열혈 달타냥이라기 보다 능청스러우면서 극의 윤활유가 되는 역을 잘 소화합니다. 상대적으로 노래실력이 아쉬운 이 둘과 달리 아라미스의 민영기와 프로토스는 개성적이면서 빼어난 보이스 컬러로 환호를 불러 일으키는 것에 충분하고요. 초연 때 보다 더 늘어난 유머와 시크릿가든을 즉각적으로 패러디하는 애드립 등 배우의 매력에 한해서는 4인4색의 장기를 유감 없이 보여줍니다.

 

하지만 강한 배우의 매력은 본 뮤지컬의 단점으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이지만 본 극은 왕위 찬탈을 둘러싼 배신과 암투, 그리고 각 극 중 캐릭터의 숨겨진 과거 등 진부할 지언정 쉽게 지나쳐서는 안될 극의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캐릭터의 힘을 과시하는 나머지 극의 흐름은 덜컹거립니다. 이 작품의 주요 테마를 담당해야 할 밀라디의 양가적인 비극성은 네 캐릭터에 묻혀서 겉돌 뿐이고 아토스와 밀라디의 애절한 로맨스도 달타냥과 콘스탄틴의 풋풋한 로맨스도 쉽게 와닫지 않습니다. 매력적일 수 있었던 배경설정을 캐릭터의 빛으로 인해 상당 부분 묻힐 수 밖에 없는 본 뮤지컬은 때문에 1막의 경쾌함과 2막의 진지함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흘러가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의 덜컹거림을 감수하더라도 본 극은 강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것도 어렵고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캐릭터의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기도 어렵지만 네 명의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극의 즐거움이란 다른 뮤지컬에서 그렇게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4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달타냥의 경우 백지같은 캐릭터인지라 배우가 자신의 색깔을 입혀서 자신만의 느낌을 살리기에 충분한 편이고요. 뮤지컬 배우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의 부페를 원한다면 본 극은 가장 적합한 것이기도 합니다. 친구와도 연인과도 가족과도 처음 뮤지컬을 보는 사람과도 상관없이 누구라도 가볍게 재미를 함께 할 수 있는 뮤지컬입니다.  현재 지방 순회공연 준비 중이고 서울에 사는 분들은 고양 아람누리에서 할 때 보다 저렴하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온 연말에는 성남 아트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데 안내책자에 회전무대를 활용하다고 써져 있어 대폭적으로 무대셋팅을 교체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아이다 - 2월 1일    성남아트센터 ( 옥주현/ 김우형/정선아 )

 

 본 뮤지컬 제목인 아이다를 보자마자 가장 떠오른 것은 먼저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의 유명한 넘버인 라디메스의 청순한 아이다와 오페라의 오짜만 들었던 분이라면 다 알 듯한 개선행진곡입니다. 특별히 오페라의 팬도 뮤지컬의 팬도 아니지만 오페라 아이다는 너무 유명해서 본 작품은 오페라의 직접적인 비교대상으로 쉽게 떠올리게 됩니다. 이것은 다소 불공정한 일이기도 합니다. 누구도 렌트와 라보엠을 비교하지 않고 미스사이공과 나비부인을 비교하지 않습니다. 제목과의 직접적인 동일성과는 상관없이 뮤지컬 아이다도 오페라 아이다와 직접적인 상관 관계가 없습니다. 이집트라는 배경과 캐릭터의 이름,  비극에 이르는 결말만 동일할 뿐 노래의 느낌도 캐릭터의 성격도 무대의 성격도 다릅니다. 베르디의 오페라가 이국적 풍경에 대한 자의적 해석으로 가득한 작품이라면 본 작품은 아예 무국적인 풍경으로 무대를 상정하니까요.

 

 뮤지컬 아이다는 현재 무대에 올려진 뮤지컬 중 가장 다채로운 무대를 제공합니다. 올해 공연 중인 대작 뮤지컬들이 무대의 스케일이 큰 편은 아닌데 본 뮤지컬은 디테일한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서도 넘버가 끝날 때 마다 커다란 천과 다층적 무대장치를 통해 다양한 색깔의 무대를 만들어 냅니다. 굳이 이집트라는 선입견을 벗어난 본 작품의 무대는 궁정의 내부와 나일강의 풍경, 그리고 현대적인 패션쇼장에 이르기 까지 뮤지컬의 무대의 스케일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대의 스케일에 한해 레퍼런스라 말할 수 있는 라이온킹이나 명성황후와 같은 압도적인 스케일은 아닙니다. 본 무대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2막 첫장의  STEP TOO FAR의 아이다의 세 주인공인 아이다와 라디메스, 암네리스의 엇갈린 관계를 별자리의 트라이앵글 처럼 묘사한 부분으로 환상적이면서도 기능적으로 본 뮤지컬의 느낌을 표상해 내고 있습니다.

 

 무대 만큼이나 노래 또한 다채로운 느낌으로 표현해 냅니다. 김우형의 라디메스가 다소 록적인 스타일의 폭발하는 느낌의 보컬을 만들어낸다면 암네리스의 경우 컨템포러리 팝의 느낌을 살린 깨끗한 보이스를 전달하고 있고 옥주현의 경우 가스펠 적인 리디아의 민중과 함께 하는 합창의 메인으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엘튼존의 작곡이니만큼 비극적인 러브스토리인 와중에 감미로운 멜로디의 러브송도 자주 들려지는 편입니다. 군무 또한 무대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되고 있고요. 부분부분만 따진다면 블록버스터 뮤지컬의 전형으로 부족함이 없을 거라고 판단됩니다.

 

그런데 뮤지컬을 보는 와중에 시계를 자꾸 쳐다보게 됩니다. 대형 뮤지컬로 기대되는 대부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 뮤지컬은 고조되는 재미가 없습니다. 오페라보다 각 캐릭터는 입체적인 느낌의 캐릭터와 관계로 바뀌었지만 원작이 가지는 비극성을 전달하지 못합니다. 하물며 코끼리도 등장하는 원작 오페라의 스케일을 기대하기에는 만무할 따름이고요. 본 뮤지컬의 단점은 너무 많이 너무 과시적으로 보여주려 한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손을 올리는 강한 제스처를 취하는 본 뮤지컬은 극의 리듬감을 흐트러진채 미묘한 관계를 상정하는 대사장면이 나오면  과시적인 연출의 장면이 이어지고 직후 사랑과 신분에 대한 이중적 고민을 하던 캐릭터가 더 없이 감미로운 러브송을 부릅니다. 볼거리이기에 비극이기에 뮤지컬이기에 본 극은 당연히 해야하는 숙제를 제출하듯 무대를 보여줍니다. 

 

 좋은 재료가 반드시 맛있는 음식이 되지 않듯 본 뮤지컬은 좋은 요소를 가지고 있더라도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면 매력적인 무대극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상당히 긴 기간동안 공연되는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단일 캐스팅으로 진행되어 2월 공연 당시 이미 배우들의 목소리 상태가 과히 좋지 못한 듯한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정선아의 경우 뮤지컬 팬이라면 누구나 호평할 만한 깔끔한 음색을 지녔지만 옥주현과 김우형의 경우 다소 호불호가 갈릴 시원하지 못한 음색과 발성이기 때문에 이 뮤지컬을 선택하기 이전에 하나의 고민으로 남겨둘 수 밖에 없습니다. 볼거리로서 가치를 따진다면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중 가장 높은 경쟁력을 지녔지만 무대만을 보기 위해서 예매할 때 상대적으로 무대와 객석이 간격이 넓은 성남아트의 특성상 가격이 싼 뒷자리를 선택하기에는 망설이게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무대의 깊이를 활용한 연출도 많지만 좌우 사이드에 많은 조형물을 둔 편은 아닌지라 좌우 사이드에 대한 시야각은 없는 편입니다. 만약 보게 된다면 뒷자리보다는 앞자리의 사이드에서 관람하시는 것을 추천하고 싶네요.

 

 

지킬 앤 하이드 - 2월 2일 샤롯데씨어터 ( 류정한/선민/조정은)

 

2009년 지킬 앤 하이드 후기 :

http://djuna.cine21.com/bbs/view.php?id=main&page=1&sn1=&divpage=38&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50472

 

사실 지킬 앤 하이드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뮤지컬이라는 무대극에 익숙치 않았던 초연 때 조승우의 지킬을 보고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후 뮤지컬을 보게 되면서 지킬의 한계와 저의 취향 또한 알게 되었거든요. 7년 동안 몇 번의 재공연이 이루어졌지만 오디에서 기획해서 그래서인지 무대나 연출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서 그렇게 흥미를 끄는 작품은 아닙니다.

 

브래드 리틀의 공연을 포함해서 이번이 네번째 관람이었는데 류정한의 지킬은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명성이 자자했지만 류정한의 지킬은 쉽게 내키지 않았는데 이는 류정한이 주인공으로 나선 뮤지컬을 너무 많이 봐서 대형 뮤지컬에서의 류정한이 어떤 연기를 펼칠지 쉽게 예상이 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마치 발못쓰의 푸욜스나 르브론을 보는 느낌이랄까. 어떤 역활이건 잘 소화해내지만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없는 류정한 말고 다른 배역을 보고 싶다는 느낌이 강하기는 했습니다. 다만 이번의 지킬 관람에 있어서 약간의 신선함을 느끼고 싶었기에 가능한 기존의 본 배역들을 배제하고자 했는데 조엠마와 선민루시에 궁금증이 더 강하기에 ( 어차피 남자배우는 제 관심밖이라...)  제가 처음 보는 캐릭터 조합의 지킬 앤 하이드를 보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류정한의 지킬은 그 동안 봤던 조지킬, 김지킬 보다 하이드의 잔영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비교적 명확한 딕션은 지킬의 야심가로서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내는데 그러기에 그의 단단한 연기에서 하이드가 숨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조지킬에게 있어 지킬과 하이드는 거울의 양면으로 혼재하는 것이라면 류지킬에게 있어 지킬과 하이드는 빛과 그림자로서 떨어질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악센트를 뒤에 두어 여리게 시작해서 강하게 올라가는 조지킬과 달리 류지킬은 악센트를 앞에 두어서 처음부터 강한 느낌을 발합니다. 선민 루시는 보이스의 느낌상으로는 선영루시의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은데 여타 루시보다 깨끗하게 처리하는 고음과 더불어 저음의 발성도 좋은 편입니다. 노래라는 측면에서는 정말 의외라고 할 정도로 좋았고 나이가 어린만큼 발랄한 느낌마저 살아 있습니다. 다만 아직 대사처리에 있어서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정은 앰마는 확실히 귀족적인 자신감이 돋보이는 여성으로 보다 주체적인 입장에서 사랑을 말하는 위치를 표현하여 답답했던 소현앰마보다 더 좋은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킬은 허술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극의 리듬감이 좋은 편입니다. 더 엄밀히 말한다면 스토리의 리듬감이 좋다기 보다 노래 선곡의 리듬감이 좋은 편인데 키 포인트가 될 만한 노래들이 극의 중간 중간에 고르게 배치되어 있어 꽤 긴 시간의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지루함 없이 관람할 수 있는 편입니다. 다만 7년을 하는 동안 너무 변하지 않는 무대 연출은 이제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여전히 1막과 2막의 극의 배분의 문제, 그리고 급작스런 엔딩의 진행 등 이제 장점 보다 단점이 더 쉽게 눈에 띄기는 합니다. 지킬과 하이드는 다양한 배역들에 의해 변주되어 왔지만 이제 와서는 그 것이 극 중 캐릭터가 가지는 다양한 해석이 아니라 배우의 아우라를 드높이는 배경으로 느껴지기조차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킬은 최고는 아니더라도 기본은 되는 뮤지컬입니다. 그냥 뮤지컬을 보고 싶은 때 선택이 어려울 때 가장 무난하게 볼 수 있는 뮤지컬인데 올해 중반기의 뮤지컬이 별다르게 유인할 만한 매력이 있는 작품은 없다 보니 아마 한 번 더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다시 보게 된다면 루시와 앰마는 선민과 조정은으로 결정했으니 지킬만 선택하면 될 터인데 노래에는 문제는 없으나 연기력에 의문이 되는 홍지킬과 연기력에 문제는 없으나 노래에 의문이 되는 조지킬, 그리고 별다른 정보가 없는 김지킬 사이에서 꽤 고민하게 될 테겠죠. 어느새 지킬은 작품을 생각하기 보다 배우를 생각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저는 뮤지컬이라는 무대극에 있어서 이것이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 쉽게 판단이 되지 않습니다.

 

 

빌리 앨리어트 - 2월 4일 LG아트센터 ( 정진호/이성훈)

 

지난 빌리 후기 : http://djuna.cine21.com/xe/598801

 

어느새 빌리 앨리어트는 마지막에 가까워집니다. 단 1개월만을 남겨둔 본 뮤지컬은 시작 전 우려와는 달리 무대 위에서는 기대 이상의 멋진 모습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물론 무대 밖 이야기라면 몇가지 구설수에 올라와 있고 때문에 다음 재공연이 언제 다시 시작될지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오늘의 빌리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있고 5개월만에 저는 다시 빌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일단 전체적인 인상에 대해서는 지난 번에 남긴 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크게 할 말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연출적인 측면에서 빌리는 시작부터 레퍼런스라 할 수 있는 완성도를 보였기에 5개월이 지나오는 동안 크게 수정된 부분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레플리카 공연으로서 빌리는 준비된 공연이었고 이는 무대 위의 모습으로 말하게 됩니다. 마지막 한달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덤핑이라 할 수 있는 할인 티켓 없이 매진을 시키는 힘은 온전히 이 뮤지컬이 가지는 매력 때문이겠죠.

 

이번에 만난 빌리는 탭댄스를 가장 잘 춘다는 진호 빌리입니다. 가장 자주 무대에 올라온다는 이 빌리는 탭댄스에 특화되어 있기 보다 연기, 발성, 노래, 춤, 발레에 이르기까지 빠질 것이 없는 5툴 플레이어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예상외로 선우 빌리와의 위화감이 매우 적었는데 제가 보기에는 아마 진호 빌리가 가장 표준적인 느낌으로 맞추어져 어느 빌리를 대입하더라도 크게 이질감이 없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유연함에 있어서는 선우 빌리보다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턴의 스피드와 탭댄스의 경쾌함에 있어서는 보다 우위에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같이 진호 빌리만 세번이나 본 분에 말에 의하면 드림댄스에서 어른 빌리가 변경되는 바람에 파드되의 호흡 문제와 다소 체력적인 저하가 보인다고 하더군요. 공연의 막바지에 이른 만큼 성인 연기자들의 목소리도 피로감이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보는 것이지만 여전히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뮤지컬입니다. 지나친 라이센스 경쟁과 프리프로덕션의 난해함으로 인해 제작비가 너무 올라가서 수지타산을 맞추기 여의치 않은 터라 재공연이 빠른 시간 안에 성사될 수 있을지 쉽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볼 수 있을 때 꼭 보라고 말하고 싶은 뮤지컬입니다. 최고의 노래를 담아낸 것도 최고의 무대를 펼쳐낸 것도 최고의 댄스를 선보인 뮤지컬은 아닙니다. 하지만 무대극의 에너지가 가지는 기쁨을 발하는 뮤지컬은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닙니다. 기회가 된다면 가장 청소년의 느낌을 담아낸 세용빌리로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충동을 갖게 됩니다.  희망이라는 조명은 언제나 사람을 춤추게 하는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니까요. 지금 춤추고 있는 빌리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이제 한달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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